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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에피스, 5년 만에 매출 3000억 회사로 성장 5년간 총 R&D 투자 비용만 9000억원…6개 파이프라인 중 5개 유럽서 허가

강인효 기자공개 2018-05-08 08:15:05

이 기사는 2018년 05월 04일 1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돈 먹는 하마인가' 아니면 '황금알 낳는 거위'인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기준과 관련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회사는 삼성바이오에피스다.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해 잘못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회계기준을 마음대로 변경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유리한 결과를 낳았다는 주장이다.

금감원의 지적과 별개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는 인정할 만 하다. 특히 지난 3년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놀랄만한 속도로 성장을 거듭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3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거뒀다. 이는 직전 해인 2016년보다 2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회사가 설립됐던 해인 2012년에는 매출액은 0원이었고, 영업손실은 438억원에 달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에 성공한 바이오시밀러가 2016년 유럽에서 허가를 받은 것을 기점으로 해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2010년 바이오·제약을 5대 신수종 사업으로 꼽은 뒤 2년 만인 2012년 2월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R&D) 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설립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삼성전자로부터 460억원 규모의 바이오시밀러 관련 개발 설비 등을 양수했다. 이어 2012년 한 해동안 바이오시밀러를 연구개발할 수 있는 시설을 새로 갖추기 위해 244억원 가량을 들여 삼성물산 등으로부터 R&D 센터 시설을 취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12월 R&D 센터를 인천 송도에 세웠다.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따르면 2012년 회사 설립 이후 작년까지 5년간 투자한 R&D 비용만 9000억원이 넘는다.

바이오시밀러는 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을 말하는데, 통상 신약(오리지널의약품)보다 개발이 쉽고 개발 기간도 짧은 데다 성공 가능성도 높다. 화학합성의약품의 복제약을 의미하는 '제네릭'과 다르게 신약을 개발하는데 있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임상시험도 실시한다. 제네릭은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만을 거치면 된다.

바이오·제약 산업에 뒤늦게 뛰어든 삼성 입장에서는 개발 기간도 길 뿐만 아니라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신약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먼저 진입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이다. 추후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면서 얻게 된 R&D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약에도 도전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설립 3년 반 만인 2015년 9월 세상에 첫 결과물을 내놓았다. 바로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인 '브렌시스'로 국내 허가를 받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브렌시스에 이어 또 다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렌플렉시스'로 2015년 12월 국내 허가를 받았다. 렌플렉시스는 미국 제약사 얀센의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다.

브렌시스는 국내 허가를 받고선 불과 4개월 만인 2016년 1월 유럽에서도 판매 허가 승인을 받았다. 렌플렉시스 역시 다음해인 2016년 5월 유럽에서 판매 허가 승인을 받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또 이듬해인 2017년 8월 한국보다 유럽에서 한 달 먼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인 '임랄디'로 2017년 8월 허가를 받았다. 휴미라는 세계 판매 1위 의약품으로 미국 제약사 애브비가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로써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Anti TNF-α 억제제(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종양괴사인자-알파'를 억제) 계열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3종인 엔브렐, 레미케이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유럽에서 모두 허가받은 유일한 회사가 됐다. 이 3종의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36조원으로 추산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스위스 제약사 로슈가 개발한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온트루잔트'로 작년 11월 유럽에서 허가를 받았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1월에는 미국 제약사 머크(MSD)와 공동 투자해 개발한 당뇨병 치료제 '루수두나'로 유럽서 허가를 획득했다. 루수두나의 오리지널의약품은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가 개발한 '란투스'다.

이밖에 로슈가 개발한 대장암 치료제 '아바스틴'의 바이오시밀러인 'SB8(개발명)'도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요 파이프라인 6개 중에서 5개가 이미 국내를 비롯해 의약 선진시장인 유럽에서 허가를 받은 것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동일한 효능을 입증받은 데다 오리지널보다 값이 싸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상업화 성공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세계 판매 1위 의약품인 휴미라의 유럽 물질 특허가 올해 10월 만료되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임랄디가 본격 판매될 수 있어 회사의 매출 성장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판매를 담당하는 파트너사인 바이오젠이 올해 초 발표한 실적을 보면, 작년 베네팔리(브렌시스의 유럽명)와 플릭사비(렌플렉시스의 유럽명)의 유럽 매출액은 2016년보다 277% 증가한 3억7980만달러(약 4178억원)를 기록했다. 베네팔리와 플릭사비는 각각 3억7080만달러(약 4079억원), 900만달러(약 99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에도 1000억원 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R&D비용은 1600억원 이상을 쓰고 있다. 기술 개발이 필요한 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당분간 지속적인 손실 구조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일정 궤도에 올라서면 일반 제조업과 차원이 다른 이익을 올리는 게 바이오산업의 특성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94.61%에 대해 4조9981억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회계법인은 위험조정 순현재가치 기법을 활용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평가하고 있다. 위험조정 순현재가치 평가는 미래의 현금흐름을 예상해 현재가치로 변환,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기법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빠른 성장은 이같은 기업 평가를 뒷받침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파이프라인 중에서 가장 먼저 유럽서 허가를 받은 베네팔리를 비롯해 임랄디, 온트루잔트 모두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 중 가장 먼저 허가를 받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두 주자)' 제품"이라며 "바이오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자 '블루오션(Blue Ocean·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과도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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