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기원 지고 실리콘밸리 뜨고 [2018삼성인식조사/남은과제들]⑤원천기술 직접 개발에서 M&A로…실용주의 R&D
김성미 기자공개 2018-05-16 07:46:41
[편집자주]
더벨은 2018 삼성인식조사를 통해 일반인과 경제계 전문직 종사자들의 삼성에 대한 의견을 수집했다. 이 과정에서 도출된 내용을 바탕으로 삼성에 남은 과제를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국민들이 삼성에 바라는 바와 그동안 삼성이 시도했던 노력들, 그리고 앞으로 삼성이 풀어야 할 과제를 재조망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5월 10일 0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종합기술원은 삼성의 미래다."삼성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은 1987년 삼성종합기술원을 세웠다. 10년 뒤를 내다보고 순수 원천기술을 연구하라는 취지였다. 미래 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종기원은 지금의 삼성전자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30년이 지난 지금 종합기술원의 위상은 달라졌다. 삼성이 기술을 대하는 방식이 변했기 때문이다. 사업성이 낮은 연구과제는 과감히 도려내고 연구진을 사업부에 전진 배치하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 종합기술원은 이제 먼 미래를 준비하는 원천기술보다 사업화가 가능한 연구과제를 중심으로 재편됐다.
대신 미국 실리콘밸리의 연구 조직이 부상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 확보는 실리콘밸리에 둥지를 튼 삼성전략혁신센터(SSIC), 삼성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GIC) 등이 더 주도적이다. 원천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오랜 시간과 자금을 투입하던 과거와 달리 당장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을 시장에서 확보하는 모습이다. 이종산업간 융복합으로 급변하는 글로벌 ICT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변화다. 오랜 기간 경영수업을 거치며 글로벌 감각을 익혀온 이재용 부회장의 소신이기도 하다.
◇성과 내는 R&D에 베팅…실용주의
더벨 삼성 인식조사에서 경제계 전문직 종사자의 약 80%가 삼성의 사업 구조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삼성의 구조조정을 보는 또 하나의 신호는 종합기술원의 위상 변화다.
삼성전자는 2015년 종합기술원의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신성장동력이 되기 어렵다고 판단된 연구 과제는 과감히 정리하고 새먹거리가 될 만한 연구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원들을 사업과 관련된 연구개발부서로 분산 배치해 종합기술원 인력도 줄었다.
삼성전자는 종합기술원-각 사업부 연구소-사업부내 연구개발팀 등 3단계 연구개발 프로세스를 갖추다 보니 연구 과제가 중복되기도 하고 신기술이 사업으로 연결되기까지 효율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중복된 연구 과제를 정리한데 이어 사업화가 가능한 과제만 남기면서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향상시켰다.
◇SSIC, M&A로 신기술 확보
대신 이 부회장은 필요한 신기술을 M&A로 확보해갔다. 2014년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개발업체 스마트싱스를 인수, 삼성만의 IoT 서비스를 구현했다. 2015년 모바일 결제 업체 루프페이를 인수해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결제가 가능한 삼성페이를 선보였다. 2016년엔 한국 기업 사상 최대 금액인 약 9조3000억원을 들여 하만을 인수해 전장사업에도 진출했다.
일련의 신기술 확보를 위한 M&A는 실리콘밸리에서 진행됐다. 삼성전략혁신센터(SSIC)와 삼성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GIC)가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SSIC를 이끄는 인물은 손영권 사장, GIC를 이끄는 인물은 데이비드 은 사장이다. 손영권 사장은 인텔, 퀀텀, 하이닉스 등을 거친 인물이며 데이비드 은 사장은 베인앤컴퍼니 출신으로 타임워너와 구글 등을 거쳤다. 글로벌 감각을 갖춘 신기술과 M&A에 정통한 인물이다.
이건희 회장 시절만 해도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종합기술원의 역할이 더욱 중요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 시대에는 원천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것보다 M&A를 통해 확보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삼성의 남은 과제는 어떤 신기술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다.
이병철 선대 회장은 경공업과 중화학 공업 등 삼성의 기틀을 만들었다.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와 스마트폰이란 업적을 남겼다. 이재용 부회장만의 새로운 업적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동차 전장부품, 바이오 산업 등이 당장 투자가 집중되는 신성장 동력이다. 여기에 더해 확실하게 이재용 부회장의 성과로 인정받을 만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 작업의 시작은 실리콘밸리를 통한 신기술 확보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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