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5월 15일 08: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책은 고통을 주지만 맥주는 우리를 즐겁게 한다. 영원한 것은 맥주뿐."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남긴 말이다. 영국이 낳은 위대한 극작가 셰익스피어는 "양조장 맥주 한 잔과 목숨의 보증서를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명예 같은 건 버려도 괜찮다"고 말했다. 술 한잔에 명예도 포기할 수 있을 정도로 맥주를 사랑했다.맥주의 계절, 여름이 오고 있다. 계절적 성수기, 대목이 도래하고 있지만 국내 맥주 제조 3사는 웃지 못하고 있다. 4조원 규모의 국내 맥주 시장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맥주 출하량은 2010년부터 180만톤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나이스(NICE)신용평가는 2007년부터 10년간 국내 맥주의 연평균 성장률이 0.5%에 그친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수입맥주 시장은 승승장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 수입액은 2억6309만달러(약 2814억원)로, 1억8155만달러(1942억원)였던 전년에 비교할 때 45%가량 늘었다. 맥주 시장에서 1%대 점유율에 불과한 수제맥주 시장도 점차 파이를 키우고 있다. 신세계 등 유통 재벌이 가세하면서 조만간 점유율이 5% 수준까지 올라가리란 전망이다.
수입 맥주의 결정적인 인기 배경으로는 가격 경쟁력이 꼽힌다. 편의점에서 '4캔에 1만원' 판매는 보편적인 현상이 됐다. 대형마트에선 캔당 990원에 팔리는 제품이 나왔고, 편의점에선 ‘6캔 1만원' 묶음에 이어 4캔을 5000원에 판매하는 제품도 나왔다.
이에 반해 국내 맥주는 규제의 벽에 막혀 제대로 된 가격 경쟁을 할 수가 없다. 마트나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 공장 출고가보다 더 싼 가격에 국산 맥주를 판매하면 국세청의 제재를 받게 된다. 가격 할인을 한다하더라도 세법상 제품에 부과되는 세금이 수입 맥주보다 높아 국산 맥주가 비쌀 수밖에 없다. 국산 맥주의 할인행사는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업계에서 국산 맥주가 역차별 받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하이트진로의 '하이트(Hite)' 점유율(과세+면세 기준)은 2008년 60%에 육박했지만 최근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롯데칠성음료에서 '클라우드(Kloud)'에 이어 야심차게 선보인 '피츠 수퍼클리어(Fits Super Clear)'는 시장에서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수입 맥주와 수제 맥주의 공세 속에 벼랑 끝에 몰린 국내 맥주사들은 점유율 확대는 꿈도 못 꾸고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한 상황이다. 물론 대가는 치르고 있다. 갈수록 증가하는 판관비와 추락하는 영업이익률이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매출증가율(0.67%)이 1%에도 못 미친 반면 판관비 증가율은 3%에 달했다.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50% 하락했다.
국산 맥주가 외면 받는건 비단 가격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해외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현지에서 높은 수준의 맥주를 직접 마셔 본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쉽지만은 않다. 동시에 국내 맥주 업체가 신제품 개발과 품질 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편의점에서 4캔을 1만원에 판매하는 국산 맥주를 보고 싶다. 만약 가격 경쟁이 되는 상황에서도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다면 국산맥주 업체들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맥주 시장을 결정짓는 키는 규제 당국이 아니라 소비자가 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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