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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공익법인 악용 사례, '금호재단' 포함 금호석화 경영권 분쟁 당시 문제 지적, 산업은행도 '난감'

김장환 기자공개 2018-07-06 13:37:58

이 기사는 2018년 07월 05일 13: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대기업의 공익재단 악용 의심 사례에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하 금호재단)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이 비슷한 이유로 금호재단을 정조준한 상황에서 공정위마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금호재단의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를 허용한 산업은행의 입장이 더욱 난처해졌다는 평가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최근 발표한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실태조사 분석결과'에서 한 면을 차지한 '공익법인 악용 의심 사례'에 금호재단이 이름을 올렸다. 영문 이니셜로 기재돼 실명이 가려졌지만 금호석유화학을 두고 벌어졌던 경영권 분쟁 당시 박삼구 회장이 공익재단인 금호재단 자금을 활용한 사례였다.

해당 사례가 발생한 시점은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박 회장은 동생 박찬구 회장과 금호석유화학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겪기 시작했다. 동생 박 회장이 그 해 6월 보유 중이던 금호산업 지분을 매도하고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매입하면서다. '네 형제가 금호석유화학 지분(10.1%)을 동등하게 보유한다'는 금호가(家)의 '룰'이 깨졌다. 박삼구 회장도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매입하며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박 회장이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방어를 위해 활용했던 곳이 바로 금호재단이었다. 금호재단은 박 회장이 당시 매도한 금호산업 지분을 사줬다. 박 회장은 이를 통해 마련한 자금을 금호석유화학 지분 매입에 썼다. 금호재단은 당시 이사장을 맡고 있던 박 회장이 전권을 휘두를 수 있었던 곳이다.

정작 박 회장은 금호석유화학을 지키지 못했다. 2010년 2월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회장, 금호산업은 박삼구 회장으로 경영권이 분리됐다. 채권단 워크아웃 협약에 따른 결과였다. 이들 회사가 완전한 계열분리를 이룬 건 2015년이지만 2010년부터 이미 둘로 나뉜 상태였다고 볼 수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박 회장은 금호석유화학 경영권을 지키지 못하자 금호재단이 보유하고 있던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토록 했다. 이를 통해 마련한 자금은 금호타이어 지분 매입 대금으로 썼다. 공정위는 금호재단이 공익법인임에도 박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금호타이어 등 그룹사 지배력 유지에 활용됐다는 점을 들어 이를 대표적인 '악용 사례'로 삼았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금호그룹 지배력을 지키기 위해 금호재단을 전면에 내세운 건 이뿐만이 아니란 지적을 내놓고 있다. 금호산업을 되찾아오는 과정에서도 금호재단 자금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금호재단이 100% 자회사로 설립한 일명 '케이(K) 계열사'들은 박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형태로 설립한 금호기업(금호홀딩스, 현 금호고속)에 자금을 지원했다. 박 회장이 2016년 금호산업을 사들이는 데 금호재단이 큰 기여를 했던 셈이다.

해당 사안은 국세청이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은 올 3월 금호재단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서울청 조사1국은 일반적으로 정기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곳이다. 하지만 이번 세무조사는 '특별'에 가까울 정도로 상당히 강도 높게 이뤄졌다는 게 금호그룹 내부 관계자들의 말이다.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는데다 공정위마저 박 회장의 금호재단 악용 사례를 발표하면서 산업은행도 난감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에 금호재단을 활용할 수 있었던 건 산업은행 측이 이를 묵인해줬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금호산업 인수시 계열사를 동원해서는 안된다'고 박 회장과 양해각서(MOU)를 맺어뒀다. 정작 금호재단의 금호기업 출자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재단은 공익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박삼구 회장의 개인 회사처럼 운영돼 온 사실이 공정위 발표 결과 드러난 것"이라며 "산업은행이 박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 과정에 금호재단 측 자금 지원을 허용해준 것도 문제가 있는 사안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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