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CP'의 귀환, 수요예측 무력화 우려 신세계·롯데·현대차그룹 등 발행…공모채 시장 구축 가능성
강우석 기자공개 2018-07-09 07:51:00
이 기사는 2018년 07월 05일 16: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요 대기업들이 만기 2년 이상의 장기 기업어음(CP)을 잇따라 발행하고 있다. 연초 이후 신세계, 롯데, 현대차그룹 등이 장기 CP로 자금을 확보했다.장기 CP는 2013년 기업어음 규제 이후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조달 방식이다. 외형 상 단기어음이지만 만기, 공모구조 등 실질은 장기 회사채와 다르지 않다. 공모채 수요예측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 신세계푸드·현대커머셜 등 발행…롯데 비주력 계열, 공모기피 행보
올들어 장기 CP를 발행한 회사는 신세계푸드와 롯데알미늄, 현대커머셜, 부산롯데호텔 등 총 네 곳이다. 만기 1년 이상의 CP를 발행하려는 기업은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2년 '금융투자업 규정'과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이같은 내용을 추가했다. 다만, 공모 회사채처럼 수요예측 절차를 밟진 않는다.
첫 조달에 나선 건 신세계푸드였다. 지난 3월 3년물 1000억원 어치를 찍었다. 만기는 3년, 할인율은 연 2.794%였다. 신세계푸드는 회사채 발행 이력이 전무하다. 시장성 조달에 필수로 여겨지는 장기 신용등급도 없다. 자금이 필요할 때 마다 CP와 금융기관 차입을 활용해왔다. 신세계푸드의 장기 CP 발행은 창사 이래 두 번째였다.
현대커머셜도 지난주 만기를 1.5년, 2년으로 나눠 각각 600억원, 500억원씩 발행했다. 할인율은 각각 2.281%, 2.404%였다. 현대커머셜은 지난해 4년물 1000억원 어치를 찍으며 장기 CP 시장에 데뷔했다. 최근 1년동안 장기 CP로 확보한 자금만 6200억원에 달한다.
롯데그룹 비주력 회사들도 눈에 띈다. 롯데알미늄은 지난 3월 3년물 400억원, 부산롯데호텔은 지난 2일 2년물 1500억원 어치를 각각 찍었다. 지난해 12월엔 롯데쇼핑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장기 CP를 발행하기도 했다. 만기는 3년, 발행액은 1500억원이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경우 시장성 조달에 대체로 소극적인 편"이라며 "수요예측 흥행에 확신이 없으면 사모, CP, 금융기관 차입 등으로 자금을 확보해가는 게 일반적"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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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알미늄은 공시절차 없이 장기 CP를 연달아 발행했다. 지난해 7월, 올해 3월 두 차례 걸쳐 총 700억원을 확보했다. 1년간의 보호예수를 걸어 증권신고서 절차 없이 자금을 확보했다. 공모가 아닌 사모 CP의 경우, 발행일 이후 1년간 보호예수 전매제한을 두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롯데알미늄은 이 조항을 활용해 장기물 발행을 성사시킨 것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발행사가 제출, 신고 절차에 부담을 느끼면 대부분 1년물 CP를 발행한 뒤 계속해서 롤오버를 한다"라며 "보호예수 조건을 걸어 사모 CP를 장기로 발행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 평가했다.
◇ '사실상' 사모사채와 동일…노골적 수요예측 기피, 가격산정 왜곡
장기 CP는 2013년 기업어음 규제 이후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초기엔 일부 기업들이 수요예측 회피를 위해 발행했지만, 금융당국의 부정적인 시선으로 이마저도 사라지게 됐다. 약 5년여 만에 장기 CP가 시장에 다시 나타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장기 CP가 사모사채와 사실상 동일한 자금조달 방식이라 말한다. 만기, 자금사용 목적, 인수단 구성, 투자자 모집 방식 등 모든 구조가 판박이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어음은 무보증사채와 달리 할인율을 적용해 발행돼, 실효수익률이 권면이자율보다 높게 형성된다. 발행사 입장에선 비용부담이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다른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프로덕트의 구조를 보면 사모채와 사실상 똑같다"라며 "회사채 발행 시 증권신고서, 사채관리계약 등의 절차가 필요한데 이런 절차를 불편해하는 기업들이 상당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공모채 수요예측을 피하기 위해 장기 CP 발행에 나선 것이라 지적한다. 시장성 조달 여력이 충분한데도 절차 간소화를 위해 CP를 발행했다는 얘기다. 가격 결정 및 투자자 모집 절차에서 투명성이 결여된다는 비판 역시 나온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장기 CP 비중이 시장을 왜곡할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합리적이지 않은 방식"이라며 "대기업그룹이 아닌 중소·중견기업에 적합한 자금조달 방식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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