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공익재단]미묘한 설립 시기, 효율성·투명성 '굿'[하나금융나눔재단]이사진으로 유명인사 영입 '눈길'
안경주 기자공개 2018-07-26 13:04:00
[편집자주]
국내 금융사들이 이윤을 사회에 돌려주겠다며 공익법인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교육·장학사업부터 사회복지사업, 의료·보건사업 등 분야도 다양하고 기부금(출연금) 규모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공익법인이 설립 취지에 맞춰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부족한 상황이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을 대상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 실태를 발표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더벨에서는 은행·보험·여전사 등이 설립시 출연하거나 최근 3년간 출연한 바 있는 공익법인 37곳(설립 1년 미만 제외)을 대상으로 운영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7월 24일 07: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략적 선택일까. 아니면 순수한 의도일까.은행업계 첫 자선 공익법인이란 수식어를 갖고 있는 하나금융나눔재단(옛 외환은행나눔재단)의 설립 배경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하나금융나눔재단이 설립된 2005년 당시, 사회적으로 사상 최대 이익을 내고 있는 은행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던 시기다. 공익을 추구해야 할 은행이 많은 이익을 내면서도 사회공헌활동에는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던 터였다.
그동안 은행들의 사회공헌활동이 대부분 일회성에 그쳤거나 연말연시 선심성 행사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은행들이 하나금융나눔재단을 시작으로 신한장학재단, IBK행복나눔재단 등 공익법인 설립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선 이 같은 사회적 비판 여론만으로 외환은행의 공익법인 설립 배경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환은행만의 특수한 분위기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공익법인을 설립할 당시,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에 대한 '먹튀' 논란이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적 판단? 막강한 이사진 구축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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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업계는 당시 외환은행의 공익법인 설립을 의아하게 바라봤다. 외환은행 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고 있는 신한·KB금융그룹 등 4대 금융그룹 조차 공익법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신한금융이 500억원 규모의 신한장학재단 설립 계획을 밝힌 것이 사실상 전부였다.
물론 자산이나 수익 규모와 관계없이 외환은행이 자선 공익법인을 은행업계 최초 설립할 수 있다. 그러나 외환은행 대주주인 미국계 투자펀드 론스타에 대한 '먹튀' 논란이 확산되고 있었던 시기라는 점에서 마냥 순수한 의도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하나금융나눔재단이 설립된 당시에도 은행업계 안팎에선 론스타의 정치적 판단이 깔려 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실제로 2005년의 경우 외환은행 인수의 적법성을 둘러싸고 의문이 제기되면서 론스타의 먹튀 논란이 한창 컸을 때다.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2004년 론스타의 주식취득 승인무효 소송을 냈다. 이들은 또 2005년 9월 외환은행 매각에 관여한 경제 관료 등 20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어 같은 해 10월 론스타와 한국론스타코리아 스티븐 리 대표를 탈세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검찰은 외환은행 헐값 매각과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대주주인 미국계 투자펀드 론스타에 대한 비판이 일자 외환은행이 갑작스레 공익법인 설립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이 공익법인의 기본재산으로 50억원을 출연하고, 활동성 경비를 위해 3년간 매년 10억원씩 추가로 출연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도 이 같은 정황에 힘을 실어준다.
외환은행이 하나금융나눔재단의 기본재산을 늘리기 위해 추가 출연한 금액은 2009년 10억원에 불과하다. 공언했던 목표금액 30억원과 비교해 3분의1 수준이다. 이마저도 외환은행이 5억원, 임직원 기부 모금액 5억원이었다.
공익법인 이사로 유명인사를 영입하는 등 외형에 치중하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영부인 이희호 여사, 청소년 권익보호 등으로 잘 알려진 강지원 전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 김성주 성주인터내셔널 대표(한국여성재단 이사), 황주명 변호사(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 등이 당시 이사진에 포함됐다. 초대 이사장은 외환은행 이사회 의장이던 로버트 팰런 전 외환은행장이 맡았다.
외환은행 측은 당시 이사진 구성과 관련해 은행의 소유구조가 바뀌더라도 재단의 영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명망이 높은 인사들을 모셨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론스타에서 하나금융지주로 바뀐 현재에도 이희호 여사와 황주명 변호사는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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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안정성 '우수', 특화분야 살린 사회공헌활동
하나금융나눔재단이 어떤 정치적 판단에 의해 설립됐던 실질적인 활동부문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통령 표창과 국무총리 표창, 다수의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수여 받았을 뿐만 아니라 공익법인 운영과 관련해 효율성·투명성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예컨대 순자산의 적정금액 공익목적 사용비율(당해 고유목적사업 필요경비/전년 순자산)은 기준치 5%를 훨씬 웃도는 49.8%를 기록했다. 공익목적에 사용되는 지출이 순자산의 절반 가량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높은 수준의 공익목적 사용비율은 매년 30억원 이상의 기부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나금융나눔재단이 받은 기부금 규모는 2015년 39억4300만원, 2016년 39억8800만원, 2017년 38억4900만원 등이다. 특히 KEB하나은행으로부터 30억원 이상을 받고 있다.
또 운용소득의 적정금액 공익목적 사용금액[(운용수익×70%)-고유목적사업 필요경비]도 0보다 작아 수익 대비 더 많은 금액을 공익목적 사업비로 충실히 쓰고 있다. 출연금이 본연의 목적에 맞게 쓰이고 있는 지를 알아보는 프로그램 비용 비율(목적사업비/고유목적사업 필요경비)은 92.1%로 우수한 수준이다.
국내 비영리법인 평가기관 '한국가이드스타'가 국내 공익법인을 대상으로 투명성 및 책무성 지표, 재무안정성 및 효율성 지표를 적용한 종합평가 결과, 2년 연속 만점을 받기도 했다.
외환은행의 특성을 살려 사회공헌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하나금융나눔재단은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은행으로서 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의 이미지와 연계되는 중점 사업의 하나로 다문화가정을 위한 지원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지난 2009년 시작한 '하나다문화가정대상'은 올해로 10년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국제구호 지원사업 등 다른 금융업계 공익법인과 차별화된 사회공헌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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