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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RFP, '자본확충 초점, IPO는 옵션?' 생보사 성장성·시장 여건 등 불투명...하이브리드 흥행도 변수

민경문 기자공개 2018-08-03 14:17:36

이 기사는 2018년 08월 02일 16: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매번 'IPO 기대주'로 꼽혔던 교보생명 상장이 이번에는 현실화될 수 있을까. 국내외 IB에 발송된 입찰제안요청서(RFP)만 보면 IPO보다 자본 확충에 무게감이 쏠리고 있다. 당장 IPO를 확정하진 않겠다는 수뇌부의 의중도 읽혀진다. 현재 진행중인 영구채 흥행 여부에 따라 최종 의사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교보생명은 지난 1일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에 RFP를 발송했다. 외국계 IB로는 JP모간, 씨티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 UBS, 노무라 등이 RFP를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씨티, CS, JP, NH증권 4곳은 지난해부터 교보생명의 재무개선 자문단으로 활동해 왔던 곳들이다.

문제는 RFP의 내용이다. 증권사 IB 관계자는 "상장 주관사보다는 자본 확충 주관사를 뽑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구주매출이나 거래소 예비 심사 등에 대한 내용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RFP 수신 부서 또한 '증자 및 IPO 부서'로 애매하게 표현돼 있다.

시장 관계자는 "IPO 과정에서 신주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을 진행할 수 있겠지만 이는 말 그대로 기업공개 없이 유상증자만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지급여력제도(K-ICS) 초안이 확정된 만큼 교보생명은 최소 2조원에서 최대 5조원 이상의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창재 회장을 포함한 수뇌부 입장에선 불투명한 생보사 상장 여건을 고려할 때 교보생명 IPO에 선뜻 나서기 어려워 보인다.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상회하는 생보사는 ING생명이 유일하다. 회계기준인 IFRS17 도입으로 보험업 전망이 어두운 만큼 원하는 밸류에이션을 이끌어내기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주관사 숫자도 그렇다. RFP에는 국내와 외국계 IB 1곳씩을 선정할 것이라고 명기돼 있다. IPO 시 조단위 공모 규모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외국계 IB 한 곳이 해외 물량을 책임지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업계에선 일단 1곳씩을 대표 주관사로 뽑은 이후 IPO가 최종 결정되면 공동 주관사 명목으로 외국계 IB 등이 추가 선임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생명의 IPO 의사 확정에는 영구채도 변수가 되고 있다. JP, CS, 씨티, UBS, 노무라 등과 함께 10억 달러 규모의 해외 영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신주만으로 요구 자본을 충당하기에는 신창재 회장의 지분율 희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주주 지분율 하락을 피하고 재무개선을 도모하는 데는 영구채가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FI 지분(24%) 엑시트를 위해서라도 교보생명 상장은 언젠가는 맞닥뜨려야 할 과정으로 보고 있다. 국내 증권사 IB 관계자는 "FI가 당장 구주매출을 하지 않더라도 향후 블록딜을 통한 엑시트를 실시하려면 IPO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지금의 RFP 발송이 진정성이 있는 건지, 단순 시간끌기인 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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