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심화되는 당국 압박, '묘수' 찾을수 있을까 [지배구조 시험대 오른 삼성]순환출자·전자지분 해소 숙제…컨트롤타워 부활 등 내부 지배구조도 관건

김장환 기자공개 2018-08-27 08:06:12

이 기사는 2018년 08월 20일 14: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이 지배구조 개편 실험대에 올랐다. 삼성 지배구조를 두고 주요 당국 수장들이 개선 필요성을 지속해 외치면서다. 시민단체에서 활약하던 당시부터 소위 '삼성 저격수'로 이름을 떨쳤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물론 최종구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등이 이를 요구하는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당국 압박을 떠나 삼성 스스로도 지배구조 개선을 실시하고 싶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 삼성 오너 일가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과거 수년 동안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가 수차례 논란에 휩싸였다. 그때마다 그룹사 전반이 휘청였다. 수년 동안 시도 때도 없이 공격받는 빌미가 돼 왔던 지배구조 약점을 없애고 싶은 건 삼성도 마찬가지다.

현실적인 장벽이 만만치 않다. 당국 요구처럼 지배구조 개선 절차를 진행하면 오너가 지배력이 약화될 게 뻔하다. 이를 방어하는 동시에 당국이 원하는 방향대로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면 필요 자금이 엄청난 수준이다. 그렇다고 현 체제를 유지하기도 어려운 정치환경이 시작됐다.

당국의 요구 시한은 올해안이다. 삼성은 늦어도 올해 안에 지배구조 정리와 관련된 무언가 해법을 찾아야 한다. 삼성은 지배구조 개선 문제를 두고 그야말로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달라진 정치환경에…지배구조 개선 부담 확대

삼성 지배구조를 두고 올해 들어 포문을 연 건 최종구 금융위원장이다. 그는 지난 4월 간담회에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처리하는 문제는 법률이 개정되면 강제적으로 하게 되는데 회사가 그전에 방안을 스스로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가세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1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들과 첫 대면식에서 "삼성 지배구조와 출자구도는 지속 가능하지 않고 이재용 부회장이 정리를 서둘러 결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언론과 인터뷰때마다 '비주력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거나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2대 주주 수준으로 지분율을 낮추라'는 등의 가이드까지 제시했다.

지배구조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일이지만 삼성이 최근 이를 두고 느끼는 압박 강도는 이전과 결이 다르다.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부의 반재벌·친노동 정책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을 압박하는 법안들을 꾸준히 내놨던 민주당이 집권 여당이 됐다. 김 공정거래위원장과 윤 금감원장처럼 정권 실세로 올라선 이들 중 상당수가 삼성에 비판적 시선을 보내왔던 인사들이다. 삼성도 마냥 버티기는 어려운 정치 환경이 조성됐다.

clip20180809115419

삼성도 지배구조 재편을 위한 내부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순환출자 고리 해소 절차를 먼저 실시하겠다는 생각이다. 삼성전기와 삼성SDI가 보유 중인 삼성물산 지분을 해소하면 되는 문제다. 해당 주식이 1조원에 조금 못 미치는 물량인데다 지분율도 4% 남짓에 그쳐 시장에 내다 팔아도 부담이 크지 않다. 과거 제일모직과 합병 절차를 거쳐 삼성물산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이미 공고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상당수를 없애야 한다. 17일 종가(4만4100원) 기준 22조4000억원, 지분율로는 7%를 넘는 물량이다.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여사, 삼성물산과 그 계열 등을 포함해 이재용 부회장 측의 삼성전자 우호 지분은 19.78%에 그치는 상황이다. 삼성생명 지분을 놓치게 되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단번에 흔들릴 수 있다.

◇보험업법 개정 대비 필요성, 미전실 부활 시급

삼성이 이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과거 미래전략실 같은 컨트롤타워 부활이 시급하다는 평가도 있다. 삼성은 최순실 사태에 연루되며 미전실이 마치 정경유착 창구처럼 조명받자 지난해 2월 이를 해체했다. 사업지원TF(삼성전자), EPC경쟁력강화TF(삼성물산), 금융경쟁력제고TF(삼성생명) 등 세개 조직이 미전실 업무를 맡고 있지만 그 역할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삼성에 비판적 견지를 지속해 내놨던 김상조 위원장조차 미전실 같은 조직 부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5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현재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으로 쪼개진 미전실로는 삼성이란 거대 그룹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고 새로운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전실 같은 핵심 조직 없이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처분 같은 거대 이슈를 통일성 있는 방향을 갖고 끌고 가기가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삼성은 밖으론 주요 계열사간 지분을 정리하고 안정적인 지배력을 유지하는 일과 내부적으론 계열사를 아우르는 의사결정절차에 필요한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어느 하나도 쉽게 해결이 어려운 난제들이 산적해 있는 일이다.
NH투자증권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