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계열사 합병 탓 3계단 하락 [2018 시평 분석]②'13위→16위' 경영평가액 급감·시평액 2조 깨져
김경태 기자공개 2018-08-30 08:31:07
[편집자주]
시공능력평가는 건설사의 시공 능력을 토대로 업계 위치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표다. 발주처의 시공사 선정에도 활용되는 중요한 잣대다. 때문에 평가액과 순위 변화에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더벨은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주목할만한 변화를 보인 건설사들의 실적과 재무구조 등 전반적인 현황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8월 23일 07: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건설업계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낸 곳은 단연 호반그룹이다. 주택 경기 호황을 틈타 그룹의 모태 호반건설은 매년 몸집을 크게 불렸고 시평에서도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다.그간 '상승'밖에 모르던 호반건설은 올해 시평에서 순위 하락을 경험했다. 오너 2세가 지배하는 회사로 일감이 분산된 것 외에 계열사 정리 작업을 진행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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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은 2008년 토건 시평액 77위를 차지한 후 이듬해에도 같은 순위를 나타냈다. 그 후 2014년까지 5년 연속 순위가 상승했다. 2015년에는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이듬해 다시 순위가 올랐고 13위가 됐다. 지난 10년간 상승세를 경험했던 호반건설은 올해 시평에서 3계단 주저앉았다. 경쟁사 반도건설(12위)에 중견 건설사 1위 자리를 내줬다.
순위가 내려간 원인으로는 오너 2세 회사의 급격한 성장이 우선 지목된다. 호반건설 외에 호반그룹의 계열사 중 올해 시평 100위 내에 이름을 올린 곳으로는 ㈜호반(옛 호반건설주택)과 호반산업(옛 호반건설산업)이 있다. ㈜호반은 김상열 회장의 장남 김대헌 전무가, 호반산업은 차남 민성 씨가 각각 최대주주로 있다.
호반건설이 그룹 일감을 독점하지 못하고, 오너 2세 회사로 분산되면서 외형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었다. 실제 호반건설의 올해 공사실적평가액은 5317억원으로 전년보다 4.8% 감소했다. 호반건설은 김상열 회장이 지분 29.1%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향후 승계를 위해 ㈜호반과 호반산업을 성장시키는 탓에 호반건설의 시평 순위가 하락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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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 회사의 성장보다 이번 시평 순위 하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경영평가액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호반건설의 올해 경영평가액은 1조786억원으로 작년보다 35.7%줄었다. 세부 항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영평가액이 크게 감소하면서 전체 시평액이 2조원을 밑돌았다.
경영평가액은 '실질자본금X경영평점X80%'로 집계하는데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다른 법인과의 합병 등도 고려된다. 올해 2월에는 100% 자회사였던 호반하우징과 에이치비토건을 '1대0' 비율로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3월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경영평가액에 영향을 줬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다른 법인과의 합병이 있는 경우에는 경영평점을 1점으로 동일하게 준다"며 "합병의 효과를 정확히 예상해 집계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일종의 초기화 상태에서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반건설의 경우 재무구조가 좋은 편인데, 1점을 받다보니 작년보다 경영평가액이 감소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반그룹은 과거 공공택지 추첨에서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계열사들을 총동원하는 '벌떼입찰'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 후 택지 입찰 참여 요건이 까다로워지고 공급이 줄어들자 계열사 정리 작업에 나서고 있다. 땅을 확보해 사업을 할 수 있는 곳들은 유지하고 그 외에는 없애는 것이 일반적이다. 호반건설은 작년에 에이치비리빙, 에이치비개발, 에이치비건설, 에이치비엔지니어링 등의 연결 종속사를 합병하거나 청산한 바 있다.
올해 호반하우징과 에이치비토건이 정리되면서 연결 종속사는 호반자산개발이 남아있는 상태다. 호반자산개발은 호반건설이 2015년 인수한 곳이다. 옛 이름은 우방이엔씨였는데 올해 7월 상호를 바꿨다. 호반건설은 같은 달 호반자산개발의 유상증자에 500억원을 투입하며 법인을 유지할 의지를 보여줬다.
다만 호반자산개발은 매출 전부가 분양수익인 전형적인 시행사로 향후 토지 확보가 시원치 않을 경우 외형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 현재는 아니지만 앞으로 부진할 경우에는 다른 계열사들처럼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때 호반건설과 합병하는 방식을 택하면 또다시 경영평가액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호반그룹 관계자는 "호반건설의 경우 올해 경영평가액으로 인해 순위가 하락했지만, 내년에는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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