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9월 06일 16: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 맥주업체 오비맥주는 매각설(說) 자체만으로도 시장의 눈길을 끄는 곳이다. 수입맥주 공세로 토종 주류업체가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도 있지만 국내 맥주 출하량은 연간 180만톤을 웃돌아 소주(140만톤), 위스키 등(40만톤)을 압도한다. 이 중에서 맥주시장의 60%를 오비맥주가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 최근 5년간 이어져왔다.

때문에 오비맥주가 AB인베브의 품을 떠난다면 국내 맥주시장의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게 식품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단번에 시장 리딩업체로 거듭나 경쟁사로서도 오비맥주의 변화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독·과점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은 하이트진로나 최근 수천억원대 설비 투자비를 집행해 자금 여력이 없는 롯데칠성의 사정을 감안하면 주류업체보다는 재무적투자자(FI)가 오비맥주 매각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5년간 외형 1위 '유지'…공세 딛고 매출 1.6조 돌파

오비맥주는 외형과 수익성이 모두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오비맥주는 전년대비 7.6% 증가한 매출 1조6635억원을 거둬들였고, 영업이익은 32.7% 증가한 494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9.7%로 전년대비 5.6%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5637억원으로 집계됐다.

2014년 AB인베브가 어피너티-KKR 컨소시엄으로부터 오비맥주를 다시 사온 뒤, 최근 4년(2014~2017년) 평균 매출액증가율과 영업이익증가율은 각각 2.9%, 4.0%로 나타났다. 주력제품 카스(Cass)의 산화취(소독약 냄새) 논란과 롯데 '클라우드' 시장 진입 등 실적에 영향을 줄만한 이벤트가 존재했으나 시장 공략을 이어갔다.

이후 지난해 연말 기준 2조5000억원으로 추산되는 국내 맥주시장에서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2011년 시장점유율 1위를 탈환한 오비맥주는 하이트진로와의 격차를 점차 벌려왔다.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 맥주시장은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와 그를 뒤따르는 롯데칠성음료 등 '2강 1약'으로 재편됐다.

현재 오비맥주의 실적 증감추이를 감안하면 매도자의 눈높이가 2014년 당시 오비맥주 인수가(6조2350억원)를 밑돌지 않을 것으로 식품업계는 내다본다.

다만 주류업체가 오비맥주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게 유통업계의 전망이다. 이미 시장에 진입해있는 하이트진로와 롯데 등 양대 사업자는 공정거래법상 독·과점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할 뿐더러 와인유통, 소주 등 유사 사업군을 보유한 신세계그룹은 오비맥주를 매력적인 매물로 바라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주류시설 증설에 7000억 투자한 롯데…유통업계 인수여력 '글쎄'

식품업계에서는 주류사업 확장 의지가 있는 롯데가 오비맥주 인수에 관심을 보일 수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다만 주류공장 신축 및 증설에 7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롯데칠성음료가 경쟁사 인수 등에 추가 지출을 감내하기는 어렵다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2014년 맥주시장에 신규 진입한 롯데칠성음료는 맥주·생산설비를 확충해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를 바짝 뒤쫓고 있다. 롯데는 충주에 위치한 1·2공장에 2000억원, 5890억원을 순차적으로 투자했다. 지난해 소주·맥주 등 주류부문 매출이 7643억원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성장성에 과감한 베팅을 한 셈이다.

대규모 투자가 이어진 뒤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의 생산실적은 22만 3698㎘ 로 올 2분기 기준 22만㎘ 를 웃돈다. 평균가동률(제조원가/생산능력금액)은 56.6%로 나타났다. 가동률을 높여 출고량을 확대할 경우 주류 3사의 본격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국내 주요 주류업체가 처해있는 사정이 저마다 다른 탓에 식품업계는 오비맥주가 매물로 나올 경우 유관업종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전략적투자자(SI) 혹은 재무적투자자(FI)의 인수 가능성이 존재할 것으로 내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