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발빼는 삼성, 메디슨 향방은? [Company Watch]체외진단 매각, 3년새 사업부 크게 축소…'돈 안되는 사업' 정리 움직임
김장환 기자공개 2018-09-21 08:12:40
이 기사는 2018년 09월 20일 15: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이 의료기기 사업 정리 절차에 박차를 가하면서 해당 부문 핵심 사업체인 삼성메디슨의 향방도 주목된다. 삼성은 최근 매각 절차에 돌입한 체외진단기 사업(IVD) 외에는 정리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의료기기 분야에서 서둘러 발을 빼는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메디슨의 적자 추세가 재차 시작됐다는 점이 주목된다.삼성은 지난 6월 미국 의료기기업체 넥서스(Nexus DX)를 매각했다. 인수 7년 만에 이뤄진 일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4월 26일 이에 대한 의사결정을 이미 내려둔 상태였다. 이사회 산하 경영위원회 의결을 거쳐 삼성일렉트로닉아메리카(SEA) 자회사였던 넥서스를 독일기업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이 매각한 의료기기 업체는 이뿐만이 아니다. 삼성메디슨은 의료기기 사업 강화를 위해 2010년 인수했던 엑스레이 업체 '레이'를 5년 만에 팔았다. 실적 부진 장기화에 자본잠식에 빠질 정도로 재무 부실이 확대됐던 탓에 내린 결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레이는 기술력을 갖춘 업체이기는 했지만 이미 포화상태였던 의료기기 시장에서 활로를 찾지 못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IVD 사업 매각 계획도 최근 밝혔다. IVD는 체외진단의료기기 생산 사업이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제약·의료기기 전문업체인 일본 니프로(Nipro)가 해당 업체를 인수할 계획이다. 100여명 규모 IVD 직원 전부를 고용 승계하는 방식으로 매각·인수 절차가 곧 마무리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조만간 거래가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이번 결정한 IVD 매각까지 고려하면 2010년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삼아 야심차게 진출했던 의료기기 사업 부문은 이미 크게 축소됐다고 볼 수 있다. 삼성이 올해 180조원에 달하는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의료기기 분야 투자 계획은 없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삼성은 이번 투자 발표를 하면서 인공지능·5G·바이오·전장을 4대 주력 사업으로 내세웠다. 의료기기에 진출한지 8년 만에 해당 사업을 성장 불가능한 영역으로 결론 내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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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계기로 삼성이 의료기기 사업 전반을 완전히 정리할 것이란 관측도 지속해 들린다. 삼성은 과도한 인력을 감원하기를 원해왔지만 마땅한 부문을 찾지 못했다. 만약 의료기기 사업을 정리하게 되면 약 1000명 규모의 인력 정리가 가능해진다. 인력 구조조정 측면에서 보면 삼성에 의료기기 사업 철수는 매력적인 카드일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적 측면에서 봤을 때도 남은 의료기기 사업부를 정리하고자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수년 동안 수익을 남기지 못한 탓이다.
일단 삼성의 의료기기 사업은 삼성전자 내부 사업부와 삼성메디슨 두 곳으로 양분돼 있다.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부는 영상진단기, 삼성메디슨은 초음파진단기기 등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메디슨은 수익이 수년 동안 역성장했다. 올 상반기에도 대규모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매출액은 14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늘었지만 164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해 수익은 적자 전환했다.
올 상반기 적자 전환은 매출원가가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원재료 가격이 크게 오른 탓이다. 초음파진단기 생산 원재료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엘리먼트는 올 상반기 말 기준 국내산은 148만원, 수입산은 219만원을 기록했다. 초음파진단기 1대를 생산할 때 사용되는 원재료 가격이다. 전년 말 각각 76만원, 200만원이었다는 점과 견줘볼 때 상당히 오른 수준이다. IC 등 가격도 소폭 올랐다.
삼성메디슨의 이 기간 원재료가 상승은 프리미엄 모델 생산 증가로 인해 비롯된 현상으로 풀이된다. 초음파 생산단가가 그만큼 오를 수밖에 없었다고 볼 수 있다. 프리미엄 모델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비 지출도 커졌다. 지난해 상반기 227억원이었던 연구개발비는 올해 동기 307억원대까지 늘었다. 원재료가와 연구개발비 증가는 모두 영업이익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올해 남은 기간 역시 지속될 수밖에 없는 현상으로 평가된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의료기기 사업 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공격적인 투자를 중단할 계획인 만큼 삼성메디슨의 실적 악화 부담도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3313억원을 들여 인수한 삼성메디슨은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된 적자로 인해 꾸준히 철수설에 휩싸여왔다. 삼성전자는 최근 들어 삼성메디슨 등 의료기기 사업에 직접적인 추가 자금 투입은 피하고 있는 상태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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