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판지, 父 증여로 구축한 '류진호 1인체제' [제지업 생존전략]④지분율 4%→22% '최대주주' 등극, 모든 계열사 대표직 수행
심희진 기자공개 2018-10-10 08:35:45
[편집자주]
종이는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다만 IT(정보기술)산업 발달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제지업계는 이러한 변곡점을 맞아 인수합병(M&A)이나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다양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흥망의 기로에 서있는 국내 제지업체들의 현주소와 생존 전략 등을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18년 10월 02일 15: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류종욱 삼보판지그룹 회장의 차남인 류진호 사장은 부친으로부터 가장 많은 지분을 물려받으며 승계 기반을 마련했다. 4%에 불과했던 지분율은 단 한 번의 증여로 22%까지 상승했다. 이후 그룹 핵심인 삼보판지는 물론 고려제지, 한청판지, 삼보판지 등 주력 계열사 대표직을 겸하며 오너십을 구축했다.창업주인 류종욱 회장은 1973년 3월 동생 류종우 부회장과 함께 삼보판지를 설립했다. 국내 종이 소비량이 점점 늘어나자 10여년간 해온 청과물 군납 사업을 접고 골판지 시장에 뛰어들었다.
초반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설립 첫해 불거진 1차 석유파동으로 서울 강서구에 마련한 생산공장을 잠시 폐쇄해야 하는 위기를 맞았다. 1990년대 중반에는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들여오기로 했던 외산 장비가 외환위기에 따른 환율 상승으로 가격이 치솟는 바람에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여러 우여곡절에도 류씨 형제는 포기하지 않고 골판지 사업을 밀어붙였다. 경기도 부천, 안산 등으로 사세를 넓힌 끝에 설립 30년만에 골판지업계 빅4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류종욱 회장과 류종우 부회장은 경영권뿐 아니라 지분도 나눠 가졌다. 2000년대 초반 삼보판지 최대주주는 류종욱 회장으로 지분 37.33%를 보유했다. 그 뒤를 이어 류종우 부회장이 22.88%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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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구도에 변화가 생긴 건 오너 2세들이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다. 류종욱 회장의 장남 류경호 삼보개발 대표와 차남 류진호 삼보판지 사장은 2003년 각각 삼보판지 지분 4.85%, 1.42%를 확보했다. 이듬해 류경호 대표는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5.11%까지, 류진호 사장은 4.52%까지 늘렸다.
삼보판지의 지분구조가 창업세대에서 2세대로 완전히 넘어간 건 2005년의 일이다. 그해 류종욱 회장은 들고 있던 지분 전량을 두 아들에게 증여했다.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에 오른 인물은 바로 차남 류진호 사장이다. 류진호 사장은 삼보판지 지분율을 21.87%로 끌어올렸다. 숙부이자 2대주주인 류종규 전 대림제지 대표와의 격차는 7%포인트였다.
장남 류경호 대표는 13.68%의 지분을 확보하며 3대주주에 올랐다. 류종우 부회장의 장남 류동원 동진판지 대표도 부친으로부터 10% 지분을 물려받으며 삼보판지 주주명부에 등장했다.
가장 많은 지분을 단숨에 확보한 류진호 사장은 2006년 2월 삼보판지에 입사해 후계자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류진호 사장이 삼보판지 경영권을 물려받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예상과 달리 2008년 류동원 대표가 삼보판지 대표이사(사장)에 오르며 2세 판도에 변화가 생겼다. 류진호 사장보다 5살 많은 류동원 대표는 2004년부터 삼보판지 이사진에 합류해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해왔다. 류진호 사장은 입사 2년만인 2008년 임원으로 승진하며 사내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승계구도가 더욱 복잡해진 건 류종우 부회장과 류종규 전 대표가 류동원 대표에게 보유 지분을 넘겨주면서다. 2009년 류동원 대표는 삼보판지 지분율을 15.18%로 끌어올리며 2대주주에 등극했다. 류진호 사장과의 지분율 격차는 11.4%포인트에서 6.7%포인트로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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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류진호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승계구도는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앞서 2015년 삼보판지 총괄업무를 맡은 류진호 사장은 이듬해 5월 류동원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에 선임됐다.
무게추가 류진호 사장에게로 확실히 넘어간 건 2017년 3월 삼보판지 단독대표에 오르면서다. 10여년간 삼보판지를 이끌어온 류동원 대표는 동진판지로 적을 옮겼다. 이로써 소유와 경영이 류진호 사장에게 온전히 집중됐다.
류진호 사장은 삼보판지뿐 아니라 모든 자회사의 경영권도 장악하며 물샐 틈 없는 오너십을 구축했다. 2015년 고려제지를 시작으로 2016년 한청판지, 2017년 삼화판지 등의 대표이사도 겸임하고 있다. 부친의 지분 증여, 그룹 계열사 이사회 장악 등을 통해 확고한 1인체제를 형성했다는 평가다.
여전히 상당량의 지분을 들고 있는 류종욱 회장이 또 다시 증여에 나설 경우 류진호 사장의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류종욱 회장은 두 아들에게 2005년 지분을 넘긴 후 다시 장내매수를 통해 삼보판지 지분율을 11%로 끌어올렸다. 해당 보유분이 모두 류진호 사장에게 이관되면 류진호 사장의 지분율은 30%까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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