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0월 08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매각된 AJ렌터카의 거래 가격이 시장에서 회자되고 있다. 시가의 두배인 3000억원에 인수키로 결정한 SK네트웍스의 화끈한 베팅에 M&A 시장 관계자들은 짐짓 놀라는 분위기다.통상적인 M&A 거래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이 50% 이상을 넘지 않았던 선례를 봤을 때 다소 과한 면이 없지 않다. 더욱이 이번 딜은 다수의 인수 후보간 경쟁이 펼쳐지지도 않았을 뿐더러 SK네트웍스가 당장 급하게 사야할 이유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100% 프리미엄을 줬으니 시장이 화들짝 놀랄 법도 하다.
일각에서는 매도자인 문덕영 AJ네트웍스 부회장의 승리로 보는 시각도 있다. 대기업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갈수록 사업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AJ렌터카를 높은 프리미엄에 팔았으니 협상에서 이긴 것 아니냐는 논리다.
그렇다면 반대로 과연 SK그룹은 AJ렌터카를 인수하는데 바가지를 쓴 패배자일까. 모든 M&A에서 가격은 딜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이슈다. 따라서 타깃 회사의 적정 벨류에이션을 도출하는 일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 SK그룹도 AJ렌터카를 시가보다 두배나 높은 가격으로 인수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란 얘기다.
2015년 KT렌탈(현 롯데렌탈) M&A 시점으로 시계를 되돌려 보자. 두 번의 프로그레시브(호가 경매방식 입찰)가 진행될 만큼 치열했던 협상에서 롯데그룹은 박빙의 경쟁자였던 SK네트웍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를 물리치고 KT렌탈을 가져갔다. 당시 시장에서는 '짠돌이' 롯데그룹의 깜짝 베팅에 놀랐고,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거래금액 1조원 돌파에 한번 더 놀랐다. 1조원 넘게 주고 인수하는 것은 좀 과한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KT렌탈의 상황은 어떤가. 롯데라는 간판을 새로 달고 승승장구중이다. 매년 안정적인 성장과 꾸준한 이익으로 그룹의 알짜 계열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어쩌면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모두가 두려워했던 1조원의 위닝 프라이스가 모험이 아닌 확신이었는지도 모른다. SK네트웍스도 시장의 3위 사업자인 AJ렌터카를 지워버려 1위인 롯데렌탈과 양강체제를 구축하는데 소요되는 비용 3000억원쯤은 충분히 치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사려는 사람은 언제나 싸게 사려하고, 파는 사람은 늘 최대한 비싸게 팔길 원한다. 그것이 경제성을 따지는 인간의 당연한 본성이기도 하다. 그러나 누군가는 상식밖의 기회를 발견하기도 한다. 지금은 비싼 물건이라도 나중에 더 값진 보물로 키울 자신이 있다면 현재의 가치에만 매물돼 허우적 거리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결국 AJ렌터카의 적정 벨류에이션은 지금 당장의 거래 가격만으로 높고 낮음을 판단하기 어렵다. 만약 3000억원 이상의 가치로 계속 성장해 나간다면 오히려 싸게 샀다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는 것은 오롯이 SK네트웍스의 몫이자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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