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 법원으로...회계법인 '감사오류' 도마 위 [코스닥 상장폐지 후폭풍]①본안訴 광장·화우 등 법률대리...금융당국, 재감사 제도 손질 만지작
신상윤 기자공개 2018-10-29 08:23:29
[편집자주]
코스닥 상장사 11곳이 2017년 회계를 결산한 외부 감사인의 '의견거절'로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법원은 이 중 4곳에 대해 절차상의 문제 등을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상장폐지 제도를 두고 기업과 회계법인, 한국거래소 등 이해 관계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불씨가 된 현안들을 짚어보고 상장폐지 제도 전반을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18년 10월 25일 07: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절박한 심정으로 소명할 시간을 더 달라고 했지만 듣는 사람이 없었다."올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만난 한 코스닥 기업 대표는 이렇게 말하며 "기업심사위원회에 참석한 위원들이 1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인터뷰를 하고 상장폐지가 결정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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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는 지난달 19일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코스닥 상장사 15개의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했다. 2017년 회계 결산에서 외부 감사인의 '의견거절' 감사보고서를 받은 회사들이다. 이 가운데 '적정' 의견의 재감사보고서를 받은 4개사를 제외한 11개사가 상장폐지 절차를 밟았다.
국내 코스닥 상장사들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매년 재무제표를 작성해 외부 감사인인 회계법인으로부터 회계 처리의 적정성을 감사받아야 한다. 올해 상장폐지 대상이 된 15개 기업들은 회계법인이 감사를 진행한 결과 회계 처리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올 3월 회계법인들은 △감사자료의 미확보 △특수관계자와의 부적절한 거래 등을 이유로 감사보고서에서 '의견거절'을 표명했다. 이 중 재감사 기간 감사의견이 바뀌어 상장을 유지한 곳은 4개사에 그쳤다.
상장폐지가 결정된 회사들은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이들은 법원에 '상장폐지 결정 등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구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는 이 결과를 기다리지 않은 채 상장폐지 절차를 밟아 주식 정리매매를 단행했다. 하지만 법원은 감마누와 파티게임즈, 모다, 에프티이앤이 등 4개사 상장폐지 절차를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이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점은 크게 △회계법인의 부실 및 고액 감사 △상장폐지 절차의 적절성 등 두 가지다. 우선 회계법인의 부실 감사는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판결문에서 드러났다. 법원은 파티게임즈의 재무제표 계정별 수치에 오류가 있었던 점을 지적하며 회계법인 '의견거절'에 중대한 오류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다고 봤다. 또 감마누에 대해선 법정관리가 진행 중인 종속회사 5개의 결과를 지켜본 뒤에 감사의견을 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상장폐지 절차의 적절성은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11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이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38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가 변경된 시행세칙을 적용하면서 형식적 상장폐지라는 명목으로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시장심의위원회 심의·의결로 이어지던 2단계 절차를 기업심사위원회 심의·의결로 단순화했다는 설명이다. 그 외 기업심사위원회 위원들이 상장폐지 대상인 기업 대표들과 나눈 부적절한 질의응답도 문제로 제기됐다.
한국거래소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회계법인의 감사의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특히 6개월가량의 재감사 기간이 부족하다는 회사의 해명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법원은 4개사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한국거래소가 재감사보고서 제출 기한에 재량권을 갖고 있다고 봤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진화에 나섰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신 외부감사법 시행 준비상황 점검회의'에서 "외부감사 제도가 적절한 수준에서 활용되고 있는지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제도 개선을 한국거래소에 지시했다. 제도 개선과 별개로 상장폐지 절차가 중단된 4개사의 상장폐지 여부는 본안 소송에서 결론이 날 전망이다. 하지만 정리매매 기간 중 상장폐지 절차가 중단된 사례가 많지 않아 본안 판결까지는 길게는 1년 넘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이 법원으로 넘어간 만큼 법무법인 간 자존심 대결도 지켜볼만 하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본안 소송을 위한 소장을 접수한 곳은 4개 상장사 가운데 에프티이앤이가 유일하다. 모다와 파티게임즈, 감마누 등은 아직 본안 소송을 위한 준비 단계를 밟고 있다. 이 중 모다와 파티게임즈는 법무법인 광장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회계 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은 대리인으로 화우를 선정했다. 이밖에 감마누도 대형 로펌을 통해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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