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세탁방지 업무, 전사적 수행 필요 [2018 더벨 리스크매니지먼트 포럼]경영진 인식 전환 필요…비금융전문직도 포함돼야
안경주 기자공개 2018-10-25 15:41:46
이 기사는 2018년 10월 25일 15: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회사의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국제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미국 금융당국은 자금세탁방지 규정의 형식적 준수가 아닌 실질적 운영 효과성에 주안점을 두고 현장검사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을 중심으로 범정부 차원에서 자금세탁방지 제도를 고도화 하고 있다. 이에 금융회사들도 자금세탁방지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연 국내 금융사들은 어떤 전략으로 자금세탁방지 규제 환경 변화에 대비해야 하는 것일까.더벨은 25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금융회사의 자금세탁방지(AML) 내부통제 강화'란 주제로 2018 더벨 리스크매니지먼트 포럼(Risk Management Forum)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글로벌 자금세탁방지 규제 흐름, 컴플라이언스 제도와 조직, 전문인력 양성 문제 등을 살펴봤다.
이날 포럼 참석자들은 금융회사들이 자금세탁방지 업무 역량을 키우기 위해선 전사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있어 단순히 비용 문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운영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고위 경영진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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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은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기획협력팀장은 최근 미국 금융당국이 외국계은행 현지 점포의 송금중계 등 거래 모니터링과 내부통제시스템을 중점 점검하고 적극적으로 제재를 부과하는 등 글로벌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유럽계은행들이 주로 제재를 맞았다면 최근에는 아시아, 특히 동남아시아권으로 포커스가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손 팀장은 "미국 금융당국은 자금세탁방지 규정의 형식적 준수가 아닌 실질적 운영 효과성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추세"라며 "개별 위규 적발 중심에서 내부통제체계 미흡 등에 대한 개선으로 제재 범위가 확대되는 만큼 해외점포 자금세탁방지에 대한 본점 차원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은행의 경우 지난 2016년 농협은행 뉴욕지점이 미 당국에 1100만달러(약 118억원) 과징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자금세탁 의심거래에 연루된 게 아니라 시스템 미비가 문제였다.
또한 내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평가를 앞두고 국내 금융권에선 'AML/CFT(자금세탁방지/테러자금조달금지)' 체계 구축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 팀장은 "내년에 한국도 FATF 상호평가 수검대상인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금융회사 등이 국제적 수준으로 제도를 이행할 수 있도록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FATF 상호평가를 앞두고 예년과 비교해 검사 수를 늘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제기준 강화 흐름을 금융시스템 선진화의 기회로 봐야 한다는 게 손 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AML, CFT 체제완비는 국격 향상과 금융의 대외경쟁력 제고로 이어진다"며 "금융거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선진 금융문화 정착의 최적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내부통제체계를 확립해 자금세탁규제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자금세탁방지 역량이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경영 안정성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상효 KB국민은행 준법감시인은 "국제적으로 금융부문에서 자금세탁방지 역할이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다"며 "자금세탁방지에 대한 글로벌 기준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통제를 선제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BNP파리바은행, 영국 SC은행 등은 AML과 CTF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로부터 수조원에 달하는 제재조치를 부과 받았다"며 "주요국의 제재조치 강화로 자금세탁규제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는 위협적인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외 자금세탁방지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경영진을 중심으로 전사적인 차원의 내부통제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국내 금융당국의 적정한 지도와 가이드라인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준법감시인은 "국제 사회의 엄중한 제재수준이 금융회사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한다는 점에서 정부차원의 지도와 금융권 공동 대응방안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자금세탁방지 전문인력 양성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이 준법감시인은 "국내에서는 자금세탁방지 관련 교육·연수 환경과 공신력 있는 자격증 등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전문기관의 참여를 통해 자금세탁방지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이 다각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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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포럼에서는 비금융 전문직의 자금세탁 의무에 대해서도 짚어봤다. 비금융 전문직(DNFBPs)은 금융업에 종사하지는 않지만 금융회사와 유사하게 자금 흐름이나 자금세탁거래를 탐지할 수 있는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금융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FATF 국제기준은 비금융 전문직에게 AML/CFT 의무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자금세탁범죄의 고도화·지능화로 자금세탁 방지체계 적용분야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FATF가 제시하는 의무는 크게 다섯 가지로 △고객 확인 △기록보관 △의심거래보고 △의심거래보고 사실 누설금지 △AML/CFT(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 방지) 감독·검사·제재 등이다.
정부는 전문화·고도화된 자금세탁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이 비금융 전문 직종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의무 부과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카지노 사업자에 대해서만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부과되고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카지노 이외의 비금융 전문직의 경우 감독 당국 내지는 대한변호사협회 등 자율규제기구 등을 지정해서 의무 이행과 관련된 책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더불어 업무 수행과 관련된 적절한 규제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금융 전문직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내년 FATF 상호평가의) 효과성 평가부문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국내외 금융회사의 준법감사인, 자금세탁방지 업무 담당 실무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백만용 AT커니 컨설팅 전무가 사회를 맡았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금융당국의 검사 방향, 내년 FATF 상호평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등의 질문이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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