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1월 08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한국물(KP) 시장에선 총 세 건의 딜이 발행에 실패했다. 국내 기업들이 외화채권을 찍기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한 해동안 조달이 세 차례나 무산된 적은 없었다. 지난해 투자자 모집에 실패한 곳은 대한항공 뿐이었다.6월 아시아나항공(영구채)과 흥국화재(후순위채)가 투자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달 외화 후순위채 발행에 실패한 뒤, 원화 시장으로 조달처를 선회했다. 세 곳의 기업 모두 한국물에 처음으로 도전하는 '뉴 이슈어(New Issuer)'였다.
데뷔에 실패한 배경은 제각각이지만, 큰 틀에서 살펴보면 공통분모가 있다. 발행사들이 시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조달을 서둘렀다는 점이 특히 그랬다. 아시아나항공과 흥국화재는 미·중 무역분쟁,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투자 심리가 최악일 때 청약에 나섰다. 한화손해보험은 외평채 발행, 홍콩 태풍 등의 영향을 받아 로드쇼를 밀도 있게 진행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들이 투자자의 눈높이를 고려해 금리 욕심을 접은 것도 아니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IB들이 주관사단으로 모였지만, 이들은 예고된 실패를 방관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발행사에 냉랭한 현재 상황을 알리는 대신 '무조건 잘 될 것'이라며 장밋빛 꿈을 심어줬다. 고객에게 소신을 피력할 만한 분위기는 아니었다는 게 다수의 전언이다.
한 신디케이트 관계자는 "세 기업의 주관사단 중 '지금 프라이싱하면 안 된다'고 허심탄회하게 말한 곳은 거의 없었다"라며 "발행사 비위만 무조건 맞추는 게 주관사 역할은 아닐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관사 간의 불협화음까지 생기면서 딜은 산으로 갔다. 의견을 모아도 발행에 성공하기 어려운 마당에 금리, 발행시기 등을 두고 이전투구를 벌였다. 한 기업의 로드쇼에선 외국계 IB 두 곳이 고성을 지르며 다투기도 했다. 한국 증권업 라이선스가 없는 IB들은 무임승차(Free-riding)를 일삼았다. 발행사들이 주관사를 여럿 뽑은 게 오히려 역효과만 낸 것이다.
내년엔 조달을 미뤄온 보험사, 국내 증권사 등이 한국물 시장에 도전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례가 드물어 발행사와 주관사단이 올해처럼 낙관론만 펴다가는 실패 확률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발행이 무산된 세 기업의 사례부터 '열공'해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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