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1월 12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한양행이 국내 제약업계 역사를 새로 썼다.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인 얀센바이오테크와 1조4000억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성사시킨 것이다. 그전까지 국내 제약업계 역대 최대 기술 수출 기록(단일 품목 기준)은 한미약품(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폐암 치료제 8500억원 규모로 기술 수출)이 갖고 있었다.유한양행이 얀센바이오테크에 기술 수출한 품목은 '레이저티닙'이라는 폐암 치료 신약후보물질이다. 레이저티닙은 이미 상업화에 성공한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와 치료 대상이 동일하다.
현재까지 허가받은 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는 타그리소가 유일하다. 레이저티닙은 국내 임상 1상과 임상 2상 중간 결과, 동일한 임상 단계에서 타그리소가 보인 것보다 더 나은 치료 효과를 보여 기대가 크다.
그런데 이 신약후보물질은 처음부터 유한양행 것은 아니었다. 레이저티닙은 2015년 7월 유한양행이 10억원의 계약금을 지불하고 국내 바이오 기업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인 제노스코에서 기술을 도입한 신약후보물질이었다.
유한양행의 신약 연구개발(R&D) 전략은 국내 상위 제약사와는 사뭇 다르다. 많은 오너 제약사들은 오너의 강한 의지와 뚝심으로 오랜 시간과 큰 비용이 드는 신약 개발에 훨씬 적극적인 편이다.
반면 유한양행은 창업주인 고(故) 유일한 박사 타계 이후 소유와 경영을 철저하게 분리하고 지금까지 오너 없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오고 있다. 오너 중심의 경영 체제와는 다르기 때문에 단기 성과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 R&D에는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런 평가에 일침을 가한 게 바로 이정희 대표였다. 유한양행은 2015년 이정희 사장이 대표로 새로 취임하면서 R&D 전략으로 대형 제약사가 외부 기업이나 대학이 개발한 치료 물질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신약후보물질을 확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본격화했다.
유한양행은 이 대표 취임 이후 신약 기술을 가진 바이오 벤처들에 2000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단행했고, 그 결과 유한양행의 신약후보물질은 2015년 초 9개에서 24개(올해 9월 기준)로 늘었다.
많은 국내 제약사들이 자체 개발 신약을 위한 R&D에 자금을 쏟았다면, 유한양행은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대세로 자리 잡은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좋은 기술을 사들이는 방식을 택했고 좋은 결과를 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유한양행뿐 아니라 여러 국내 제약사들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누구나 시도한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번 얀센으로의 기술 수출은 단순히 유한양행에 큰돈을 거머쥐게 해주는 이벤트로만 그치지 않는다. 국내 제약사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약물을 개발할 수 있다는 기술력을 입증했다는 측면에서 국내 제약업계의 신약 개발 모멘텀에도 다시 불씨를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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