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재상륙]'어닝쇼크·신용불안' 현대차, 제 코가 석자인데…자본과잉·현금흐름 불투명 등 지적, '지나친 주주환원 요구' 논란
방글아 기자공개 2018-11-15 08:51:35
이 기사는 2018년 11월 14일 11: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Elliott)이 최근 신용등급 강등 이슈에 휘말린 현대자동차그룹에 또 배당을 요구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무산 3개월만인 지난 9월 주주 제안 형태의 서한을 발송한 지 두달여만이다.현대차그룹은 지난 3분기 증권가에 충격을 안긴 영업이익 3000억원 미만 어닝쇼크를 기록한 뒤 신용평가 등급이 강등됐다. 지난달 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A-'에서 'BBB+'로 한단계 낮추자 하향 타이밍을 재던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줄줄이 아웃룩을 하향했다.
이러한 가운데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 또 다시 자본과잉을 지적하며 배당을 요구하자 지나친 주주환원 요구란 비판이 제기된다. 엘리엇은 자체 의뢰해 받은 콘웨이 맥킨지(Conway MacKenzie) 보고서를 근거로 이 같이 촉구했지만, 나빠진 현대차그룹의 현 상황에서 배당 요구 명분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 이사진에 초과자본금 환원과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는 공개 서신을 전달했다고 13일 밝혔다. 엘리엇은 "기존 개편안이 철회되고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대차그룹은 기업구조 개편을 진전시키기 위한 어떠한 실질적인 소통도 하지 않고 있다"며 "이사회가 3개를 공개적으로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서신에 담긴 3가지 제안은 △그룹 계열사 이사회에 사외이사 추가 선임 및 기업지배구조 개편 관련 협업 △주주들에 초과자본금 환원 및 자사주매입 방안 검토 △모든 비핵심 자산에 대한 전략적인 검토(diversion)로 요약된다.
관련 주장은 동봉한 콘웨이 맥킨지 보고서를 근거로 내세웠다. 보고서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자본 과잉 보유(Overcapitalized balance sheet) △현금흐름표 이용 적절성에 대한 의혹(Questionable use of cash flow) △13조원 이상의 잠재 잉여자본(Potential KRW 13+trillion of excess capital)을 구체적으로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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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과잉을 지적하며 배당을 늘리란 주장은 기존 입장과 동일하다. 여기에 이번에는 투자 결정 과정과 현금흐름표 작성·이용의 불투명성을 추가로 문제 삼았다. 강남 삼성동 부지 매입과 현대건설·제주 해비치호텔·리조트 등 지분 인수 결정이 충분한 근거 없이 이뤄졌다는 지적과 현대차의 자동차 제조 사업부문과 파이낸싱 사업부문의 현금흐름을 별도로 작성·보고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다.
하지만 엘리엇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특정 주주에 추가 정보 제공 등 특혜를 주는 것이 국내법상 불가능한 데다 현대차그룹의 3분기 어닝쇼크에 이은 신용등급 하락으로 배당을 늘려야 할 근거마저 토대가 약해졌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 경영 환경에서 현대차그룹의 높은 유동성은 오히려 위기를 타파할 주요 경쟁력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모빌리시티 서비스와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와 구글 자회사인 웨이모, 다임러-보쉬는 당장 내년 첫 번째 버전의 자율주행차 론칭이 예정돼 있다. 현대차는 포드와 폭스바겐그룹 등과 마찬가지로 2021년 런칭을 목표하고 있어 후발주자인 상황이다.
투자 과정에서 잉여 자금이 대거 빠져 나가며 현대차는 전에 없던 유동성 관리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현대차 재무안정성의 든든한 버팀목인 현금성자산이 수지 적자에 임박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는 현재 연간 상각전이익(EBITDA)으로 자본 지출을 감내하고 있는 상태지만, 최근들어 더 확대된 자본지출과 자금수지 흑자의 뒷배가 돼 온 해외법인 배당금 하락 가능성 등으로 신평업계로부터 유동성 관리 요구를 받고 있다.
앞서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차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하면서 "2018년 일회성 요인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더라도 현대차의 EBITDA마진이 스트레스 케이스(stress case) 상황으로 제시한 8%를 하회하는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며 "현대차의 신용도와 관련해 수익성 회복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해 신용도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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