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종합상사, 시련의 세월 딛고 '백년기업'을 향해 [종합상사 생존전략]①전성기→워크아웃, '범 현대가 격랑' 휘말리고 헤치며 '독자생존' 길로
박기수 기자공개 2018-12-17 08:24:26
[편집자주]
종합상사는 '라면부터 미사일까지' 라는 말로 표현되듯 무엇이건 돈이 되는 사업을 발굴해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으로 의미가 확대됐다. 국내 경제 발전의 중심에 서있었던 종합상사들은 시대의 변화로 사업 다각화를 통해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 더벨이 국내 주요 종합상사의 발자취와 현주소, 향후 행보 등을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18년 12월 07일 15시0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종합상사들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현대종합상사는 그중에서도 최전성기를 보냈다. 2000년 당시 회계기준 상 한 해 매출은 무려 42조원이다. 국내 전체기업을 통틀어 외형 1, 2위를 다퉈오던 기업이 바로 현대종합상사다.현대종합상사는 1976년 현대그룹의 수출입 전문 기업으로 설립됐다. 정부의 종합상사 부흥 정책에 1978년 종합무역상사로 지정된 후 같은 해 국내 최초로 종합상사로는 단독으로 해외 순회 세일즈단을 파견하기도 했다.
이후 현대종합상사는 '재계 1위' 까지 지위가 상승했던 현대그룹의 종합상사로서 '수출 대한민국'을 이끄는 선봉장 역할을 했다. IMF 사태가 일어났던 1990년대 후반에도 현대종합상사는 1996년 매출 21조9438억원, 1997년 26조5193억원, 1998년 35조1329억원, 1999년 38조8662억원 등 재계에서의 존재감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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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2003년 상황이 부정적으로 급변했다. 우선 2002년(17조9231억원)과 비교했을 때 급감한 2003년(1조6579억원)의 총매출이 의문을 자아낸다. 이는 당시 도입됐던 기업 회계 기준의 변화 때문이었다. 새로운 회계기준은 계열사 등으로부터 수출을 대행 받은 경우 그에 따른 '판매수수료'만 매출로 잡도록 정했다.
기존에는 수출대행분 전체를 매출로 잡아 왔다. 현대종합상사를 비롯한 삼성물산·LG상사·SK네트웍스(당시 SK글로벌)·포스코대우(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의 매출 규모가 1년 만에 '뚝' 떨어졌다. 이는 현대종합상사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기에 한 기업만의 부정적인 변화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여기에 현대그룹과 현대종합상사 내부의 이슈가 겹쳤다는 게 문제였다. 2000년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일어난 '왕자의 난'으로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이 분리됐고, 이후 현대중공업그룹과 현대백화점, 현대금융기업 등 친족 간 계열분리가 이뤄졌다. 계열간 거래기반으로 안전판을 마련하는 종합상사 입장에서는 악재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수익성도 악화일로였다. IMF 기간 동안 매출 외형은 유지하고 있었지만 영업이익률이 재무건전성을 받쳐줄 만큼 창출되지 못했다. 2000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던 현대종합상사는 2002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이듬해 워크아웃에 돌입한다. 대한민국 수출입을 호령하던 재계 1위의 종합상사가 일순간에 존폐를 논하는 수준까지 추락한 셈이다.
◇실패 딛고 워크아웃 졸업…현대重 품으로
현대종합상사는 무너지지 않았다. 생존전략을 모색하면서 자원개발과 조선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2005년 6월 국내 상사 최초로 1~2만톤급 중소형 선박건조가 가능한 중국의 청도현대조선소를 출범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긴 했지만 조선소 사업은 초기 당기순이익을 창출하며 이익을 내기도 했다.
이어 중앙아시아 자원개발사업을 위해 카자흐스탄 등으로 진출했다. 예멘 마리브 유전사업과 오만 LNG사업, 카타르 라스라판 LNG사업, 러시아 서캄차카 석유 광구 등 자원개발 사업에 진출하며 배당수익과 수익을 올리기 시작했다. 워크아웃 돌입 이후 1조원대를 맴돌던 매출도 2008년 3조4860억원으로 회복하며 이듬해 워크아웃을 졸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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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은 2009년 채권단으로부터 현대종합상사의 총 주식의 50%+1주를 2500억원에 매입했다. 현대그룹에서 떨어져 나간 현대종합상사가 다시 현대중공업그룹에 편입되던 순간이다. 현재 수장인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사진)도 이때 회장에 올랐다.
워크아웃 이후 '투자부적격등급'을 받았던 현대종합상사는 그룹 편입 이후 '투자적격등급(A0)'까지 신용등급이 급상승하기도 했다. 이 신용등급은 2005년 인수했다가 골칫거리가 됐던 청도현대조선을 정리하고 난 뒤인 2014년 NICE신용평가로부터 A+(안정적)까지 오르기도 했다. 예멘 LNG 현장 수익 실현 등에 따른 자원개발사업의 수익창출력도 신용등급 상승에 한몫했다.
◇다시 한번 계열 분리…독자 생존으로 '백 년 기업' 까지
2015년 모회사 현대중공업은 큰 결단을 내린다. 우선 당해 현대종합상사는 브랜드 부문과 신사업 부문을 별도 법인(현대 C&F)으로 인적분할했다. 그리고 현대중공업은 보유하고 있는 현대종합상사의 지분을 현대 C&F에, 현대 C&F의 지분을 정몽혁 회장에게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총 1194억원이었다.
동시에 현대중공업과 현대종합상사는 계열 분리를 단행한다. 그룹의 역량을 핵심 사업 위주로 집중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는 정몽혁 회장이 현대종합상사 지배구조(정몽혁→현대C&F→현대종합상사)의 최상단에 오르던 순간이자 자율 경영의 시험대가 시작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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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종합상사의 현재 적(籍)은 현대그룹도, 현대중공업그룹도 아닌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이다. 화려했던 현대그룹 시절이나 재기를 시작했던 현대중공업그룹 시절과 같은 든든한 그룹 배경은 없어졌지만 현대종합상사는 '독자 생존'에 적응해가고 있는 모습이다. 종합상사의 생존력 잣대 중 하나인 계열기반 거래(범현대가) 비중은 오히려 늘고 있다.
현대종합상사의 모토는 더 이상 '1등기업'이 아니다. 다만 시장에서 사라지지 않는 '백 년 기업'을 모토로 하고 있다. 현대종합상사는 포스현대(철강 코일센터), 자동차 부품 합작회사, 선박엔진 부품사업 등 트레이딩 연계사업을 발굴하고, 코퍼레이션홀딩스는 육류 유통 사업과 캄보디아 망고 농장 사업 등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말까지 현대종합상사는 매출 3조5772억원을 거뒀다. 지난해에는 4조30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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