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은행 출신 CEO 하마평…'투자DNA' 소멸되나 타 은행계 증권사 대비 비교우위 사라져…초대형 IB 경쟁력 상실 우려
민경문 기자공개 2018-12-19 09:47:17
이 기사는 2018년 12월 18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증권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사상 첫 은행권 출신 사장(CEO)의 부임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직원들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투자금융 DNA를 잃고 여타 은행계 증권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일부에서는 초대형 IB로서의 경쟁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2016년 12월 KB증권의 각자 대표로 선임돼 지난해 말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던 윤경은·전병조 사장은 최근 KB금융지주에 대표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오는 19일 후임 대표 추천이 예정된 상황에서의 갑작스런 동반 사의 결정에 회사 안팎이 술렁인다. 당초 17일 임원회의가 예정돼 있었으나 돌연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단독 대표로 올라설 지는 업계 초미의 관심사였다. 자산관리·S&T(윤경은 사장)과 IB(전병조 사장)간 실적 경쟁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을 받았다. 비효율적 보고 체계도 논란거리였다. 일단 2년의 '테스트' 기간을 겪은 만큼 이번에는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당사자인 두 사람이 사의를 밝히면서 3자 부임 시나리오가 유력해진 상태다. 특히 내부 승진보다는 KB은행 출신이 내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부행장의 구체적인 실명까지 거론하기도 했다. 내부적으로는 '낙하산 인사'를 우려하며 증권사로서의 정체성이 약화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KB증권은 과거 한누리투자증권 시절부터 은행권 인사가 CEO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2008년 KB지주에 포함된 이후에도 김명한 사장(JP모간, 도이치뱅크 등 외국계), 노치용 사장(현대증권), 정회동 사장(NH농협, 솔로몬, 아이엠증권), 전병조 사장까지 모두 증권업계 인사가 사장 자리를 도맡았다.
시장 관계자는 "만약 KB은행 출신이 KB증권 사장으로 부임한다면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와 같은 여타 은행계 증권사와 차별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대증권 인수 이후 비은행 계열로서의 증권사를 키울 것이라는 기대감보다는 오히려 은행 2중대로서 보수적인 경영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나마 채권 전문 하우스에서 주식자본시장(ECM)과의 균형을 도모하며 IB 실적을 확대해 왔던 KB증권이었다. 올해 3분기까지만 봐도 전통 IB와 부동산 등 구조화를 통해 올린 영업이익은 KB증권의 전체 실적의 절반에 육박했다. 중국기업 ABCP 여파를 겪진 했지만 S&T부문도 하반기 들어 반등하는 행보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은행권 인사가 내려올 경우 KB증권의 초대형 IB 전략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현대증권 인수를 통해 무늬만 초대형 IB 형태를 갖췄을 뿐 결국 IB 본연의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 영업은 꺼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직 승인받지 못한 발행어음 역시 KB은행과의 이해상충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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