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이동걸式 '인사실험' 정착할까 신임 부행장에 본부장 대거 발탁…노조위원장 출신도
안경주 기자공개 2019-01-08 14:43:10
이 기사는 2019년 01월 04일 17: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취임 1년 3개월여 만에 첫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다소 파격적이란 평가를 받지만 그동안 조직을 면밀히 지켜봤던 이 회장이 능력있는 본부장을 신임 부행장으로 발탁했다는 해석이다. 또 산업은행 설립 이후 처음으로 노조위원장 출신 부행장을 선임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친노조 정책을 이어갔다는 평가도 나온다.산업은행은 지난 1일 5명의 부행장을 새롭게 선임했다. 성주영 부행장의 수석부행장(전무이사) 이동과 임기만료된 전영삼 부행장과 김재익 부행장이 물러나면서 세 자리가 빈 데다가 기존 두 자리의 공석까치 채워지며 5명의 부행장이 신규 선임된 것이다.
오진교 강북지역본부장은 중소중견금융부문 부행장에, 양기호 혁신성장금융본부장은 리스크관리부문 부행장에, 배영운 해양산업금융본부장은 심사평가부문 부행장에 각각 선임됐다. 장병돈 미래전략연구소장과 최대현 비서실장은 각각 혁신성장금융부문 부행장과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을 맡게됐다.
눈에 띄는 점은 5명의 신임 부행장 중 3명이 본부장 출신이라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부장-부행장(또는 본부장)'의 승진 인사제도를 적용해왔다. 이 때문에 그동안 산업은행 임원인사는 부장에서 부행장으로 승진하는 것이 공식이었다. 부장에서 본부장으로 승진하면 사실상 부행장 승진이 불가능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산업은행의 본부장이 부행장으로 승진한 사례는 두 번에 불과했다.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했던 정용석 전 부행장과 임맹호 부행장이다. 정 전 부행장은 구조조정본부장에서 구조조정부문 부행장으로, 임 부행장은 PF본부장에서 창조성장금융부문(현 중소중견금융부문) 부행장으로 각각 선임된 사례 뿐이다.
그러나 이 회장이 실력 중심의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승진 제도에 변화를 줬다는 평가다. 특히 '부장-본부장-부행장'으로 이어지는 승진제도가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2017년 취임 후 이 회장이 지속적으로 본부장 중에서 실력 있는 인물을 부행장으로 선임하겠다는 뜻을 내비쳐왔다"며 "기존의 부행장 승진 틀이 깨지면서 조직에 변화를 주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지역본부장을 맡으면 부행장 승진이 어렵다는 이유로 본부 부서장들이 기피했지만 앞으로 이 같은 모습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노조위원장 출신 부행장이 탄생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으로 선임된 최대현 비서실장이 그 주인공이다.
최 부행장은 1992년 산업은행에 입행한 이래 베트남 주재원, 종로개인금융지점장, 사모펀드실 운용2팀장 등을 맡았다. 이어 대우건설관리단장과 기업금융3실장을 거쳐 2018년부터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지난 2001년 10월부터 2004년 10월까지 3년간 지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 역사상 노조위원장 출신 부행장은 처음"이라며 "친노조 인사가 경영진(임원) 합류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의 노조 친화적 정책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이사제 도입 등에 앞서 이 회장이 노조의 경영참여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를 유도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다른 산업은행 관계자는 "최 부행장은 노조위원장 출신인 만큼 친노조 성향이라고 볼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상 노조의 경영참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 회장이 앞장서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이 같은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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