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1월 10일 08: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한양행이 새해 벽두부터 1조원 가까운 규모의 대형 신약후보물질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다시 한번 국내 제약업계를 놀라게 했다. 자체 개발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를 8800억원에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에 넘기기로 했다.작년 2개의 신약후보물질(퇴행성 디스크 치료제와 폐암 치료제)을 각기 다른 글로벌 제약 바이오 기업에 2400억원,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한 데 이어 세 번째다.
유한양행은 그동안 연구개발(R&D)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 자체 개발보다는 다국적 제약사 제품을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는 '외산 신약 유통업체'라는 비꼼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기술수출 계약을 통해 이같은 업계의 비판을 모두 날렸다. 우선 이 NASH 치료제는 유한양행이 자체 R&D를 통해 개발했다. 지난해 기술수출이 이뤄진 신약후보물질 2개는 모두 국내 바이오 벤처에서 도입해서 개발 중인 것으로, 원개발사가 유한양행은 아니다.
게다가 이 NASH 치료제는 현재 신약후보물질 도출 단계로 아직 최종적으로 후보물질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기술수출이 이뤄졌다. 이는 길리어드가 사람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임상뿐 아니라 이에 앞서 동물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전임상조차 들어가지도 않은 상태의 이 치료제의 성공 가능성을 봤다는 뜻이기도 하다.
리서치 아주 초기 단계의 신약후보물질을 글로벌 제약사가 거액을 주고 사들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유한양행이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R&D 능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무엇보다 길리어드는 유한양행과 아주 돈독한 관계를 맺어온 다국적 제약사다. 유한양행은 그동안 국내에서 길리어드의 C형 간염 치료제 등을 판매해왔고, 자회사인 유한화학이 생산한 원료의약품을 이 회사에 공급하고 있다.
양사가 수년간 구축해온 협력 관계는 제품 판매를 넘어 신약 R&D까지 이어졌다. 그런 점에서 유한양행을 향한 '다국적 제약사 제품만 떼어다 판다'는 식의 비난은 힘을 잃게 됐다.
유한양행은 국내 제약업계에서 오너십이 없는 대표적인 제약사 중 한 곳이다. 전문경영인이 이끄는 만큼 십여 년간 수천억원이 드는 R&D 투자에 인색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늘 한계로 지적됐다.
하지만 이정희 사장은 취임 첫해인 2015년부터 벤처, 연구기관 등이 발굴한 후보물질을 도입해 신약으로 개발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또 R&D 역량 강화를 위해 매년 투자도 확대했다. 유한양행은 2017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긴 R&D 투자 규모를 올해 2000억원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성공 가능성이 10%에도 못 미치는 신약 개발은 대표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사업이다. 유한양행 전문경영인의 뚝심이 앞으로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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