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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온 '감사맨'이 90도 인사를 한 이유는 김조원 대표 첫 간담회..부정적 이미지 씻고 신뢰 주문

구태우 기자공개 2019-01-18 11:09:42

이 기사는 2019년 01월 17일 1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카이·KAI) 대표이사가 취재진을 향해 몸을 낮췄다. 김 대표이사는 17일 오전 서울 공군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항공우주산업이 국가 발전의 한축이 될 수 있도록 많이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김 대표이사는 취재진을 향해 90도 인사를 했다. 격식을 갖추거나 예의를 갖추기 위한 모습도 아니었다. 김 대표가 취재진을 향해 몸을 낮춘 데는 카이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고 신뢰를 주문하기 위한 차원이다.

카이는 2년 연속 악재에 시달렸다. 2017년 방산 비리 등 부정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고, 지난해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은 부품결함으로 추락해 사상자가 발생했다. 방산 기업의 특수성 때문에 국민의 관심을 받지 않았는데, 지난 2년 동안 여론의 채찍을 받았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 앞서 마린온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국군장병에 애도를 표했다. 김 대표는 "안전하고 또 안전한 비행기를 만들겠다"고 연거푸 강조했다.

김 대표는 38년의 공직 생활 동안 '을'의 위치에 있었던 적이 없다. 김 대표는 주무부처가 경계하는 감사원에서 공직의 대부분을 지냈다. 감사원 수장격인 사무총장까지 지냈다. 이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총장을 거치면서 학계에도 몸담았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당무 전반을 감사하는 당무감사원 원장을 지냈다. 경력의 대부분을 감사 업무를 한 셈이다. 조직의 비리와 부정에 메스를 들이대고 조직이 느슨해질 때면 고삐를 죄었다. 국가전략사업평가 단장 시절 민자유치사업과 지역균형개발사업 등을 지휘했다. 신뢰가 실추됐던 카이를 혁신할 적임자였던 셈이다. 김 대표를 임명한 카이 최대주주인 은성수 수출입 은행장은 "카이의 문제는 기술이 아닌 경영투명성"이라고 말해 낙하산 인사 논란을 일축했다. 이 한마디에 인사 논란이 종식됐다.

김 대표는 2017년 10월 카이 이사회를 통해 임명됐다. 취임 3년째를 맞은 김 대표는 올해 카이 혁신 작업에 본격 나선다. 지난 1년여 동안 연 매출 2조원대인 카이의 업무를 파악하고, 어떤 부분을 개선할지 밑그림을 그렸다. 올해는 실행에 옮기는 해로 보인다. 김 대표가 취임 후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가진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2시간 넘게 진행된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의응답에 빠뜨리지 않고 답했다. 관련 분야의 전문성이 필요한 질문에도 스스럼 없이 답했고 세부적인 내용도 답변에 담겼다.

김 대표는 '인사, 재무, 품질 등 전 부서 중 어느 부서가 제일 개선이 필요했느냐'를 묻는 질문에 솔직하게 답해 취재진을 놀래켰다. 단점은 최대한 줄여 얘기하고, 장점은 돋보이게 하려는 기업인의 모습과 대비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김 대표는 "전 부서가 개선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내부 통제와 관리 시스템이 모든 면에서 느슨했다. 편한대로 의사결정을 해왔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어제 밤에 한 의사 결정을 이튿날 아침 기자가 물었을 때 당당하게 답할 수 있어야 좋은 결정이다"고 답했다.

김조운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이사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카이) 대표이사가 17일 공군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김 대표는 카이 수장을 맡자마자 경영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 새로운 경영시스템을 구축해 뉴 카이로 도약하기 위한 조치였다. 분식회계, 채용 비리 등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위 임원 7명을 보직해임했다. 방산 기업은 주 거래처가 정부인 탓에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성향을 띤다. 김 대표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보였던 모습은 이 같은 오해를 해소하기 충분했다. 김 대표는 10여개에 달하는 질문에 가감없이 답했고, 카이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서도 스스럼없이 얘기했다. 부정적인 점은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점은 돋보이게 하려는 일반적인 기업 대표와는 다른 모습이었다는 게 취재진들의 평이다.

카이가 해외 수주에 실패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도 김 대표는 솔직하게 답했다. 김 대표는 "카이에 와서 답답한 게 세계 방산시장이 얼마나 냉혹한지 잘 모른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APT 교체 사업에 보잉이 낙찰된 건 (보잉이) 끊임없이 민간회사와 경쟁하면서 원가 절가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이의 낮은 수익성 구조는 국내 시장에서 지배자 위치에 있으면서 자기 혁신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APT 교체사업은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 사업으로 사업 규모는 17조원에 달한다. 미국 보잉사가 주요 업체를 제치고 사업을 따냈다. 카이는 입찰가가 현격하게 높아 떨어졌다.

김 대표가 잔여 임기 2년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는 '시스템'이다. 김 대표는 "카이를 특정인이 아닌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회사로 바꾸고 싶다"며 "사장의 권한을 줄이고, 시스템에 움직일 수 있게 만들려고 한다. 아직 절반도 못왔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90도 인사에 진정성이 느껴진 이유다.

한편 카이는 올해 민수 사업과 미래형 무인이동체(드론) 등을 신규 성장 동력으로 확보해 2030년까지 항공우주산업을 연 20조원 규모로 키우는 비전을 내놓았다. 탑승인원 100인 미만의 중형기를 개발할 계획이다. 폭증하는 국내 항공수요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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