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1월 28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한진그룹을 두고 난처해졌다. 이번주까지 주주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어느 쪽이든 부담스러운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국민연금은 한진칼의 지분 7.34%, 한진의 지분 7.41%, 대한항공의 지분 11.56%를 보유하고 있다. 여느 대기업 군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오랜기간 지분을 보유하며 '단순투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태도를 유지해 왔다.
변화가 생긴 건 지난해 11월이다.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가치 제고를 목표로 삼는 KCGI가 한진칼 지분을 대거 매입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오너가에 부담스러운 요구를 하는 2대주주가 나타난 상황에서 3대주주인 국민연금도 자연스레 주목받았다. 특히 지난해 7월말 국민연금도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를 도입하기로 한 만큼 더욱 관심은 커졌다.
국민연금은 지분 보유 기업에 대해 주주권 행사 등 결정을 내릴 때 기금운용본부의 단독 판단이 힘들면 기금운용위원회 내 수탁자책임위원회의 의견을 묻는다. 이 위원회는 기금운용본부가 판단하기 곤란해 전문위에 결정을 요청한 사안을 결정한다. 전문위원회 주주권행사 분과 위원 3인 이상이 장기적인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전문위원회에 회부할 것을 요구하는 사안을 결정한다.
수탁자책임위는 한진그룹에 대한 개입 여부 결정을 위해 지난해 말과 지난 23일 두 차례 열렸다. 회의에선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이사 해임, 대한항공 이사 연임에 반대표를 던질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끝내 결론 짓지 못하고 상위 회의체인 기금운용위원회에 공을 넘기기로 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내달 1일 예정돼 있다.
수탁자책임위가 열린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은 한 회의에서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선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언급했다. 국민연금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발언이다.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25일 금융위원회에 질의서를 보냈다. 10%룰의 예외적용이 가능한지 여부를 묻는 내용이다. 한진칼 주식은 10% 미만이지만 대한항공의 경우 10% 이상이다.
자본시장법상 10%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단순투자' 목적인지 '경영참여' 목적인지를 공시해야 하고, 단순투자 목적인 경우 경영진 교체 등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제약이 있다. 또 투자 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할 경우 자본시장법에 따라 6개월 이내 단기매매차익을 반환하고, 대한항공의 주식을 사고팔 때마다 공시해야 한다. 사실상 금융위의 답변에 따라 행동반경을 결정하겠다는 얘기다. 결정에 대한 책임을 금융위에 일부 넘기는 셈이다.
오는 3월 열리는 한진칼 주주총회 일정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은 주주권 행사여부를 내달 1일 회의에서는 결정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이날 핑퐁게임을 끝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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