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의 애매모호한 자회사 구분 잣대 [지배력 변경 회계처리 점검]②지분율 비슷 불구 합작사별 종속·공동 기업 갈려
박기수 기자공개 2019-02-21 11:08:20
[편집자주]
국제회계기준은 경제적 실질을 반영하는 원칙 중심의 회계다. 경영자의 재량권을 폭넓게 허용하면서도 회사의 경제적 실질을 충실하게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지분율과 함께 고려되는 '사실상 지배력'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은 기업들마다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지배력 변경 회계처리 논란의 핫이슈가 된 이래 기업들의 지배력 판단이 이전보다 엄격해졌다. 연결종속회사와 관계회사에 대한 기업들의 판단과 그 변화를 더벨이 확인해 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2월 19일 15: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오일뱅크는 피출자회사들에 대한 구분 기준이 각각 다르다. 총 네 곳의 합작사(△현대케미칼 △현대OCI △현대코스모 △현대쉘베이스오일)중에서 현대케미칼과 현대OCI는 종속 기업이고, 현대코스모와 현대쉘베이스오일은 공동 기업이다. 다만 네 합작사 모두 현대오일뱅크가 보유 중인 지분율도 비슷하고, 이사회 구성도 크게 눈에 띄는 차이점이 없다.현대케미칼과 현대OCI는 현대오일뱅크가 각각 지분 60%, 51%를 보유한 종속 회사로서 현대오일뱅크의 연결재무제표에 100% 연결된다. 예컨대 내부거래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이 100만원이고, 현대케미칼의 영업이익이 50만원, 현대OCI의 영업이익이 30만원이라면 현대오일뱅크의 연결 손익계산서상 영업이익은 180만원으로 잡힌다.
현대코스모와 현대쉘베이스오일은 공동 기업으로 재무 상황은 비유동자산의 관계기업투자 계정에, 실적은 손익계산서상 지분법손익에 반영된다. 현대쉘베이스오일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종속 기업이었다가 현대오일뱅크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위가 종속 기업에서 공동 기업으로 바뀌었다.
눈여겨볼 점은 공동 기업의 지분율이다. 통상 출자회사가 피출자회사의 지분 50% 이상을 가지고 있으면 사실상의 지배력(De facto control)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져 피출자회사를 종속 기업으로 삼는다. 그러나 현대코스모와 현대쉘베이스오일은 현대오일뱅크가 각각 지분 50%, 60%를 보유하고 있지만 종속 기업으로 보지 않았다. 실적과 재무 상황 등이 현대오일뱅크의 연결재무제표에 모두 반영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사회 구성을 봐도 종속 기업과 공동 기업의 뚜렷한 구분점이 보이지 않는다. 현대케미칼을 비롯해 종속 기업과 공동 기업 모두 현대오일뱅크 출신 인물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감사위원을 포함한 이사회 구성을 봐도 차이점을 찾을 수 없다. 현대케미칼과 현대쉘베이스오일의 경우 이사회 구성에서 현대오일뱅크 출신 인물과 합작사 출신 인물의 비율이 같다. 다만 전자는 종속 기업이고, 후자는 공동 기업이다.
|
피출자회사의 각각 다른 지위 체계는 지난해 현대오일뱅크의 실적에 아쉬움을 더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연결 기준 각각 21조5036억원, 6610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3.07%다. 2017년보다 매출은 31.2% 증가(2017년 매출 16조3873억원)했지만 영업이익은 41.9% 감소(2017년 영업이익 1조1378억원)했다. 영업이익률은 6.94%에서 3.07%로 3.87%포인트 낮아졌다.
사업적 관점에서 실적 하락의 요인은 지난해 말 유가 급락의 영향이 컸다. 서부텍사스중질유 기준 지난해 초부터 10월까지 배럴당 60달러 초반~70달러를 오가던 유가는 11월이 되자 56.7달러로 급락했다. 12월에는 49달러까지 떨어졌다. 이에 재고관련 손실이 급격히 증가해 영업이익을 갉아먹었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대코스모가 종속 기업으로 분류됐다면 지난해 영업이익 하락 폭이 크지 않았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현대코스모는 방향족 훈풍을 타고 지난해 1680억원의 영업이익을 뽑아냈다. 같은 공동 기업인 현대쉘베이스오일도 총 65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다만 이 둘은 공동 기업이기 때문에 현대오일뱅크의 연결 영업이익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해 4분기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손실 규모는 1753억원이다. 현대코스모가 종속 기업으로 분류됐다면 회계상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을 메울 수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박기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기업집단 톺아보기]'적자 늪' 빠진 대한유화, 불황기 현금흐름 관리법은
- [유동성 풍향계]10조 또 푸는 삼성전자, 3년전 특별 배당과 비교하면
- [유동성 풍향계]사업은 잘되는데…경영권 분쟁에 현금 마른 고려아연
- [LG의 CFO]여명희 전무, 36년 LG유플러스 '한 우물'
- [LG의 CFO]이노텍 LED 역사의 '산 증인' 김창태 LG전자 부사장
- [기업집단 톺아보기]대한유화, 'KPIC코포'의 옥상옥은 어떻게 탄생했나
- [비용 모니터]K-배터리 감가상각 역습, 캐즘과 맞물린 과투자 상흔
- [유동성 풍향계]LG그룹, 작년보다 현금흐름 일제히 악화…투자도 위축
- [IR 리뷰]LG엔솔·전자, 돋보이는 IR의 '디테일'…주주 소통 '진심'
- [2024 이사회 평가]롯데정밀화학 이사회, 100점 만점에 '70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