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회계상 '조선업'서 멀어지고 있다 [지배력 변경 회계처리 점검]현대일렉트릭·건설기계 30%대 지분율에도 종속기업, 현대중공업은 관계기업
구태우 기자공개 2019-02-28 10:07:42
[편집자주]
국제회계기준은 경제적 실질을 반영하는 원칙 중심의 회계다. 경영자의 재량권을 폭넓게 허용하면서도 회사의 경제적 실질을 충실하게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지분율과 함께 고려되는 '사실상 지배력'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은 기업들마다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지배력 변경 회계처리 논란의 핫이슈가 된 이래 기업들의 지배력 판단이 이전보다 엄격해졌다. 연결종속회사와 관계회사에 대한 기업들의 판단과 그 변화를 더벨이 확인해 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2월 27일 15: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비슷한 지분율을 보유한 자회사를 종속기업과 관계기업으로 나눌때 다른 판단을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자회사 33곳 중 20곳이 종속기업, 13곳이 관계기업이다. 지주사이자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지주의 지분율이 50% 미만인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기계는 종속기업이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관계기업이다.현대일렉트릭은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분 34.65%를 보유한 회사다. 아산재단 정몽준 이사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하면 37.67%다. 현대건설기계의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은 33.03%다. 두 회사 모두 지분율이 50%에 미치지 못한다. 사실상 지배력(De Facto Control) 개념에 따라 종속기업으로 분류돼, 현대중공업지주의 회계에 연결된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은 출자회사가 피출자회사의 지분 50% 이상을 보유할 경우 종속기업으로 분류한다. 2013년 사실상 지배력 개념이 도입되면서 종속기업의 범위가 넓어졌다. 출자회사가 지분 50% 미만을 보유해도, 피출자회사에 직간접적인 지배력을 행사할 경우 종속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현행 제도상 기업의 자의적 판단에 의존하는 만큼 출자회사가 객관적 지표와 기준들을 고려해 선택할 수 있다. SK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은 30% 안팎의 지분에도 SK㈜의 종속기업으로 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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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지주가 주력 사업인 조선부문 계열사(현대중공업)를 관계기업으로 분류한 점은 의아하다. 현대중공업과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은 최대주주(현대중공업지주)의 지분율이 비슷하지만, 지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의 실적은 현대중공업지주의 재무제표에 100% 연결된다. 내부거래가 없다고 가정할 경우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이 각각 50만원의 순이익을 낼 경우 현대중공업지주의 순이익은 100만원 늘어난다. 반면 현대중공업의 실적은 지분법 손익에 반영된다. 현대중공업이 100만원의 순이익을 낼 경우 현대중공업지주의 순익은 31만6700원 증가한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중공업 지분 31.67%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지분법 손익을 산정할 경우 31만6700원이다. 현대중공업의 자산, 매출, 순이익은 현대중공업지주에 연결되지 않는다.
실제 현대중공업지주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재무제표를 뜯어보면 종속기업과 관계기업의 차이점을 알 수 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해 3분기 19조8285억원의 매출을 냈다. 영업이익은 1조253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지주 매출에는 현대일렉트릭의 매출 1조3778억원, 현대건설기계 매출 2조5635억원이 포함돼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분기 9조4088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그럼에도 현대중공업지주의 회계에 반영된 금액은 지분법 손익 862억원이다. 현대중공업의 매출은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기계보다 뚜렷하게 높다. 현대중공업이 종속기업으로 분류될 경우 현대중공업지주의 매출은 9조원 가량 증가한다.
현대중공업이 종속기업으로 분류될 경우 장단점은 뚜렷하다. 조선업 수주 불황으로 현대중공업 실적이 악화될 경우 지주사 실적까지 악화되는 단점이 있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분기 270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종속기업으로 분류될 경우 현대중공업지주의 영업이익은 2705억원 줄어든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의지가 없는 한 현대중공업이 종속기업으로 분류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인수를 마무리할 경우 현대중공업지주의 지분율은 28%로 소폭 낮아진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현대중공업지주는 KDB산업은행과 중간지주사인 조선합작법인을 설립한다. 조선합작법인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을 지배한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조선합작법인에 28%의 지분을, KDB산업은행은 7%를 갖게 된다. 조선부문은 현대중공업그룹의 핵심 사업이지만, 이후에도 관계기업 형태인 현행 체제를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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