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3월 04일 14: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이 권토중래(捲土重來)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주력 계열사 한진중공업의 경영권을 잃게 됐지만 채권단이 우선매수권(또는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탓이다. 우선매수권을 부여받으면 조 회장은 향후 한진중공업 경영권을 되찾을 수도 있다.특히 한진중공업 추가 증자 과정에서 조 회장이나 한진중공업홀딩스가 참여해 지분을 취득할 수 있다는 점도 우선매수권 부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다만 조 회장에게 직접 우선매수권을 주기 보다는 한진중공업홀딩스에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금융기관협의회(채권단)는 지난달 28일 출자전환 등 한진중공업 경영정상화 지원방안을 100% 동의로 가결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일부 채권은행이 이탈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최종 집계 결과, 모든 채권은행들이 동의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687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에 나선다. 또 차등 무상감자도 이뤄진다. 최대주주 한진중공업홀딩스는 지난달 28일 한진중공업 보통주 3285만8263주(지분율 30.98%)를 전량 감자한다고 공시했다. 조 회장의 지분 0.5%(52만8546주)도 전량 소각된다. 소액주주 보유 주식에 대해선 5대1 비율의 무상감자가 이뤄진다.
조 회장은 한진중공업의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채권단은 경영실패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감자와 출자전환이 마무리되면 채권단의 한진중공업 지분율은 65% 가량 될 전망이다. 필리핀 현지은행들은 20%, 소액주주들은 15% 정도의 지분을 갖게 된다.
한진중공업은 한진중공업홀딩스와 계열분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고, 한진중공업홀딩스와의 지분 관계도 정리되는 탓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이 (한진중공업)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한진중공업홀딩스와 조 회장은 한진중공업에 대한 지배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며 "계열분리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조 회장이 향후 한진중공업을 되찾을 수 있을까. 채권단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아직 확정된 것이 없는 상황이다. 한진중공업 경영정상화 이후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에 대해 우선매수권을 부여할지 결정되지 않은 탓이다.
우선매수권이란 자산의 소유자가 자산을 제3자에게 매도하기 전에 같은 조건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채권단이 조 회장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면 한진중공업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우선매수권 부여에 대한 어떤 논의도 없었다"며 "출자전환이 확정된 만큼 앞으로 채권단회의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권단 안팎에선 운영 규정 등을 고려할 때 한진중공업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부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채권은행협의회 운영협약 제29조에 따르면 채권단은 기업에 대해 채무조정의 일환으로 보유하게 된 채권은행의 출자전환주식에 대해 당해 기업의 기존 대주주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할 수 있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우선매수권을 부여받는 대상이 한진중공업홀딩스일 가능성이 높다. 조 회장이 한진중공업홀딩스의 최대주주이지만 한진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진중공업 출자전환 결의 과정에서 채권단이 한진중공업홀딩스에 우선매수권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출자전환에 동의하지 않는 채권단의 지분만큼 한진중공업홀딩스가 취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반면 조 회장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지 않았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채권단 모두 출자전환에 동의하면서 한진중공업홀딩스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기회가 없었을 뿐 전액 무상감자 이후 주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면 채권단도 향후 지분 매각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며 "조 회장 개인에게 (우선매수권을) 주기보다는 회사에 줄 가능성이 더 높다"고 강조했다.
우선매수권과 관계없이 한진중공업홀딩스와 조 회장이 한진중공업 주주로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빠른 시일 안에 한진중공업 경영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선 추가 증자가 필요해서다.
채권단이 687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진행해도 한진중공업의 자본잠식을 완전히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다. 완전자본잠식에서 자본잠식 비율이 50% 이하로 줄어드는 수준에 그친다. 상장폐지 요건만 벗어나는 수준인 것. 하지만 채권은행들은 추가 증자 참여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일부 채권은행 중에선 출자전환에 동의했지만 추가 증자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며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한진중공업홀딩스나 조 회장이 추가 증자에 참여할 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우선매수권을 부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동부제철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김준기 전 동부그룹(현 DB그룹) 회장에게 100대1 감자를 요구했으나 채권단은 우선매수권을 보장해주지 않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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