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라인 꼬리자르기…신창재 회장 자문그룹 '잡음' 윤열현 고문 기용 통해 기존 재무라인 입지 축소 ...의사 결정 혼선
신수아 기자/ 김선규 기자공개 2019-03-08 10:23:00
이 기사는 2019년 03월 07일 1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무적투자자(FI)와 엑시트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교보생명 내부에서 잡음이 나오고 있다. 교보생명은 금융지주사를 만나 지분 매입 의사를 타진한 재무라인(CFO)의 움직임에 대해 '독단적인 개별 행동'이라고 선을 그었다.이 과정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 모 부사장의 재무라인 입지가 크게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윤열현 교보생명 전 상임고문을 재등판시킨 것도 이와 같은 연장선상에서 풀이된다.
교보생명은 최근 FI의 엑시트 창구 마련을 위해 국내 4대 금융지주사와 접촉했다. 지주사들은 일제히 관심을 보이면서도 "경영권을 포함하지 않은 지분은 의미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당시 4대 금융지주와 접촉을 주도한 곳은 CFO 라인. 금융지주사 측에서 확인한 사실이다.
교보생명 측은 이에 대해 7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공동 매각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덧붙여 회사의 관계자가 최대주주 개인의 대리인 자격으로 금융지주와 접촉해 지분매각 협상을 벌인다는 것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도 전혀 맞지 않은 상황이라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지주사와 접촉, 지분 매입 의사를 타진한 사실에 대해선 부정하지 않았다. 교보생명 고위 관계자는 "신 회장과 그를 자문하는 변호사들이 의사 결정을 내리고 있다"며 "금융지주사와 접촉한 CFO 라인은 그간 지주사와의 친분 등을 바탕으로 개인적인 차원에서 의견을 물어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기에 덧붙여 이 고위 관계자는 "향후 상황 변화를 대비해 입지가 약해진 일부 인사의 단독 움직임"이라고까지 말했다.
즉 신 회장의 허가없이 CFO 라인이 개별적으로 개인 지분 매각 의사를 타진했다는 이야기인데, 관련업계에선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오너 지분을, 그것도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을 당사자의 허락도 없이 CFO가 매각 의사를 타진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적어도 묵시적인 허락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보도자료 해명과 달리 금융지주와의 미팅에서 신회장 지분 및 FI 지분을 합쳐서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도 사실이라고 금융지주 관계자들은 증언했다. 교보생명 측의 해명처럼 회장이 선임한 변호사가 협상을 벌이지 않은 것이 문제라면 문제지 아예 없던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교보생명 재무라인 임원의 이야기를 신 회장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니라고 생각할 카운터파트는 없었을 것이란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교보생명에 대해 평소 신뢰가 높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제안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교보생명의 해명처럼 그런 협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 회장 가신 그룹의 핵심으로 꼽혀 온 이 부사장은 2012년 FI와 거래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FI와 갈등이 깊어지며 그를 향한 책임론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교보생명 측의 공식 반응을 종합하면 모든 의사결정 라인에서 재무쪽 인사를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배임 혐의까지 이야기하며 CFO 라인을 압박하고 있다.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풋옵션에 대한 원죄를 안고 있는 이 부사장의 개별 행동으로 선을 그으며 꼬리를 자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이 부사장은 신 회장으로부터 2012년 FI와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풋옵션 조항 등에 대한 검토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회사에 미치는 영향 등을 충분히 고려했는지 등에 대해 추궁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부사장은 풋옵션 계약 및 일련의 재무적 판단 오류 등으로 신 회장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 부사장 이외에 재무적인 판단 혹은 제3의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인물이 없다는 점에서 무작정 내보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와중에 6년간 공백이었던 사장 자리에 2년전 일선에서 물러난 윤열현 상임고문을 기용했다. 정통 교보맨으로 경영 전반에 신 회장의 의중을 반영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간 교보생명의 핵심으로 꼽혔던 재무라인의 입지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충성도가 높은 가신을 다시 경영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이 관계자는 "이 부사장에게 투자자 유치 및 FI 엑시트 통로 확보 방안을 책임지게 하고 그 이외의 경영 총괄은 믿을 만한 윤 사장에 맡긴 것으로 보인다"며 "CFO 역할을 수행하면서 경영 전반을 관리해온 이 부사장의 입지가 그 만큼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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