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제약 연구소장의 벤처창업…투자업계 '기대주' [신약개발 맨파워 분석]②유한·한미·녹십자·대웅·광동 등 창업 붐…기술력 좋지만 대부분 비상장

서은내 기자공개 2019-03-12 08:01:59

[편집자주]

제약바이오 산업에 가장 중요한 자원은 '사람'이다. 신약이나 신기술 개발에 10여년이 넘게 걸리는 산업 특성상 안목과 실력을 갖춘 연구 인력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 바이오 산업에 포진해 있는 키맨들을 통해 제약바이오산업의 현주소와 미래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11일 11: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이오 벤처의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사람'이다. 어떤 연구 인력이 어디에 포진돼 있느냐가 중요하다. 업력이 오래된 제약사 연구소장이라면 일단 믿을만 하다. 기술력과 네트워크는 인정 받고 시작한다.

투자업계가 제약사 연구소장 출신 바이오 벤처들을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부분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아직 자본시장에 본격적으로 데뷔하진 않았기 때문에 눈독을 들일만하다. 신약개발의 열의를 품고 벤처행을 감행하는 이들은 업계에 또하나의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2년 새 제약사 연구소장 창업 러시 붐 …한미·대웅 출신 눈길

제약사 연구소장들의 창업 러시는 최근 2년여 사이에 일어난 흐름이다. 이들이 창업한 벤처는 3년 미만이 대부분이다. 아직 상장된 곳은 없으며 자본 시장에서 주요 투자처로 눈독을 들이는 분위기다. 이들은 최근 굵직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프로젝트의 씨를 뿌리고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한 만큼 기대감이 클 수 밖에 없다.

김선진 플랫바이오 대표(전 한미약품 연구소장)
김선진 플랫바이오 대표(전 한미약품 연구소장)
가장 최근 이슈가 된 것은 한미약품 연구소장(부사장)으로 있던 김선진 대표(50, 사진)의 창업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수원에서 신약개발전문 벤처 플랫바이오 사무실을 마련했다. 연말 플랫바이오 창업기념 오픈 파티를 열었으며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김 대표에게 축하 화환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PRINT'라는 플랫폼에서 도출된 신규 타깃을 기반으로 자체 R&D 프로그램과 함께 항암 이행연구, 비임상 및 임상개발 자문 등을 운영 중이다.

김 대표는 서울대의대 의학박사 출신으로 글로벌 암 전문병원 MD앤더슨에서 비뇨기과 전문의 교수로 18년간 재직했으며 특히 임상이행연구와 실험동물의 동소이식모델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꼽힌다. 2017년 한국에 들어와 한미약품 R&D본부 수장으로서 신약연구센터장을 맡았지만 1년 반 만에 수장직을 내려놓고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기술수출 반환 이슈로 R&D 성과에 대한 압박이 이전보다 강해진 것이 김 대표의 사임과 무관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봉용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이봉용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 대표(전 대웅제약 연구본부장 부사장)
김 대표와 비슷한 시기에 대웅제약 R&D 수장 역시 벤처의 길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9월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를 창업한 이봉용 대표(64, 사진)다. 이 대표는 2013년부터 대웅제약 연구본부장직을 맡아 R&D 사령탑 역할을 했다. 최근 해외진출 성과를 가시화하고 있는 나보타(보툴리눔톡신)나 고지혈증 치료제 올로스타 개발 등으로 각각 수천억원 규모의 수출 판매 계약을 맺는데 공을 세웠다.

이 대표는 대웅제약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지난해까지 연구수장직을 유지했지만 섬유증 치료제 혁신신약 개발을 꿈꾸며 판교에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 사무실 문을 열며 이목을 끌었다. 특히 난치성 섬유증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제가 없거나 복약 편의성이 낮은 안과, 피부 섬유증 질환 치료제 신약 개발이 목표다. 점차 폐, 간, 신장 등 대형 섬유증 질환으로 적응증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미국 버팔로 주립대 의과화학을 전공했으며 경희대 약대 교수를 역임했다. 대웅 뿐 아니라 그 이전에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신약연구센터장, SK케미칼 생명과학연구소장 등 주요 제약사 R&D부문 요직을 거쳤다.

◇조 단위 기술 수출 뒤 창업하기도 …유한·녹십자
남수연 지아이이노베이션 대표
남수연 지아이이노베이션 대표(전 유한양행 연구소장)

유한양행 전 중앙연구소장인 남수연 대표(53, 사진)의 창업도 화제를 모았다. 남 대표는 유한양행의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의 확대에 역할을 한 이로 꼽힌다. 특히 유한이 얀센과 조 단위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표적항암제 레이저티닙의 성과 역시 남 대표의 숨은 역할이 있었다는 얘기가 많다. 개발 파이프라인의 추진력을 높임으로써 빠르게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남 대표는 연세대 의대 출신으로 한국로슈, 미국 BMS제약 등을 거쳐 2010년 유한양행 R&D전략실장으로 왔다. 2016년 말 남 대표는 갑자기 사임의사를 밝혔으며 당시 퇴행성디스크치료제 임상실패의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난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남 대표는 2년 전 인츠바이오를 창업했다. 인츠바이오는 임상연구 수행 컨설팅을 주로 한다.

남 대표는 최근 마이크로바이옴과 단백질 콤보 바이오신약개발 벤처 지아이이노베이션의 대표에 취임해 눈길을 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전세계적으로 바이오업계에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신생 연구 분야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2017년 장명호 박사가 창업했으며 남 대표는 최고의학책임자(CMO)로 조인해 부사장으로 있다가 지난 연말 대표이사에 올랐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알레르기 질환 타겟물질, 암 질환 타겟 신약 후보물질 등을 주요 연구과제로 진행 중이다.

장종환 메티메디제약 대표(전 녹십자 최고기술책임자)
장종환 메티메디제약 대표(전 녹십자 최고기술책임자)
녹십자 역시 전 연구부문 수장이 3년 전 벤처로 향했다.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녹십자 최고기술책임자(CTO) 부사장으로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의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장종환 메티메디제약 대표(69, 사진)다. 장 대표는 35년이 넘는 기간동안 바이오신약 연구 외길을 걸었다.

서울대 화학과, 미국 피츠버그대 박사 출신으로 미국에서 듀폰제약 연구책임자로 10년,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MS) 연구책임자를 거친 뒤 귀국해 녹십자로 들어왔으며 녹십자에서 팬더믹 상황에 대비한 조류인플루엔자 백신과 탄저백신을 개발한 주역이다.

녹십자 연구수장 직에서 퇴임한 이후로 오송첨복재단 신약개발지원센터 연구본부장을 맡다가 창업의 길로 들어서면서 송도에서 2016년 메티메디제약(옛, 언코메트플러스)을 만들었다. 메티메디제약은 항암제를 주로 개발하고 있으며 지난해 4월 식약처로부터 전이성 대장암 신약 물질(OMT-110)의 임상 1상을 허가받아 임상을 진행 중이다.
최학배 하플사이언스 대표(전 JW C&C연구소장)
최학배 하플사이언스 대표(전 JW C&C연구소장)
국내 상위 5위권 제약사 가운데 종근당은 이제까지 연구소장 출신 창업 사례는 없다. 종근당 효종연구소의 경우 소장이 자주 교체 되지는 않는 편이며 이직할 경우에도 창업을 하진 않고 다른 기관이나 제약사 등으로 옮긴 게 전부다.

5대 제약사 외에도 연구소장 출신들이 곳곳에서 바이오벤처를 차리고 있다. 지난해 말 판교에서 하플사이언스를 설립한 최학배 대표(63, 사진)는 직전 한국콜마 대표로 있었으며 그 이전에는 중외제약 계열사인 JW C&C신약연구소장직을 역임한 인사다. 하플사이언스는 노화신약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다. 28년간 광동맨으로 광동제약에서 의약품 개발본
안주훈 바이오케스트 대표
안주훈 바이오케스트 대표(전 광동제약 의약품 개발본부장 전무)
부장을 지낸 안주훈 전무(53, 사진)는 지난해 4월 항암 후보물질 발굴 및 희귀 질환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케스트를 설립했다. 최근 셀트리온화학연구소장직을 사임한 박영준 대표는 케미칼 원료 벤처를 차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창업한 대형제약사 연구소장들은 그 제약사 출신이 아닌, 해외에서 오랜 기간 실력을 인정받다 국내로 영입된 이들"이라며 "비교적 보수적인 국내 제약사내에서 머물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유롭게 연구에 매진해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창업의 길을 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