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르노삼성]'닛산 로그' 후속물량 좌절…부산공장, 잉여시설 전락②새로운 위탁생산 물량 확보 불투명…기존 2교대 1교대 전환 가능성
이광호 기자공개 2019-03-20 08:26:22
[편집자주]
르노삼성자동차 존립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3년간 무분규 임금협상 타결을 하며 자동차업계에서 보기 드문 모범적 노사관계를 자랑했지만 판매 부진을 겪으면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체제가 닛산에 힘이 실리는 방향으로 재편되면서 부산공장 지속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동안 닛산 일감에 의존해온 르노삼성의 공장 가동률이 반토막 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GM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르노삼성을 둘러싼 위기 상황을 더벨이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18일 15: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부산공장 생산량의 48%를 르노 본사의 위탁 생산 주문에 의존하고 있다. 르노삼성의 최대주주는 프랑스 르노그룹이지만 일본 닛산으로부터 위탁 생산중인 북미 수출용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닛산 로그'가 르노삼성의 생산 캐파 절반을 차지하는 주력 수출 모델이다. 2014년부터 최근까지 북미로 50만대 이상의 로그를 수출했다.르노삼성은 자체적으로 해외시장 판매망을 관리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르노에서 물량을 배정받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비용·생산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생산차질을 일으키지 않으면 르노가 구축해 놓은 글로벌 판매망을 통해 제품을 수출할 수 있다. 르노삼성은 그동안 그룹 의사결정구조상 르노-닛산 합작법인(RNBV)의 지휘를 받았기 때문에 합작법인의 요구에 따라 닛산 일감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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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체제가 독립경영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새로운 회의체인 '얼라이언스 오퍼레이팅 보드'를 설립하기로 했다. 의장은 장 도미니크 세나르 르노그룹 회장이 맡기로 했다. 이는 강력한 권한을 가졌던 이전 체제와의 결별을 의미한다. 그동안 곤 전 회장의 배려로 닛산 물량을 배정받던 르노삼성 입장에서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매출 대부분 '닛산 북미법인' 통해 발생…'전기차 트위지' 물량 역부족
특히 부산공장의 경우 일본 닛산 규슈공장보다 원가 경쟁력이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간당 임금 수준이 르노 얼라이언스 46개 공장 가운데 3위까지 오른 상태다. 오는 9월 로그의 위탁생산 계약이 만료되기 전에 로그 후속 물량 등 연장 계약이 절실하지만 현재로선 물 건너 간 상태다. 르노 본사가 제시했던 임금단체협상 타결 데드라인(지난 8일)을 넘긴 가운데 르노삼성 노사의 대치 국면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르노삼성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파업으로 내수와 수출에서 모두 고전했다. 특히 닛산 로그의 수출량은 2017년 12만3202대에서 지난해 10만7711대로 12.57% 줄었다. 지난달에는 4866대로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급감했다. 그럼에도 자체 신차 개발 계획은 아직 없다. 업계에서는 르노삼성이 단순 생산기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후속물량을 배정받지 못할 경우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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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의 닛산 일감 의존도는 상당하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체제 하에서 닛산 일감으로 매년 2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왔다. 르노삼성은 2013년 8월 닛산과 처음으로 북미 수출용 로그 위탁 생산을 체결했다. 닛산 계열사들과 거래하면서 연간 1조5000억원 안팎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사내 중앙연구소에서 닛산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을 만큼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체제의 직접 영향권 하에 있다.
르노삼성은 닛산 일감을 수주하고 차량 부품을 매입해 이를 완성차로 제조해 되팔고 있다. 거래 상대방은 닛산 일본 본사, 북미·멕시코·중국법인, 자회사 자트코(JATCO) 등이다. 이중에서 흑자는 닛산 북미법인에서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닛산 계열사를 통해 총 2조2523억원의 매출을 냈다. 이 가운데 2조1809억원이 닛산 북미법인에서 나왔다. 무려 96.8%에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부산공장, 닛산 규슈공장보다 원가 경쟁력 낮아…더욱 좁아진 입지
르노삼성은 지난해 북미 시장에 로그 12만3202대를 수출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 체제 하에서 위탁 생산 물량을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비슷한 수준의 매출이 닛산 계열사들을 통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르노삼성은 닛산 본사와의 거래를 통해서도 매출 705억2721만원(3.1%)을 기록했다. 북미 시장에서 닛산 로그가 잘 팔리는 만큼 르노삼성의 이익이 늘어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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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시장 외에는 수익이 미미한 수준이다. 닛산 중국법인과 자트코로부터는 매출 없이 매입만하고 있다. 닛산 트레이딩과 멕시코법인을 통한 매출액은 각각 5억7421만원, 2억9630만원을 기록했다. 때문에 르노삼성은 로그 후속 모델 등 새 물량 확보가 절실하다. 새 차종으로 계약을 따내지 못할 경우 공장 라인 절반이 멈추게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지난해 르노삼성이 생산한 총 21만여 대 자동차 중 로그 생산량은 10만7000여 대로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르노그룹 하에서 부산공장은 존립 근거가 흔들리게 된다. 르노삼성은 이 같은 위협에 대비해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오는 9월부터 위탁생산할 예정이지만 10만대에 달하는 로그의 연간 생산 대수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수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에는 공장 가동률이 하락해 당장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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