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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 이합집산]인트라아시아 협력 '초석', 흥아해운·장금상선 통합③KSP 출범으로 본격화, 흥아해운 재무위기…우여곡절 많은 통합 과정

임경섭 기자공개 2019-03-26 13:21:00

[편집자주]

장기화되는 해운 불황 속에 해운사 이합집산의 움직임이 다시 감지되고 있다. 합종연횡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온 글로벌 선사들에 대응한 국내 선사들 사이의 뒤늦은 통합 논의다. 국내 대표선사인 한진해운이 파산하는 사태를 겪으며 한국 해운업계는 큰 지각변동을 치렀다. 하지만 우리나라 해운업 경쟁력은 뒷걸음질하고 있다. 깊어지는 불황 속에 해운업종의 뚜렷한 바닥탈출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더벨이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해운업계의 이합집산 현황과 해운사의 현재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5일 08: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상선과 SM상선 등 원양선사 간 협력 논의가 지지부진한 와중에 인트라아시아 컨테이너선사들 사이에는 보다 진전된 협력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국적 선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아시아 역내에서 컨테이너선사들의 과잉 경쟁을 해소하고 나아가 통합까지 완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14개 국적 선사들은 아시아 역내에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2017년 한국해운연합(KSP)을 설립했다. 고려해운, 장금상선, 흥아해운 등 인트라아시아 대표 선사들이 KSP에 참여하면서 출혈 경쟁을 줄이고 협력 강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인트라아시아 2·3위 선사인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은 컨테이너부문 통합을 위한 과정에 착수했다.

흥아장금

◇KSP 설립…인트라아시아 협력 본격화

인트라아시아 선사들 간 이합집산의 움직임은 KSP 설립으로 본격화됐다. 2017년 KSP를 설립한데 이어 지난해 '한국해운연합 2단계 구조혁신 합의서'에 서명했다. 1단계로 한국~일본, 한국~동남아 항로 등에서 항로를 철수하고 투입했던 선박을 철수하는 등의 구조조정을 감행했다.

이어 2단계로 선사간 통합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국내 인트라아시아 선사 중 2·3위에 해당하는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이 컨테이너부문을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통합을 통해 한 번에 더 많은 화물을 실어나르면서 협상력을 제고하고, 항만 이용료 등 원가를 낮추려는 목적이다. 더불어 현대상선과 미니 얼라이언스(HMM+K2 컨소시엄)를 구축해 상호 협력을 강화했다.

컨테이너선사 선복량 순위

흥아해운은 장금상선과 통합으로 비용구조를 개선하고 안정적인 영업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다른 사업부문으로 확장을 꾀했던 것이 도리어 본업인 컨테이너선 사업마저 부실에 빠뜨리면서 흥아해운은 위기를 맞았다. 국내 컨테이너선사 중 선복량 기준 5위에 해당하는 선단을 보유하고 있지만 영업부진으로 수년째 적자를 누적하면서 선박을 매각하는 등 몸집을 줄이고 있다.

장금상선도 흥아해운과의 통합으로 인트라아시아 1위 선사 도약을 노린다.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의 선복량을 더하면 10만TEU에 육박한다. 인트라아시아 1위 선사인 고려해운과의 격차를 단번에 줄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장금상선은 흥아해운과의 통합으로 동남아시아 항로와 일본 항로 등에서 황금 노선을 획득할 수 있다"며 "동남아 항로에서 1위 선사로 명성을 쌓은 흥아해운이라는 브랜드 가치도 욕심 내고 있다"고 말했다.

양사의 통합은 정태순 장금상선 회장의 선주협회장 취임으로 탄력을 받는 듯 했다. 정 회장은 KSP 회장에 이어 올해 초 선주협회장까지 겸임하게 되면서 인트라아시아 선사들간의 상호 협력관계 구축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 정 회장의 책임과 권한이 커지면서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의 통합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해양수산부도 이들 선사의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해수부는 흥아해운과 장금상선에 인건비와 유류비를 지원하고, 항만시설사용료도 할인한다. 해양진흥공사도 회사채 발행을 지원할 예정이다.

◇우여곡절 흥아해운·장금상선…통합 완수할까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흥아해운과 장금상선의 통합이 최근 암초를 만났다. 기존에 설정했던 통합 시간표가 늦춰지면서 구체적인 통합시기도 특정하기 어려워졌다. 당초 양사는 오는 7월 1일 사업 개시를 목표로 통합 과정을 밟아나가고 있었다. 흥아해운은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컨테이너사업 통합법인 설립의 건을 상정하고 양사간 통합을 공식화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흥아해운의 재무구조가 악화하면서 통합 계획에 차질이 발생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딜로이트안진은 양사에 대한 회계자문을 실시했다. 이후 업계에서는 흥아해운의 재무상황이 악화되어 통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양사의 자산을 5:5로 통합하는 방식은 불가능해졌다. 장금상선이 흥아해운보다 많은 지분을 가져간다. 흥아해운의 재무구조가 예상보다 악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기존에 구상했던 통합 방식에도 재점검이 필요하게 됐다.

당장 통합이 어려워진 양사는 단계적인 통합절차를 밟아나가기로 결정했다. 흥아해운은 오는 4월 1일 해운센터에서 북창동 해남빌딩의 장금상선 사무실로 거처를 옮기면서 사실상 공동영업을 시작한다. 당장 필요한 조치를 취하면서 단계적인 통합 과정을 병행한다. 흥아해운 컨테이너사업부와 장금상선 동남아사업부문을 우선적으로 합치고 내년 이후 장금상선의 한중·한일 사업부문을 추가로 통합한다.

흥아해운 재무현황

흥아해운은 통합 완수를 위해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흥아해운은 지난해 부채비율이 900%를 돌파하면서 재무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 비주력 계열사들의 지분을 매각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계획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흥아해운은 지난 18일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한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사의 통합을 둘러싸고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장금상선이 흥아해운과 통합하면 같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3%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장금상선으로서도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또 통합을 설계했던 해수부는 향후 흥아해운과 장금상선의 통합법인이 정상화될 때까지 막대한 지원금을 투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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