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제안 설명 기회 달라" 긴장감 감돈 무학 주총 SC펀드, 자동부결 우려 설명 요청…현장 투표 끝 무산 '원안 통과'
창원(경남)=박창현 기자공개 2019-03-28 08:08:27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7일 14: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3월 27일 경남 창원시 무학 신관 회의실. 무학 정기 주주총회 분위기는 여느 기업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의결권과 위임장을 받은 주주들이 주총장을 채워 나갔다. 책상 위에는 회순과 의안 설명서가, 그 옆에는 생수, 하얀 종이컵이 놓여있었다. 최재호 회장과 이수능 대표이사, 이영수 감사 등 경영진은 일찍이 주총장에 나와 주주들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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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의장을 맡아 정해진 주총 회순을 진행했다. 다만 감사보고서 보고와 주총 결의 사안 진행은 본인이 무학의 최대주주인 점을 고려해 이 대표에게 의장 권한을 맡겼다.
차분히 진행되던 주총 분위기가 확 달아오른 건 부의 안건 상정 순서 때부터다. 이 대표는 제1호부터 제7호 의안을 개별 상정해 표결에 부치겠다고 전했다. 이에 무학 주주제안을 한 SC펀더멘털이 주주 발언을 신청했다.
제2호 의안을 문제 삼았다. 2호 의안은 감사위원회 도입을 골자로 한 정관 변경안이다. 무학은 최근 주주총회 소집 결의를 통해 감사위원회 설치 계획을 밝혔다. 감사위원회는 기업경영 감시 체제 강화 차원에서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대형 상장법인이나 증권회사에서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이사회 하부조직이다. 무학은 감사위원회 의무 도입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랜 논의 끝에 올해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주총 사회를 맡은 전병두 재무팀장은 "경영 투명성 제고와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해 감사위원회를 도입했다"며 "이사회에 사외이사들이 다수 참여하게 돼 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 시스템 구축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2호 의안이 통과될 경우 SC펀더멘털이 제안한 제5호 감사 선임 주주제안은 자동 부결된다. 감사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감사 업무를 담당하게 돼서 상근 감사 직책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앞서 행동주의 펀드 측은 원철 아카데미아 대표이사를 감사 후보로 추천했다. SC펀더멘털 입장에서는 주주제안 취지도 설명하지 못한 채 안건이 자동 폐기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에 SC펀더멘털은 2호 의안 상정과 동시에 5호 주주제안 내용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SC펀더멘털 대리를 맡은 정재완 변호사는 "제 2호 감사위원회 도입 안건과 제 5호 감사 선임 주주제안은 상호 배척되는 사안"이라며 "2호 의안 통과시 주주제안이 자동 부결되는 만큼 사전에 취지를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학은 이미 개별 안건 처리를 사전에 공표했고 의안 순서도 정해진 만큼 해당 요청을 수용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냈다. 순식간에 주총장에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무학이 주주제안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갑작스레 감사위원회을 도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며 SC펀더멘털 대리인은 강력하게 발언 기회를 요구했다. 역시 원칙과 원할한 회의 진행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무학은 현장 찬반 투표를 제안했다. 표 취합이 진행된 30분 동안 주총장에는 무거운 공기가 내려앉았다. 최 회장 또한 무표정으로 집계 현장을 지켜봤다. 집계 결과 주총 참석 주주들의 90% 이상이 반대 의견을 냈다. 결국 SC펀더멘털은 주주제안 추가 설명 없이 주총 의안 진행을 따라야만 했다.
이후 주총은 정석대로 흘러갔다. 의안 상정, 표결, 투표, 통과 순서대로 의안들이 처리됐다. 2호 감사위원회 도입이 결정되면서 행동주의 펀드가 제안한 감사 선임안은 자동 부결됐다. 그렇게 주총은 1시간 20분에 끝이 났다.
폐회 선언에 맞춰 다시 최 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최 회장은 "무학이 올해 창사 90주년을 맞았다"며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중앙 기업과 죽을 각오로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중요한 시기에 주주들의 애정과 관심에 감사드리며 도약을 위해 더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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