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4월 03일 0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누적 대출금 5조원. 일반 금융회사의 대출잔액을 기록한 숫자가 아니다. 제도권 금융에서 벗어나 대부업으로 분류돼 있는 개인간(peer to peer·P2P) 금융을 통해 그동안 이뤄진 대출금액이다. 2017년 1조원을 돌파한 P2P 대출은 그사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P2P 금융은 말 그대로 개인간 대출이다. 은행 문턱이 높은 대출자와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주요 거래 상대방이다. 그 사이 연결고리로 P2P 대출 중개회사(이하 P2P 벤처)가 있다. P2P 벤처를 통해 대출을 신청할 수도 있고 투자자(대주)로 참여할 수 있다.
P2P 금융은 그야말로 혁신적이다. 누구든 제도권 금융회사 벽을 허물고 여신과 수신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다. 그 동안 중금리 시장은 대부업체 또는 저축은행과 캐피탈사의 영역이었다. 이제는 은행을 거치지 않고 손 안에 핸드폰을 몇번 클릭해 돈을 빌린다. 대부업체 절반 수준의 금리를 무기로 서민금융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더욱 파괴적인 것은 블특정 일반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투자자 풀'이다. 누구나 P2P 벤처기업의 앱을 깔거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다양한 투자 상품을 열람할 수 있다. 주머니에 1만원 이상의 종잣돈이 있다면 수익률과 투자기간 등을 따져 입맛대로 돈을 태울 수 있다. 물건은 아파트와 토지에서 개발사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상위권 P2P 업체인 테라펀딩과 투게더펀딩에 가입한 회원 규모가 각각 30만명, 15만명에 달한다.
투자자 풀은 P2P 벤처의 강력한 무기다. 아파트 등 부동산담보 대출에 머물지 않고 빌딩과 호텔 매입, 대규모 해외 개발사업 등을 넘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클릭 몇번으로 꼬마빌딩 또는 호텔의 주인(구분 소유)이 되거나 대규모 PF사업의 디벨로퍼로 참여할 수 있다. 과거 여수신 기반의 금융회사와 결합한 소수 자본가가 독점하던 비즈니스 경계를 무장해제시켰다. 한 P2P 벤처 대표는 이를 ‘평등한 부의 분배'라고 표현했다.
부의 분배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은행과 자산운용사, 사모펀드(PEF) 등이 수행하던 IB 영역이 P2P 벤처의 사정거리에 있다. 일찍 이같은 잠재력을 알아챈 일부 벤처캐피탈은 P2P 벤처에 선제적으로 투자를 단행했다. 카카오페이는 이미 P2P 업체와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모색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성장을 거듭한 P2P 벤처는 법제화를 앞두고 전환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P2P업계 의견을 수렴한 ‘온라인 투자 연계 금융업 및 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P2P 벤처는 이제 '온라인 투자 연계 금융업'으로 온전히 제도권 틀에 들어온다. 일반인들의 P2P 금융 이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주판알을 튕기던 대기업들의 입질도 눈에 띈다. 자본시장 사각지대에서 꽃을 피운 P2P 벤처가 몰고 올 금융시장의 빅뱅이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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