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위기 '금호고속', 산은은 왜 1300억 지원하나 [아시아나항공 M&A]차입금 과다, '상환·차환' 불가능…자산 대부분 '담보' 추가 담보 불가능
고설봉 기자공개 2019-04-23 19:07:39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3일 1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큰 방향을 설정하는 가운데 산은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금호고속에 1300억원의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두고, 산은은 왜 금호고속에 자금을 지원해야 했을까. 산은은 "매각의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금호그룹 지주회사인 금호고속의 상황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만큼 좋지 않다는 반증이어서 금호고속의 재무 상황에도 관심이 간다.산은은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매각(M&A)의 큰 원칙과 매각 성공을 담보할 일종의 안전장치 등 내용이 담긴 협약서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전제로 총 1조6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골자로 한다. 매각이 틀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계열주 일가(一家), 금호고속,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특별약정'도 체결했다. 약정은 '매각 무산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채권단이 임의의 조건으로 매도, 아시아나항공 상표권 확보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가운데 산은의 금호고속에 대한 1300억원 자금 지원이 눈에 띈다. 산은은 이번 협약에서 "산업은행의 금호고속에 대한 금융지원(Bridge Loan 1300억원)"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시아나항공 M&A를 전제로 금호산업 주식(45.3%) 담보부 대출 지원, 금호고속의 공공적 교통 인프라 기능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성공시키기 위해 그 최상위 지배회사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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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고속에 대한 산은의 자금 지원은 어떻게 봐야할까. 이번 산은과 금호그룹 간 협상의 본류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다. 경영실패와 재무건전성 훼손 등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은 아시아나항공을 "책임 있고 능력 있는 경영주체 앞 경영지배권 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거래다. 이 거래의 중간에 산은은 왜 금호고속에 대한 자금 지원에 나서게 된 것일까.
이날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보도자료 발표 뒤 기자 간담회에서 "금호산업의 소유 지배구조가 흔들렸을 때 금호산업 밑단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작업에 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패키지 딜로 보고 있다"며 "박삼구 회장의 지배력을 인정해주려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지원 취지는 매각을 위한 지원"이라며 "금호고속에 대한 지원이 안 되면 매각 자체가 무산될 우려가 있다. 모든 게 매각을 위해서지 대주주나 사주를 위한 게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재계 및 금융권의 시각은 비슷하지만 그 결이 다소 다르다. 산은이 위기에 몰린 금호고속에 대한 지원을 발판삼아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전권을 쥐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위기에 몰린 금호고속에 대한 지원을 통해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전권을 쥐게 된 것"이라며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박 전 회장의 개입 여지를 차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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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고속은 이달 25일 총 1300억원의 단기차입금 만기가 돌아온다. 금호고속은 지난해 4월 금호산업 지분 45.3%를 담보로 1300억 원을 차입했다. 기간 1년의 단기차입금이다. 현재 대주단은 한국증권금융과 산은캐피탈, 중국건설은행, 에스비아이저축은행, 라우라제일차, 아토제일차, 윈앤윈제이차 등이다.
문제는 금호고속이 이 차입금을 상환할 능력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대주단은 금호그룹의 자구계획 상황을 지켜보며 만기 연장과 재융자(리파이낸싱)를 고민해 왔다. 아시아나항공 유동성 위기 외에도 금호고속에서도 별도의 리스크가 자라나고 있던 셈이다. 이 리스크는 금호그룹의 숨은 뇌관으로 지목돼 왔다. 그 뇌관이 터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산은이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호고속은 박 전 회장이 그룹 재건을 위해 설립한 옛 금호기업과 금호그룹 육상운수 회사인 금호고속이 합병한 형태의 회사다. 옛 금호기업이 그룹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의 부족한 자금력을 보완하기 위해 잇따른 계열사간 인수·합병(M&A)이 이뤄지면서 피인수 대상이었던 금호고속의 전반적인 재무건전성은 악화했다. 지난해 말 기준 금호고속은 부채비율 273.4%를 기록했다. 2017년 대비 22.74% 포인트 상승했다. 전체적으로 자본총액이 급격히 줄어든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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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차입금 규모는 소폭 줄었지만 단기차입금 및 1년이내 만기 도래하는 단기채무가 늘었다. 지난해 말 총차입금은 5099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대비 12.66% 줄었다. 보유현금이 일부 늘어나며 순차입금도 감소세를 보였지만, 순차입금비율은 여전히 100%를 초과했다. 문제는 차입구조다. 대부분 만기 1년 이내 도래한 단기부채였다. 지난해 말 금호고속의 총차입금 중 75.01%가 단기부채였다. 2017년 68.16%에서 6.86% 포인트 가량 상승한 수치다. 올해 말까지 상환하거나, 대환해야 할 자금이 3825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금호고속 자체로 이 자금을 상환할 여력은 없다. 지난해 말 금호고속의 보유현금은 335억원이다. 이 자금을 모두 차입금 상환에 쓸 수도 없고, 상환에 쓴다고 해도 역부족이다. 이런 가운데 연간 금호고속의 현금창출력도 크지 않다. 금호고속의 에비타(EBITDA)는 지난해 650억원을 기록했다. 운수회사로 버스 등 자산이 많은 만큼 에비타 중에 매년 감가상각 등에 300억원 정도가 고정적으로 투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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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금호고속이 차환에 나설 경우 채권단 등에 제공할 담보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금호고속은 이미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자산을 장단기차입 조달을 위해 제공하고 있다. 금호고속은 토지 및 건물, 장래매출채권, 장기금융상품, 자회사 지분 등 장부가 기준 총 1조2403억원 규모 자산을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한 상태다. 금호고속의 장부가 기준 유형자산은 7520억원, 투자자산은 6272억원이다. 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보유하고 있는 모든 자산을 이미 담보로 맡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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