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다변화 시도 현대산업개발에 '관심 집중' [한솔오크밸리 M&A]정몽규 회장 인수 의지 확고…실탄도 넉넉
진현우 기자공개 2019-04-29 08:23:48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6일 11: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한솔그룹과 오크밸리 인수 협상을 이어가면서 1년째 별다른 진척이 없었던 거래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구주 매각의 욕심을 버리고 자본확충 방식을 결정한 한솔그룹의 대승적 판단이 있어 가능했다는 평가다. 자체적으로 실사단을 꾸려 인수를 저울질하던 HDC현대산업개발의 참여 결정도 거래대상이 바뀌면서 급물살을 탔다는 후문이다.앞서 한솔홀딩스는 작년에 수년째 적자를 면치 못한 한솔개발 지분 91%를 매물로 내놓았다. 누적된 손실로 재무상태가 악화된 한솔개발을 살리는 일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비유됐다. 매각해야 할 목적과 당위성이 분명했다. 문제는 역시 밸류에이션을 둘러싼 온도차. 막대한 부채를 핸디캡으로 안아야 하는 원매자들 입장에선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교착 상태에 빠진 거래에 다시금 불을 지핀 것은 한솔홀딩스가 거래대상을 구주에서 유상증자로 발행하는 신주로 바꾸면서다. 인수 후에도 증자 형태로 투입해야 할 자금이 많아 주저했던 HDC현대산업개발이 공식 인수의사를 한솔 측에 표명한 시점도 이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규 HDC 회장도 직접 나서 딜을 챙길 정도로 인수의지는 확고했다는 것이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대산업개발은 2018년 지주회사 HDC와 사업회사 HDC현대산업개발로 분할하며 변화의 기로에 섰다. 대대적인 개편작업을 단행한 HDC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선 분할 후 첫 사업연도인 올해 분양사업에 치우친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변화를 모색한다는 복안이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과거 해운대 우동 프로젝트와 수원 권선 프로젝트 등 초대형 개발사업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입지를 다져왔다.
디벨로퍼이자 건설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과거엔 오랜 기간에 걸쳐 토지가치 상승을 기다리거나, 토지의 용도변경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펼쳤다. 가령, 일반 건축물을 지을 수 없도록 돼 있는 '농지'를 산 뒤 주거용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대지'로 용도를 변경하면 땅값 상승에 따른 차익을 누릴 수 있다. 물론 용도변경을 위해선 정부의 까다로운 허가절차를 거치고 타당성을 갖춘 명분을 확보해야 한다.
수원 권선 프로젝트도 농지일 때 토지를 산 뒤 15년을 기다린 후, 일부 기부체납을 하고 용지를 대지로 바꿔 고수익을 올린 사업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인내가 필요한 투자였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은 미분양사태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경험한 이후에는 즉시 착공 가능한 토지를 매입해 현금 회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디벨로퍼로서의 사업전략에 변화를 줬다.
더욱이 금융위기 이후 차입금 규모가 늘어나면서 전과 같은 기다리는 투자로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었다. 또한 확보할 수 있는 토지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HDC현대산업개발과 같은 디벨로퍼 간의 토지 확보를 위한 쟁탈경쟁이 치열해진 환경도 사업전략이 바뀐 이유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디벨로퍼들은 지금 당장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토지를 갖고 있으면 언제든 성장을 도모할 여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현금이 많더라도 토지가 없다면 개발사업을 통한 가치창출이 힘들다는 판단 하에 이를 위기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한솔오크밸리 내 개발 가능한 유휴부지에 착안해 막판에 인수경쟁에 뛰어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270만㎡에 달하는 휴양1지구는 18홀 대중제 골프장과 각종 휴양시설을 짓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업계획서가 인허가 절차에 들어가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시공사로 참여해 개발사업에 따른 부가적인 수익창출을 누릴 수 있다는 전략적인 판단을 한 셈이다.
더욱이 HDC현대산업개발은 작년 기준 보유중인 현금성자산만 1조5000억원에 달해 오크밸리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데에도 특별한 걸림돌은 없는 상황이다. 현재 시행사 부도로 8년째 공사가 중단된 창동민자역사를 인수하려는 것도 HDC현대산업개발의 M&A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오크밸리 거래종결에 마침표를 찍고 M&A 시장의 핫 플레이어로 새롭게 부상할지 업계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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