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 지주 전환 그 이후]'꽃 피운' 사촌 경영…오너 권력의 분산[삼양그룹]③대표이사·의장직 분리, 지배구조 선진화
박상희 기자공개 2019-05-22 07:43:00
[편집자주]
내수에 기반한 식음료(Food&Beverage) 회사는 대부분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어 출자구조가 단순하다. 이로 인해 상호·순환출자 구조 해소 등 지주사 전환 니즈가 크지 않지만 최근 몇년 새 지주사 전환은 붐을 이뤘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곳도 지배구조 개선을 서둘렀다. 공정거래법과 상법 개정 이전에 수혜를 받기 위한 조치였고, 결국 기존 오너십 강화와 2·3세로의 경영권 승계 효과도 누렸다. 더벨은 식음료 회사의 지주사 전환 과정과 이로 인한 명암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5월 17일 11: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양그룹은 '사촌 경영'으로 유명하다. 지분이 특정 개인에게 집중돼 있지 않고 최대주주(김원 삼양사 부회장)를 비롯한 특수관계인 26명에 분산돼 있다. 경영 핵심은 '김윤·김원·김량·김정' 사촌 형제다. 처음부터 사촌 경영이 정착된 것은 아니다. 2011년 지주사 전환을 계기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지주사 전환 이후 삼양그룹 오너일가는 모두 삼양홀딩스와 삼양사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엔 김윤 회장을 제외한 오너 일가 부회장은 계열사 경영에만 집중하고 있다. 또 대표이사 직과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하는 등 지배구조 선진화 측면에서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최대주주 오너십과 경영권 불일치로 인한 향후 분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양그룹 회장 직과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삼양홀딩스 의장직은 김윤 회장이 맡고 있다. 최대주주는 사촌동생인 김원 부회장이다. 김상하 그룹회장이 보유 중인 지분을 모두 김원 부회장에게 물려줄 경우 김 부회장은 다른 사촌을 제치고 오너십 측면에서 가장 앞서 나간다.
◇지주사 전환 이후 오너일가 4명 모두 등기이사 등재
지주사 전환이 이뤄지기 전인 2010년 말 기준 삼양사 사내이사(등기이사)는 김윤 회장(1953년생)과 김원(1958년생) 부회장 2명이었다. 김윤 회장은 고(故) 김상홍 명예회장의 장남이고, 김원 부회장은 김상하 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고 김 명예회장과 김 그룹회장은 각각 창업주 고 김연수 회장의 3남과 5남이다. 3세 경영으로 이어지면서 장남들만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지주사 전환이 이뤄진 2011년 말 기준으로는 지주사인 삼양홀딩스에 김윤 회장과 김원 부회장 이외에 김량 부회장(1955년생)도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김정 부회장(1960년생)은 삼양사 대표이사(사장)가 됐다. 김량 부회장과 김정 부회장은 각각 김윤 회장과 김원 부회장의 동생이다. 김윤 회장과 김량 부회장, 김원 부회장도 삼양사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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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이사직은 이사회를 구성하는 자리 중 하나로 기업 경영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 일반 임원보다 경영 의사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삼양그룹의 경우 지주사 전환 이전에는 핵심 계열사인 삼양사에 오너 2명이 등재됐지만, 전환 이후에는 삼양홀딩스와 삼양사에 오너일가 4명이 골고루 이름을 올렸다. 지주사 전환 이후 사촌경영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운 셈이다.
김윤·김원·김량 3인으로 이뤄진 삼양홀딩스 사내이사 체제는 2017년까지 계속됐다. 2016년에는 삼양사에 몸 담았던 김정 부회장도 삼양홀딩스 경영진에 가세했다. 사내이사 직을 맡지는 않았지만 사촌형제 4명 모두 삼양홀딩스에 몸 담았다.
◇김윤 회장만 지주사에…나머지 사촌은 계열사 경영 '집중'
2017년을 기점으로 큰 폭의 변화가 생겼다. 삼양홀딩스 출범 이후 7년 간 지주사 이사회에 몸 담았던 오너일가 3세는 2017년부터 계열사로 흩어졌다. 삼양홀딩스 이사회 멤버였던 김량 부회장과 김원 부회장은 지난해 초 삼양사로 자리를 옮겼다. 김정 부회장은 삼양패키징으로 이동했다. 3세 후계자들이 지주사에 한데 모여있다가 장손만 남고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현재 김윤 회장이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지주사인 삼양홀딩스 회장 직을 수행하는 반면 나머지 3세는 계열사를 담당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는 그간 삼양사에 집중돼왔던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른 계열사의 고른 성장으로 외형을 확장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 부회장이 맡고 있는 삼양패키징의 경우 2014년 각각 97억원, 1083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과 자산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각각 3663억원, 5460억원으로 증가했다.
오너일가가 사내이사 직을 독식하던 관행에도 변화가 생겼다. 2017년까지 오너일가가 전담하던 삼양홀딩스 사내이사 자리에 전문경영인이 등장했다. 삼양그룹 재무통으로 알려진 윤재엽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현재 삼양홀딩스 사내이사는 김윤 회장과 윤재엽 사장 2명이 등재돼 있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김원, 김량 부회장의 사업회사(삼양사) 이동으로 삼양홀딩스 지배주주의 이사회 편입율이 60%에서 25%로 낮아졌다"면서 "이로 인해 사외이사의 사내이사 견제 기능을 강화하고,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삼양홀딩스는 사외이사 비중은 2019년 60%까지 확대됐다.
대표이사 직과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하는 등 최근 들어 가속화되고 있는 지배구조 선진화 차원의 행보도 눈에 띈다. 올해 김윤 회장은 삼양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삼양홀딩스 이사회 의장직만 맡기로 했다. 통상적으로 대표이사가 이사회의장을 맡는 관행을 감안하면 선진적인 조치다. 삼양홀딩스에 앞서 삼양사, 삼양패키징 등 오너일가가 등기이사로 올라 있는 주요 계열사도 오너일가는 모두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이사회 의장직만 맡고 있다.
◇ 오너십과 경영권의 불일치 해소는 과제로
삼양그룹은 현재까진 안정적인 사촌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특정 인물이 우월한 지분율을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별다른 경영권 분쟁은 없었다. 다만 향후 김상하 그룹회장의 증여 향방에 따라 김원 부회장의 지분율이 다른 형제를 훨씬 앞설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승계 과도기에 접어들면서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삼양홀딩스는 최대주주인 김원 부회장을 비롯해 개인 최대주주만 27명에 이른다. 지난해 3월 말 기준 김윤 회장 지분율은 4.82%로 5%를 넘지 않는다. 사촌동생인 김원 부회장이 5.81%의 지분율로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김량 부회장과 김정 부회장 지분율은 각각 3.8%, 5.28%다.
향후 김원 부회장의 최대주주 위치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양홀딩스 지분 1.03%를 보유하고 있는 김상하 그룹회장이 김원 부회장에게 지분을 몰아서 증여할 경우 지분율은 홀로 7%에 육박한다.
지분율로만 보면 김원 부회장이 동생인 김정 부회장은 물론 사촌형제인 김윤 회장과 김량 부회장을 한참 앞선다. 김원 부회장은 2017년 아버지 김 그룹회장으로부터 일부 증여를 받으면서 최대주주 지위를 확고히 했다.
김윤 회장이 삼양그룹 회장 직을 물려받았고, 삼양홀딩스 이사회 의장직도 맡고 있지만 최대주주가 본인이 아닌 사촌동생이라는 점에서 경영권 다툼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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