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 지주 전환 그 이후]삼양홀딩스, '사업지주→순수지주' 체질 변경?[삼양그룹]②무역·기계·환경 사업 정리…2016년부터 지분법손익, 매출 인식
박상희 기자공개 2019-05-20 14:08:00
[편집자주]
내수에 기반한 식음료(Food&Beverage) 회사는 대부분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어 출자구조가 단순하다. 이로 인해 상호·순환출자 구조 해소 등 지주사 전환 니즈가 크지 않지만 최근 몇년 새 지주사 전환은 붐을 이뤘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곳도 지배구조 개선을 서둘렀다. 공정거래법과 상법 개정 이전에 수혜를 받기 위한 조치였고, 결국 기존 오너십 강화와 2·3세로의 경영권 승계 효과도 누렸다. 더벨은 식음료 회사의 지주사 전환 과정과 이로 인한 명암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5월 16일 13: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양홀딩스는 사업지주회사로 출발했다. 국내 지주회사 대부분이 순수지주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삼양홀딩스에서 영위하던 사업 대부분을 계열사에 양도하는 방식으로 정리했고, 2016년부터는 종속기업 지분손익을 매출항목으로 인식하는 등 순수지주회사로 변화하고 있다.사업지주회사는 자체적으로 영위하는 사업에서 발생하는 영업수익으로 인해 전체 매출에서 브랜드로열티와 배당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삼양홀딩스가 출범 초기 수익 구조가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배경이기도 하다. 최근엔 지주사 출범과 함께 도입한 공통업무 지원센터(Shared Service Center·이하 SSC) 운영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삼양홀딩스 전체 매출(개별 기준)의 3분의 1을 SSC가 차지했다.
◇'무역사업, 삼양엔텍' 정리…순수지주회사로 가나
브랜드로열티, 배당금, 임대수익 등은 지주사의 핵심 수익원으로 손꼽힌다. 삼양홀딩스는 이같은 지주사의 일반적인 수입 원천 이외에도 무역사업부문 수익과 SSC운영수익 등을 통해 영업수익을 올렸다.
삼양홀딩스는 출범 초기 자회사로부터 안정적으로 유입되는 배당금수입, 로열티수입, SSC 운영수입 등으로 기본적인 운영비를 충당했다. 여기에 추가로 임대수입과 자회사 제품을 유통하는 무역사업부문으로부터 현금흐름이 보충됐다. 초기부터 안정적인 자금운용이 가능한 토대를 마련했다.
2012년 삼양홀딩스 개별 기준 매출을 살펴보면 상품 및 제품 항목으로 계상된 규모가 3136억원에 달했다. 2013년엔 상품 및 제품 판매로 올린 매출만 2313억원이다. 모두 무역사업부문에서 올린 매출이다. 삼양홀딩스에서 개별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다보니 매출 규모가 컸다.
2014년엔 계열사 삼양엔텍을 흡수합병했다. 삼양엔텍은 수처리사업 등 기계 및 환경사업을 영위했다. 삼양엔텍 흡수합병으로 인한 매출은 2016년과 2017년 기준 공사수익으로 각각 83억원이 인식됐다. 삼양엔텍 흡수합병으로 삼양홀딩스는 기존 무역사업에 더해 지주사의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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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도 들어 변화가 감지됐다. 무역사업부문을 삼양사에 양도한 것이다. 2014년 흡수합병했던 삼양엔텍이 영위하던 기계사업도 접었다. 환경사업도 양도했다. 결과적으로 삼양홀딩스를 사업지주사로 칭할 수 있던 개별 사업을 모두 정리한 셈이다.
대신 2016년도부터 종속회사 지분법손익을 매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무역사업부문을 삼양사에 양도하면서 빠진 매출을 지분법손익으로 채운 셈이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로 인식한 지분법손익 규모는 각각 473억원, 378억원, 384억원 규모다. 이에 따라 2013년 3500억원에 달했던 삼양홀딩스 개별 매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 1000억원 미만으로 감소했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이전에는 종속기업, 공동기업, 관계기업 투자자산 평가가 원가법만이 허용됐는데 2016년부터 지분법과 원가법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회계 규정이 변경됐다"면서 "이에 따라 삼양홀딩스도 2016년부터 종속기업 주식 평가방법 회계방침을 원가법에서 지분법으로 변경하고, 지분법손익도 매출항목으로 기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별기준 지주사 매출 규모는 감소했지만 연결기준 매출에는 큰 차이가 없다. 무역사업부문을 자회사인 삼양사로 양도했기 때문이다. 다만 삼양홀딩스 매출 구조는 크게 변화했다. 영위하던 사업을 모두 접으면서 매출 구조가 한결 단순해졌다. 사업지주회사로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현재 수익구조는 순수지주회사에 한발 더 가까워졌다는 평가다.
◇SSC, 2011년 매출 31억→2018년 234억 증가
개별적으로 영위하던 사업을 정리하면서 지난해 기준 삼양홀딩스의 주요 영업수익은 지분법손익, 브랜드 로열티, 배당금, 임대수익, SSC매출 등으로 정리됐다. 순수 지주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브랜드 로열티는 통상적으로 매출 규모와 연동된다. 자회사 실적이 들쑥날쑥하면 지주회사의 브랜드 로열티 수익도 변동성이 커진다. 지주사 전환 이후 2012년 삼양홀딩스 브랜드 로열티 수익은 67억원에 그쳤다. 2016년 103억원, 2017년 106억원, 2018년 110억원으로 브랜드 로열티 수수료는 계속해서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주고 있다.
배당수익 역시 자회사 실적과 연동되는 측면이 크다. 2013년 89억원에 수준이었던 배당수익은 2016년 50억원, 2018년 39억원으로 계속해서 감소 추세다. 삼양홀딩스 개별 영업수익 내역에서 배당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줄고 있다는 의미다.
임대수익도 규모도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 2011년 77억원에 달했던 임대수익은 2012년 70억원, 2016년 68억원, 2017년 51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임대수익은 64억원을 기록했다.
삼양홀딩스는 배당 수익 감소를 SSC 운영수익으로 상쇄했다. 배당 수익과 임대수익이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SSC매출은 계속해서 증가 추이를 그려왔다.
SSC(Shared Service Center)라 일컫는 공유 서비스 체계는 기업 내 계열사 별로 흩어져 개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원조직의 공통적인 업무들을 하나의 통합된 조직에서 수행하는 개념이다. SSC는 1980년 말에서 1990년대 글로벌 기업 GE·바스프(BASF)·IBM 등이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국내는 2000년대 중반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도입됐다.
삼양그룹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함과 동시에 삼양홀딩스에 SSC를 곧바로 도입했다. 지주사인 삼양홀딩스가 지배구조가 SSC업무를 수행하는데 최적화됐다는 판단에서다. SSC 도입 목적은 비용 절감과 업무 효율성 극대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계열사별로 운영되는 유사한 업무를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고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그룹 차원의 정책 일관성을 전파, 유지하고 계열사의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도 효율적이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2011년 SSC 운영수익은 31억원에 그쳤다. 2012년 180억원으로 증가한 SSC 매출은 2013년 193억원으로 200억원에 육박했다. 2016년 245억원, 2017년 247억원, 2018년 234억원으로 매년 2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려주고 있다. 지난해 기준 삼양홀딩스 별도기준 매출액 가운데 SSC운영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한다. 매출의 3분의 1 가량을 SSC가 올려 주고 있는 셈이다.
삼양홀딩스 관계자는 "SSC 운영 수익은 인사·회계 등 직능별로 각 계열사 기여도를 산정해 그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수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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