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5월 23일 14: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채권 등 부채자본 조달 가능성이 거의 없는 저축은행중앙회가 최근 신용평가업체로부터 신용등급을 받았다. 저축은행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위해 설립한 중앙회가 기업의 부도 가능성을 평가한 신용등급을 받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11월 저축은행중앙회의 기업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평가했다. 저축은행 업계 내 중앙은행 및 자율규제기관 역할 수행 등 업무의 공공적 중요성을 주요 평가 요인으로 삼았다는 설명이다. 나신평은 저축은행중앙회의 예탁기반과 자산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이지만, 자기자본 규모가 크지 않다며 이같이 등급을 매겼다.
앞서 중앙회 중에서는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가 신용평가를 받은 바 있다. 지난해 나신평은 두 중앙회에 기업신용등급 AAA(안정적)를 부여했다. 다만 이들 중앙회는 저축은행중앙회와 달리 농금채, 수산금융채 등 채권을 발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채권신용등급을 함께 받았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채권 발행이 아닌 다른 업권과 연계영업 등을 고려해 평정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금융업권 간 영업 장벽이 무너지는 가운데 중앙회와 외부기관의 업무 제휴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다"며 "중앙회의 객관적인 공신력을 제고하기 위해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실제 저축은행중앙회는 개별 저축은행을 대신해 연계대출 협약을 맺어왔다. 신한·KB저축은행 등 금융지주 계열이 아닌 저축은행들의 영업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중앙회 차원에서 관리한 것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2016년 우리은행과 연계대출 협약을 시작으로 수협은행, 대구은행 등 은행권과 연계영업을 늘려왔다. KB국민카드, 롯데카드와 제휴를 맺고 저축은행 전용 신용카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저축은행 업계에 대한 홍보효과도 기대한 것으로 관측된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저축은행 업권은 부실금융 이미지가 강했다. 이후 은행·증권계열 저축은행들이 생기며 이전보다는 인식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이미지 제고 필요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나신평 관계자는 "직접 조달할 필요가 없는 보험사도 대외 홍보 차원에서 신용평가를 받기도 한다"며 "개별 저축은행이 아닌 업권 전체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중앙회가 받은 신용평가 등급인 AA+는 개별 저축은행들이 받은 등급(BBB-~A)을 크게 웃돈다. 다만 은행과 연계된 농협·수협중앙회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똑같이 공적역할을 수행하더라도 은행과 저축은행의 위상은 다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나신평 측은 평가 시 저축은행중앙회의 특수성으로 인해 정성적 지표를 많이 고려했다고 밝혔다. 등급변동 검토 요인에도 정부 지원 가능성의 법제화, 부실저축은행 인수 등이 포함됐다. 또다른 나신평 관계자는 "저축은행중앙회는 마땅한 피어(peer)그룹이 없고, 저축은행들로부터 예치금을 받는 만큼 특수성을 감안해야 했다"며 "정책적 요인이 많이 들어가 법률적 지위에 따른 산업의 중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량적 지표는 저축은행중앙회로부터 자료를 받아 평가에 반영했다. 79개 회원사들로부터 받는 회비를 비롯해 예치금(지급준비+일반) 등의 운용 이자수익이 영업수익으로 잡혔다. 저축은행중앙회는 받은 예치금을 국공채 등 안전자산 위주로 단기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저축은행중앙회의 영업수익은 613억원이었다. 같은 시점 영업비용은 596억원을 기록했다.
저축은행의 자산 포트폴리오는 현금 및 예치금과 유가증권 위주로 구성됐다. 지난해 6월 기준 저축은행중앙회의 총자산은 6조 1786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현금 및 예치금이 2조 7610억원, 유가증권이 2조 5980억원가량을 차지했다. 저축은행들의 예수부채 규모가 커지면서 중앙회가 보유한 예탁금 규모도 커져 자산은 성장세다.
다만 자기자본 규모는 작다는 평이다. 지난해 6월 저축은행중앙회의 자기자본은 44억원으로 자기자본비율이 0.1%에 그쳤다. 과거 부실저축은행을 인수하며 자기자본이 크게 감소한 만큼 나신평은 향후 중앙회가 부실저축은행 인수 시 등급 하향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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