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을 움직이는 사람들]IMF 전후 'M&A 특수'…성장기 이끈 2세대 등장②90년대 기업 법률자문 주도…핵심으로 부상
김혜란 기자공개 2019-06-05 11:28:16
[편집자주]
1973년 설립된 김·장 법률사무소는 명실상부 국내 1위 로펌이다. 미국 로펌의 한국식 모델을 국내 처음 도입한 김영무 대표 변호사는 초기부터 기업 자문 부문에 주력했다. 이후 김앤장의 기업 자문 그룹은 시대 변화의 흐름에 발맞춰 진화를 거듭했다. '1세대' 창업자 그룹과 1970~1980년대 외자 유치에 공을 세운 2세대가 초창기 김앤장의 기반을 닦은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M&A팀의 중심인 3세대, 그 뒤를 잇는 4세대까지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을 이끄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6월 04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한국 경제도, 김·장 법률사무소(이하 김앤장)도 성장의 변곡점을 만났다. 1990년대 초반은 국내에서도 인수합병(M&A) 사례가 막 등장하기 시작했고, 특히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관통하면서 외자 유치와 구조조정 관련 거래가 봇물이 터지는 시기였다. 한국경제는 파탄이 났지만 김앤장을 비롯한 로펌들은 호황을 누리던 시기이기도 하다.눈여겨 볼 대목은 이때부터 김앤장의 2세대 변호사들이 본격적으로 등판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1990년을 전후해 김앤장에 합류한 변호사들은 주니어 때부터 1세대 변호사들을 도와 국내 기업의 외자 유치와 사업부 매각 등 M&A 관련 거래에 관여하며 차근차근 경험을 쌓았다. 1988년 김앤장에 들어온 노영재(14기) 변호사를 시작으로 1990년대 초반 합류한 박종구(17기) 고창현, 허영만(이상 19기) 변호사 등이 2세대를 대표한다.
◇노영재·박종구·고창현·허영만…뉴페이스들의 출현
김앤장은 M&A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하던 1990년대부터 팀을 구성해 전문화와 대형화를 꾀했다. 당시 1, 2세대가 랜드마크 딜 자문을 휩쓸며 성공적으로 거래를 성사시키면서 오늘날 M&A 법률자문 분야 선두주자로 뛰어오를 수 있는 초석을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2세대 변호사들은 1세대와 함께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선배들로부터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이때만 해도 M&A가 전무했기 때문에 참고할 만한 사례나 판례가 많지 않았다. 모든 것이 처음었던 때, 2세대 변호사들은 주어진 과제를 하나씩 처리하며 M&A 관련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해 나갔다.
김앤장은 1991년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쌍용정유(현 에쓰오일) 지분 35%를 인수하는 거래에서 법률자문을 맡았는데 당시 1년 차 박종구 변호사가 12년 차 시니어였던 정경택 변호사의 지휘 아래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역할을 했다. 아람코는 외국인 직접 투자 형태로 쌍용정유의 1대주주가 되면서 4억달러 투자와 20년간 원유를 장기 공급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한국은 안정적인 원유 공급원을 확보했다. 이 거래는 산유국과 소비국 간 성공적 합작 투자 사례로 기록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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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람코 딜'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국내 M&A 시장에 활기가 돈 건 1997년 IMF 위기가 터지면서다. 당시 5년 차, 많게는 10년 차 였던 2세대들은 IMF 직후 쏟아져 나온 대형 거래를 맡아 처리하느라 바빴다. 기업 구조조정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났고, 외국 자본이 밀물처럼 들어와 국내 알짜 기업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도 M&A는 변호사들에게 생소한 업무였다. IMF 이후 M&A 자문이 중요한 업무로 떠올랐고, 김앤장 변호사들은 굵직굵직한 거래를 도맡아 처리하며 역량을 쌓아나갔다.
◇IMF 전후 M&A '특수'…주축된 '2세대'
김앤장은 당시 주로 인바운드(inbound·해외 기업의 국내 기업 인수) M&A 거래 자문을 맡았다. 김앤장이 주로 외국 자본을 대리하며 덩치를 키우던 시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8년 삼성중공업의 건설 중장비 사업부 매각(약 8600억원 규모)이었다. 김앤장은 인수자였던 볼보의 법률자문을 맡았다. 같은 해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를 대리해 대상그룹의 라이신사업부 인수(약 9000억원)를 마무리 짓기도 했다.
노영재 변호사는 1990년대 김앤장에 M&A팀이 꾸려질 당시부터 핵심 주축으로 일찌감치 자리매김한 인물이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3년 예일대 로스쿨에서 법학석사(LL.M.) 과정을 밟은 뒤 귀국해 굵직굵직한 M&A거래를 도맡았는데 1999년 앰코의 아남반도체 광주공장 인수와 페어차일드의 삼성전자 부천공장 전력용 반도체(Power Device)사업 인수 건 등이 대표적이다.
박종구 변호사는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1997년부터 M&A 업무에 집중해 전문 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칼라일 그룹의 한미은행 지분 매각 등 수많은 딜에 관여하면서 김앤장의 대표급 변호사로 거듭났다. 특히 사모투자펀드 관련 M&A를 주도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고창현 변호사는 M&A뿐만 아니라 금융·증권 분야 전문성도 갖추고 있다. 그는 기업들의 보편적인 자금 조달 수단이 된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을 최초로 담당한 이력도 있다. M&A분야에선 초기 H&Q코리아의 1998년 쌍용투자증권(현 신한금융투자)의 경영권 인수, 뉴브리지캐피탈(New Bridge Capital)의 제일은행 지분 투자 건(1999년) 등 대형 거래를 성사시키는 활약상을 보였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3년부터 김앤장에서 일한 허영만 번호사는 상장법인과 금융사 관련 M&A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보였다. 신한금융지주의 조흥은행 인수(2003년), 푸르덴셜증권의 현대투자증권 인수(2004년) 등 다수의 역사적 M&A를 성사시킨 인물이다. 허 변호사는 1세대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보고펀드(현 VIG파트너스) 관련 M&A 등에서 활약한 인물로 유명하다.
◇초기 글로벌 PEF 네트워크 확보…끈끈한 관계 지속
2000년대 초에는 전략적 투자자(SI)뿐만 아니라 재무적 투자자(FI)들도 국내 기업 투자에 눈독을 들이던 시기였다. 글로벌 PEF 운용사 칼라일과 골드만삭스 PIA,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이 국내 시장에서 활동했다. 김앤장 2세대 변호사들은 2000년대 초반 외국계 PEF 운용사들이 국내 시장에 발을 들이던 초기부터 폭넓은 네트워크와 관계를 다진 인물들이다. 당시 김앤장 변호사들과 쌓은 인연이 3세대, 4세대들로 이어지면 현재까지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00년 칼라일이 한미은행을 인수할 때 칼라일 측을 대리했던 박종구 변호사는 당시 칼라일에서 이 거래를 주도했던 김병주 회장과 처음 연이 닿았다. 이때의 인연을 시작으로 김병주 회장이 칼라일에서 나와 MBK 파트너스를 차린 뒤에도 계속해서 자문을 맡아왔다. 현재는 박종구 변호사의 뒤를 이어 3세대 후배 권형수(29기), 임신권(30기) 변호사가 MBK파트너스를 전담하고 있다.
2세대는 1997년 후반 M&A가 밀려들면서 한 건에 수천억원이 오가는 1년 차부터 매달리며 M&A 노하우를 쌓았다는 특징이 있다. 처음엔 인바운드 거래에 주로 매달리며 외국 자본을 대리했지만,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전문성을 배울 수 있었다는 것이 김앤장 안팎의 공통된 평가다. 1990년대 초반 업무를 시작해 변호사 경력이 30년 넘는 이들 2세대는 여전히 후배들을 이끌고 M&A 자문을 주도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물론 3세대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지만 대형 딜의 경우 2세대 변호사들이 클라이언트와의 소통, 중요한 의사결정을 맡고 있다.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M&A 시장을 풍미한 산증인으로서 2세대의 김앤장 내 입지는 여전히 확고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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