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밸류 vs KB운용, SM 대상 행동주의 '온도차' 주주활동 공개수위 달라…주총 안건별 '엇갈린' 찬반
이효범 기자공개 2019-06-05 08:31:57
이 기사는 2019년 06월 03일 15: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이 SM엔터테인먼트를 대상으로 한 주주활동 전략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양사를 진두지휘하는 이채원 대표와 최웅필 상무는 사제지간이지만 접근방식이 사뭇 다르다. KB자산운용은 공격적으로 투자기업을 압박하는 스타일이라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투자기업과 투자자 사이에서 한층 온건한 전략을 펼칠 전망이다.◇KB운용, SM 압박카드 '공개서한' 활용 전망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은 모두 에스엠에 투자한 주요주주다. 에스엠을 대상으로 한 주주관여 활동을 두고서도 사뭇 다른 스탠스를 취하고 분위기다. KB자산운용은 조만간 에스엠과 이수만 회장의 개인회사로 알려진 라이크기획과의 불투명한 거래를 지적하는 서한을 에스엠에게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KB자산운용은 그동안 실시했던 주주관여 활동과 마찬가지로 공개서한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방식은 에스엠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에스엠 입장에서는 주주의 합리적인 요구사항일 경우 회사가 이를 수용하거나, 수용하지 않는다면 합당한 논리적 근거를 마련해야한다. 또 양측의 소통이 공론화 됨에 따라 다른 주주들의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KB자산운용이 에스엠을 대상으로 주주관여 활동을 실시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에서는 상당한 관심을 내비쳤다"며 "에스엠과 라이크기획과의 거래는 투자자들 사이에 거론돼 온 문제였지만 KB자산운용이 행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B자산운용은 그동안 공격적인 주주관여 활동을 실시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8년 2월부터 골프존을 대상으로 한 활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골프존이 모기업에게 지급하는 브랜드로열티율이 과도하다고 판단, 인하를 요구했다. 지속적인 소통과 압박을 통해 골프존의 브랜드로열티율 조정에 기여했다.
더욱이 골프존을 대상으로 소송전도 불사했다. 골프존이 모기업으로부터 조이마루 사업부를 양수하는 건에 대해서도 주주권익을 침해하는 거래로 규정하고 소송을 제기, 거래를 무효화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 밖에도 컴투스, 광주신세계, 넥스트아이, 효성티앤씨, KMH 등을 타깃으로 한 주주활동을 모두 공개적으로 진행했다.
◇한국밸류, 우호적 투자자로 인식…비공개 소통에 '방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도 오랫동안 에스엠에 투자해온 만큼 라이크기획과의 거래를 놓고 회사 측과 지속적으로 소통해왔다. 하지만 KB자산운용와 같이 주주서한을 전달하는 방식을 고려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에서도 양사의 거래에 대한 지적이 제기돼 왔던 만큼, 에스엠이 장기적으로 라이크기획과의 거래를 해소하는게 불가피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더욱이 라이크기획의 실체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했다. 라이크기획은 오너의 개인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인 인력 및 주주 구성이나 에스엠과의 어떤 협력관계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드러난 바가 없다. 에스엠이 라이크기획과 실시하는 거래를 문제로 삼을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뚜렷한 확신을 갖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또 투자기업과 적대적인 관계를 형성하기보다 우호적인 투자자로 인식되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렇다 보니 투자기업에 압박을 줄 수 있는 주주활동 보다는 온건한 소통을 통해 시간을 두고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중시해온 것으로 해석된다.
KB자산운용과의 차이점도 주주관여 활동 공개 수위에서 나타난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투자기업을 대상으로 주주관여 활동을 실시할 경우 공개서한을 활용하지 않는다. 또 홈페이지에 공시된 주주활동 내역도 투자기업에 전달한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한 수준에 그친다. 대상기업과 관련된 정보를 최소화 해온 셈이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당분간 KB자산운용의 주주활동을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 KB자산운용이 에스엠과 이수만 회장의 개인회사로 알려진 라이크기획과의 거래를 지적하는 서한을 준비 중인만큼, 향후 전개될 상황을 충분히 확인한 뒤 주주활동 방향성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SM 주총, 한국밸류 안건 '반대' 다수…KB운용 대부분 '찬성'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은 지난 3월 열린 에스엠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온도차를 드러냈다. 두 운용사의 찬반은 안건별로 엇갈렸다. 당시 안건은 △제무제표승인 △정관변경 △감사선임(이강복) △임원퇴직금 지급규정 변경 △주식매수선택권부여 승인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 △감사 보수한도액 승인 등 7개 였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재무제표 승인 △정관변경 △감사선임(이강복) △임원퇴직금 지급규정 변경 등 4개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운용사는 무배당 결정을 포함한 재무제표 승인 안건이 주주권익을 침해한다고 판단했고,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의 발행한도를 늘리는 정관변경도 주주권 희석 가능성을 우려해 모두 반대했다. 또 13년간 장기연임한 감사선임과 임직원 퇴직금 지급규정 변경 안건 등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KB자산운용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반대했던 안건에 모두 찬성했다. 그러나 주식매수선택권부여를 승인하는 안건에 대해서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과 달리 반대했다. 운용사는 이에 대해 "시장요인을 배제하지않고 경영성과와 무관하게 행사 가능한 고정부 주식매수선택권으로서, 기업가치 성장의 극대화 여부와 무관하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데 문제점이 있어 반대한다"고 사유를 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KB자산운용은 주주관여 활동을 펀드 운용과 관련해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이라며 "이와 비교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도 주주관여 활동을 실시하고 있지만 KB자산운용에 비해서는 비공개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그는 "투자기업에 대한 운용사의 기본적인 입장에서 비롯된 차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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