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재공략' KB운용 최웅필, 이번엔 '행동주의' 장착 2011년 집중 투자종목, 펀드 수익률 견인…행동주의 노하우, 기업가치 개선 요구
이효범 기자공개 2019-06-03 08:24:08
이 기사는 2019년 05월 31일 10: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자산운용 밸류운용본부가 또 한번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투자로 재도약할지 주목된다. 스타 매니저인 최웅필 상무가 이끈 밸류운용본부는 지난 2011년 국내에서 드물게 에스엠에 대규모 투자를 실시해 큰 수익을 냈다. 그로부터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가운데 최근 다시 에스엠에 집중 투자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가치주 관점으로 접근했지만 예전과 달리 행동주의 전략을 장착해 직접 기업가치 개선을 이끌어 낸다는 계획이다.◇2000년 후반 '엔터주' 성장 조짐…기회 포착한 최웅필 매니저
지난 200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엔터주에 관심을 갖는 펀드매니저는 드물었다. 엔터주로 불리는 연예기획사들의 수익구조가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에스엠이 국내에서 가장 큰 엔터주였지만 음반판매를 주 수익원으로 했다. 시가총액도 채 1000억원에 미치지 못했던 시절이다.
2010년을 전후해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수익구조에도 점차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소속 아티스트들이 해외로 활동반경을 넓히면서다. 에스엠에 소속된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은 국내 인기를 발판삼아 한류를 타고 일본으로 무대를 옮겨나갔다. 현지에서 콘서트 등을 개최해 에스엠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줬다.
에스엠은 지난 2009년 매출액 618억원, 영업이익 92억원, 순이익 45억원을 냈다. 당시 3년간 지속된 영업적자에서 벗어났다. 이듬해인 2010년 매출액 864억원, 영업이익 255억원, 순이익 218억원으로 실적은 대폭 개선됐다. 음반 판매 등 제품매출이 160억원으로 전년대비 7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대신 국내외 로열티 매출은 441억원으로 전년대비 196억원 불어났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가수가 대박이 나더라도 음반 판매가 주 수익원이었던 연예기획사가 엄청난 돈을 버는 일은 없었다"며 "그런데 에스엠이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 아티스트를 키워 일본에서 개최한 대형 콘서트 등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머쥔게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엔터주 인식을 바꾼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최 상무는 자산운용업계에서 이같은 흐름을 한발 빨리 포착했다. 그가 속한 KB자산운용은 2011년 3월 에스엠에 수백억원을 투자해 지분 5% 이상 보유한 주주에 오른 상태였다. 이후로도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 한때 10% 수준의 지분을 보유했다. 최 상무는 당시 직접 현장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운용팀을 이끌고 일본에서 열린 소녀시대 콘서트에 참석하기도 했다. 자비를 들여 2박 3일 탐방일정을 소화할 정도로 열정이 넘쳤다.
그해 에스엠 주가는 수직상승했다. KB자산운용이 초기 투자 당시 1000억원을 밑돌았던 에스엠 시가총액은 2012년 1조원 수준으로 치솟았다. 1주당 가격으로 따지면 2011년 초 1만원 중반대에 머무르다 가파르게 올라 같은해 4만원선을 돌파했다. 이듬해인 2012년에는 등락을 거듭하다가 최근 10년간 최고점인 7만1600원까지 상승했다.
KB자산운용은 2011년 6월초까지 매수에 방점을 두고 주식을 샀고 이후 매도세로 돌아섰다. 주가가 상승하는 과정에서 꾸준히 보유지분을 처분해 막대한 차익을 실현했다. 그해 8월 차화정 주가가 크게 떨어져 왠만한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급락했다. 그런데 KB자산운용의 대표펀드인 'KB밸류포커스펀드'는 강한 방어력을 선보였다. 에스엠은 2012년까지도 해당펀드 수익률에 큰 기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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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주 조정, 값싸진 에스엠…라이크기획에 '합병 혹은 청산' 요구할 듯
KB자산운용은 올해 4월초 에스엠 지분 5% 이상 보유한 주요주주로 또다시 이름을 올렸다. 2011년과 가장 큰 차이점은 구조적 혹은 에스엠 자체적인 성장성에 주목해 투자를 한게 아니라는 점이다. 포인트는 '가치투자'와 '행동주의'로 요약된다. 특히 최 상무가 에스엠 투자와 관련해 국내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라는 점에서 단기간 내에 이같은 전략을 구상한 것은 아니라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국내 엔터주는 올들어 불거진 버닝썬 사태로 인해 조정을 받았다. 이슈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었지만 에스엠 주가도 대폭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5만원을 웃돌았던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다가 올해 3월초 3만원 대로 추락했다. KB자산운용은 당시 주가에 투자자들의 과도한 우려가 반영됐다고 보고 집중적인 매수에 나섰다.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 됐다고 판단해 가치투자를 실시한 셈이다. 이미 3월 하순경에는 에스엠 지분 5% 가량 확보한 상태였다.
지난해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던 밸류운용본부의 주력펀드들은 올들어 자금유출세에서 벗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기관투자가로부터 신규자금이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휠라코리아, 컴투스, 메지온 등 펀드 수익률 상승을 견인했던 종목들의 주가가 높아졌다는 것. 신규 투자자들의 기대에 맞춰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새로운 종목이 필요했다. 에스엠을 집중적으로 편입한 것도 어느정도 주가 상승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기업가치 향상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전략으로 변했다. 컴투스, 골프존 등을 대상으로 주주활동을 벌여온 경험을 살리기로 하고, 직접 기업가치를 개선시킬 수 있는 행동주의 전략으로 접근한다. 이를 위해 궁극적으로 라이크기획 최대주주인 이수만 회장의 이익과 에스엠 주주들의 이익을 일치시켜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 회장은 특수관계인들과 함께 에스엠 지분 19.5%가량 보유 중이다. 그동안 에스엠 주주로서 거둔 이익보다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의 주인으로서 에스엠과의 거래로 챙기는 이익이 더 많았다. 에스엠이 작년에만 라이크기획에게 영업비용 명목으로 지급한 금액은 145억원이다. KB자산운용은 불합리한 거래로 규정하고 라이크기획을 청산하거나 에스엠과 합병해야 한다는 주징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에스엠이 KB자산운용의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일지다. 일단 SM은 배당을 늘릴 것이라며 자세를 낮추고 있으나 KB자산운용은 이번 주주활동에 적잖은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근본적으로 지배구조 이슈까지 변화를 유도해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미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상태라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펀드 수익률에도 악영향을 준다. 에스엠도 이 회장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안이라 강경대응에 나설 경우 양측이 장기공방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KB자산운용이 에스엠을 대상으로 주주활동을 실시한다고 하더라도 오너의 내부거래와 관련된 사안이라 에스엠도 당장 결론을 내기 어려울 수 있다"며 "주요주주로 등재된 기관투자가들이 지분을 결집할 경우 이 회장의 지분보다 높기 때문에 에스엠을 대상으로 주주제안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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