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금융 선봉에 선 허인 KB국민은행장 [KB금융을 움직이는 사람들] ②국민은행·그룹디지털 총괄…장기신용銀 출신 기업·기관 영업통, 세대교체 주역
원충희 기자공개 2019-06-11 09:28:00
[편집자주]
무형의 상품을 생산하고 서비스하는 금융회사에서 '맨파워'만큼 중요한 자원은 없다. 자산 500조원 규모의 거대 금융그룹인 KB금융그룹도 마찬가지다. 경영진 불화, 관치 외풍 등 많은 아픔을 겪으면서 새롭고 단단해진 인재들이 있다. 2014년 11월 윤종규 회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리딩금융그룹을 향해 달리는 KB금융. 그곳을 이끄는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6월 05일 08: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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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경영과 디지털' 두 마리 토끼 잡는다
허 행장이 담당하는 디지털혁신부문 산하에는 한동환 디지털혁신총괄 전무(CDIO), 윤진수 데이터총괄 전무(CDO), 이우열 IT총괄(CITO) 전무 등 3명의 임원이 편제돼 있다. 이들은 각각 국민은행의 디지털금융그룹 대표, 데이터본부장, IT그룹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그룹의 디지털 전략, 은행·카드 빅데이터 업무, 신생 핀테크 기업을 지원하는 KB이노베이션 허브, IT기획과 정보보호 업무 등 각종 디지털·IT업무를 여기서 총괄한다.
은행장이 다른 보직을 겸하는 것도 흔한 일이 아닌데다 디지털 총괄을 맡는 경우는 사례가 없는 일이다. 은행이 그룹 내 압도적인 자산과 수익, 위상을 가진 것을 감안하면 행장은 은행업무에만 집중토록 하는 게 일반적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윤종규 그룹 회장이 은행장을 전면에 내세울 만큼 디지털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라며 "달리 보면 허 행장이 은행과 디지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한 게 아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실제로 그는 은행장이 된 후 국민은행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인 '리브(Liiv)'의 개발 및 진행상황을 모두 챙겼다. 또 디지털 전환 선포식을 통해 2025년까지 디지털에 2조원을 투자하고 인재 4000명을 양성한다는 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허 행장이 IT·디지털업무와 연을 맺은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대등합병 당시 허 행장은 전산통합추진 태스크포스(TF)의 기업금융부문 팀장을 맡았다. 전산통합 업무를 마무리 한 후에는 여신 프로세스 선진화를 위한 종합정보시스템(ACRO) 개발 TF팀장을 지내면서 IT분야 경험을 쌓았다.
2015년 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전무(CFO) 시절에는 카카오뱅크 지분투자와 설립 컨소시엄 업무를 담당했다. 국민은행이 10% 주주로 참여한 카카오뱅크는 2017년 7월 출범한 이후 여섯 분기 만에 흑자달성에 성공했다. 올해 연간 흑자를 거둔 뒤 내년 하반기쯤 상장에 도전할 계획이다.
◇비주류 출신, KB금융 세대교체 선두주자
허 행장은 윤종규식 발탁인사의 대표사례로 꼽힌다. 내정 때부터 화제가 됐다. 1961년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허 행장은 KB금융그룹 세대교체의 스타트를 끊었다. 그가 선임된 이후 1950년대생 CEO들이 퇴진하면서 KB금융 임원진이 한층 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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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국민은행 내 비주류에 속하는 장기신용은행 출신이다. 그동안 국민은행장은 통합 전 국민은행 혹은 주택은행 출신이 번갈아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장기신용은행 출신은 허 행장이 처음이다. 대기업팀장, 동부기업금융지점장, 삼성타운기업금융지점 수석지점장 등 기업금융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은 것도 이런 요인이 컸다. 국민은행은 소매금융(리테일)이 강한 은행으로 유명하나 허 행장 취임 후 기업금융 규모가 상당히 늘었다.
기관영업 역시 탁월한 성과를 보였다. 영업그룹 부행장 재직시절 국민은행은 아주대학교병원, 서울적십자병원 주거래은행으로 선정됐으며 2017년에는 신한은행이 5년 간 운영했던 경찰공무원 전용대출(무궁화대출) 사업권을 따내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간에 아픔도 있었다. 대기업팀장 시절(2005년) 비외감 중소법인을 대상으로 한 기업여신(그레이존 대출)을 확대하려는 경영진의 방침에 반대했다가 본사에서 밀려난 적이 있다. 그의 예견대로 그레이존 여신을 대폭 늘렸던 국민은행은 큰 부실에 휘말려 이를 치유하는데 10년이 걸렸다.
외면적으로 학자타입을 연상케 하지만 그를 실제로 만나보면 이미지와 다른 면모를 풍긴다. 소탈하면서도 인간적이란 평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영업과 영업그룹 부행장을 지낸 허 행장은 영업맨 특유의 강단 있는 성격과 시원시원한 말투를 갖고 있다"며 "학자·교수 같은 외모와 달리 과단성 있는 성향을 마주하면 기업·기관영업에서 큰 사람답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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