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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대표, '30년 야전사령관' VC명가 꽃을 피우다 [LB인베스트를 움직이는 사람들]①'선택과 집중' 현장서 답 찾아, 유니콘 발굴 육성

신상윤 기자공개 2019-06-24 07:58:05

[편집자주]

대기업 계열사로 출발한 LB인베스트먼트는 어느새 그 꼬리표를 떼고 '벤처투자 명가'로 자리매김했다. 신뢰와 투명성, 도전과 성과, 인재를 중시하는 가치를 기준으로 단순 투자자가 아닌 기업 성장에 없어서는 안 될 정통 벤처캐피탈(VC)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LB인베스트먼트가 글로벌 VC로 도약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이들의 철학과 비전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6월 20일 10: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일과 가운데 하나는 조찬 미팅이다. 오전 8시쯤 투자기업 대표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 종사자들을 만나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조찬 미팅에서 그는 정보를 공유하고 산업계 전반의 동향을 파악한다. 1주일에 3일 이상을 조찬 미팅으로 시작하는 박 대표의 이유 있는 습관은 '벤처투자 명가' LB인베스트먼트를 만든 원동력이 됐다.

◇ 2003년 구본천 부회장과 인연, 클럽딜 대신 현장 누벼

박기호 LB인베스트 대표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
박 대표가 벤처캐피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87년 10월 19일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하루 만에 주가가 20% 넘게 하락한 '블랙 먼데이(Black Monday)'다. 익숙하지 않은 현상에 관해 공부를 하던 중 벤처투자 업무를 알게 됐고 1988년 국민기술금융 입사를 이끌었다. 7년 동안 심사역으로 근무하면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정통 벤처투자 연수를 통해 선진 투자 방식도 경험했다.

1995년 그는 현대전자로 옮겨 정보통신본부에서 신규 통신사업을 이끌며 IT분야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이 경험을 토대로 1999년 스틱IT벤처투자 투자담당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텔레칩스, 토필드 등을 발굴해 투자를 이끌며 큰 수익을 실현했다.

박 대표는 2003년 LB인베스트먼트에 파트너로 합류했다. 스틱IT벤처투자에서 IT투자 성과로 대내외 주목을 받았던 그에게 LB인베스트먼트는 새로운 기회였다. 특히 대기업 LG의 지원으로 출범한 LB인베스트먼트는 LG가(家) 직계혈통인 구본천 부회장 일가가 지분을 인수하며 계열 분리도 마친 상황이었다. 2003년 1월 구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벤처투자의 본연 임무인 펀딩과 투자, 회수에 집중하기 위해 박 대표에게 손을 내민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박 대표는 지난 2012년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은 이래 LB인베스트먼트 벤처투자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크루셜텍과 테스나, 덱스터 스튜디오, 스타일쉐어 등을 발굴해 투자를 이끌었다. 박 대표의 투자 철학은 '선택과 집중'으로 귀결된다. 각 산업군에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회사를 선택하고 후속 투자를 집중해 성장을 돕는다. 그가 다수의 벤처캐피탈과 함께 투자하는 '클럽 딜(Club Deal)'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다. 이 같은 기준은 LB인베스트먼트가 펄어비스와 카카오게임즈, 직방, 마켓컬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툴젠, 바디프랜드 등 유니콘 기업으로 분류되는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 배경이 됐다.

◇ '편딩·투자·회수' 잔뼈 굵어, 올해 동남아 노크

1988년 벤처캐피탈에 입문한 박 대표는 30년 가까운 경험을 체득한 야전형 사령관이다. 펀딩과 투자, 회수로 이어지는 벤처캐피탈 본연의 업무에서 다양한 실전 경험이 풍부하다. 후배 심사역들이 박 대표를 넘기 어려운 산으로 느끼는 이유다. 실제로 충분한 준비 없이 투자심의위원회에 들어갔다가 호되게 질책만 받고 나오는 심사역들도 종종 있다고 한다. 박 대표는 후배들에게 직설적이지만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이유에 대해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후배들이 틀린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길을 잡아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박 대표도 여전히 현장을 다닌다. 구성원들에게도 현장에 답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가 여전히 투자심의위원회를 비롯해 벤처기업이 진행하는 기업설명회(IR)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이유다. 필요하면 기업 탐방도 마다치 않는다. 직접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탐방해 후배 심사역들이 성공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도 해주는 것이다.

박 대표가 이끄는 LB인베스트먼트는 올해 1000억원대 펀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4월 '2019년 성장지원펀드' 벤처리그 위탁운용사로 선정돼 250억원 출자가 결정됐다. 그 외 추가 펀딩을 통해 올해 전체 운용자산(AUM) 규모를 7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오는 2021년에는 1조원 규모의 AUM을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투자 목표액은 1000억원으로 설정했다. 특히 그로쓰캐피탈(세컨더리) 펀딩과 투자에도 경영전략을 집중할 계획이다. 해외 시장 투자 비중은 전체의 25~35%가량을 유지할 방침이다. 박 대표는 해외 투자를 확대해야 벤처캐피탈이 양적·질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구성원에게 글로벌 트랜드 파악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이유다.

박 대표가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LB인베스트먼트를 글로벌 톱 티어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다. 지난 2007년 설립된 중국 상해법인은 투자와 회수부문에서 활발한 성과를 내놓고 있다. LB인베스트먼트는 중국 내 외국계 벤처캐피탈 가운데 50위권 내에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진출 원년이 될 전망이다. 베트남 등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을 시작으로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과거 성과에 안주해서는 안된다는 경계심을 갖고 더 앞으로 나갈 것"이라며 "벤처캐피탈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LB인베스트먼트가 글로벌 톱 티어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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