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7월 01일 07: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수적·유교적'이라는 말은 GS그룹을 관통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다. 허창수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의 가풍과 이미지가 그룹에 그대로 투영된 결과다. 수십명의 오너일가가 잡음없이 공동 경영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자녀인 4세들도 큰 문제 한번 일으키지 않고 착실히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보수적·유교적'이라는 이미지는 '도덕적'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지며 호감으로 작용했다.실제로 그룹 내부직원들을 만나보면 오너일가의 인성과 성품에 반론을 제기하는 이가 없다. 기업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이나 심지어 주주들까지도 오너일가의 겸손함이나 가정교육을 두둔한다. 이러한 이미지는 그룹 경영에 대한 신뢰로도 이어졌다.
하지만 GS그룹을 들여다보면 세간의 평가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지배구조 측면에서 봤을 때 총수 1인에게 거의 모든 권력이 집중 돼 있고 주주권익이나 이사회 투명성을 위한 보호장치 등은 미흡하다. 공정거래 측면에서도 오너일가 가족회사의 여전한 내부거래나 이를 통한 그룹 지배력 확장은 꺼림칙한 의문점도 남긴다.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가 기업의 최대 현안으로 대두되고 스튜어드십 코드나 주주행동주의를 의식한 주주친화정책이 재계 트렌드로 자리매김 한 상황에서도 GS그룹은 굳건히 기존 관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걸 보면 GS그룹이 변화에 둔감한 보수적인 집단이라는 데 공감이 간다. 그러나 이같은 행보를 옳다고 두둔하기 어려운 이유는 지분 52%를 쥐고 있는 소액주주들이 그룹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시대의 변화에 항상 능동적인 것만이 바람직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보수적'이라는 말이 주는 안정감도 무시할 수 없다. GS그룹은 그 어떤 재벌 그룹보다 리스크 관리에 탁월하다고 정평이 나 있다. 다만 GS그룹에 요하는 시대적 변화라는 게 '주주들의 권익'과 '경영 투명화'라는 당연히 지켜져야 할 원칙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오너일가의 도덕성에 기댄 GS그룹에 대한 신뢰가 계속되기 위해서는 결국 그룹이 얼마나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느냐에 달렸다. 지금의 GS그룹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만석꾼에서 기업경영자로 변화를 꾀한 고 허만정 명예회장의 결단이 있었다. 결국 '보수적'이라는 가치도 시대적 변화를 제대로 읽으면서 고수해야 지킬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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