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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의 전략 변화, M&A 우선 순위 [금융지주 비은행 경쟁력 분석] ②높아진 자본여력 활용...비은행 매물 적극적 대응

손현지 기자공개 2019-07-08 09:50:00

[편집자주]

비은행을 둘러싼 금융권 '왕좌의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들은 은행 쏠림 구조를 벗어나 증권, 보험, 카드 등 다양한 계열사를 키우며 그룹 시너지 창출에 사활을 걸었다. 은행만으로 치열해진 시장 경쟁을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우량 비은행을 선점한 자가 패권을 잡는다. 왕좌를 둘러싼 금융지주사들의 비은행 성장전략과 장단점, 히스토리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7월 04일 13: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드, 자산운용사뿐 아니라 벤처, 보험, 캐피탈 부문 등 매력적인 매물이 나온다면 가리지 않고 적극적인 M&A 전략을 구사하겠다."

최근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와의 대화에서 나온 내용이다. 그동안 M&A에는 소극적이었던 하나금융의 스탠스가 변화됐다는 점을 단적으로 드러낸 언급이었다. 지난 2015년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인수 후 간혹 굵직한 M&A의 원매자 후보로 거론되더라도 통합작업(PMI)을 이유로 발을 빼왔던 모습과 상반된다.

하나금융이 변화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건 작년부터다. 올해는 롯데카드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연달아 SK텔레콤·키움증권과 컨소시엄을 형성해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하기도 했다. 작년과 재작년 하나금투에 두 차례에 걸쳐 출자를 한 것도 초대형 IB요건을 충족시켜 실탄확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외형성장에 나서게 된 계기는 경쟁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의 경우 작년 오렌지라이프생명을 인수해 몸집을 키웠으며, KB금융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과 현대증권을 인수해 순이익 격차를 벌려나갔다. 최근 하나금융과 3위 경쟁을 하고 있는 우리금융 역시 지주사 출범을 계기로 M&A에 적극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따라 하나금융도 M&A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기 시작했다.
4대금융지주 건전성 지표

◇'부실자산 버퍼' 자본운용 구조적 한계…M&A 실탄 확보 '안간힘'


사실 그동안 하나금융이 비은행 M&A에 참여할 수 없었던 배경에는 자본의 구조적인 한계가 크게 작용했다. 타 은행지주와 달리 하나금융의 자본비율은 부실자산에 대한 버퍼(Buffer)성격이 짙다. 때문에 높은 자본비율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수·합병(M&A)이나 자회사 출자를 위한 잉여자본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보통주자본(CET1)이 꾸준히 상승해 표면적으로 자본의 질은 개선되고 있지만 자본정책 운영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섣불리 M&A를 단행하기엔 리스크가 존재했다. 하나금융은 대손충당금 적립액을 낮게 유지하는 대신 이익잉여금을 늘려 자본비율을 키우는 방식을 선택해왔다. 대손충당금을 쌓게되면 순익이 감소해 이익잉여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NPL커버리지비율을 비교하더라도 신한금융은 164%, KB금융은 138.2%, 우리금융은 118.9%인 반면 하나금융은 101.9%에 불과하다. 예년에 비해 타 은행지주와의 자본비율 격차를 좁혔지만 적극적으로 M&A에 참여할 만큼 잉여자본은 아니라는 얘기다.

최근에는 주가부양 차원의 자사주 매입으로 이렇게 끌어올린 가용자금 마저 소폭 줄어들었다. 즉 이중레버리지비율이 늘어나 출자여력이 축소된 상태라는 것이다. 지난 4월 하나금융이 공식적으로 밝힌 'M&A를 위한 가용자금 1조원' 수준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순익을 늘려 이익잉여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자본의 결이나 성격은 KB, 신한과는 다른 편"이라면서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낮아 부실자산에 대한 대처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한편이라 자칫 M&A에 도전하다가는 자본적정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 출자여력

그동안 하나금융은 CET1과 기본자본(Tier1) 중심으로 자본의 질과 자본비율을 개선해나갔다. 지난 2016년만해도 CET1이 10%대에 불과했던 하나금융은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의 노력으로 올해 1분기 12.88%까지 개선됐다. 1분기 Tier1은 13.52%로 전년 동기대비 0.07%포인트 상승했다. 또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중심으로 자산운용을 한 덕분에 안정적인 순익을 실현해냈다.

출자여력을 의미하는 이중레버리지비율(별도 자기자본/자회사 출자액)나 부채비율 등이 규제수준을 충족시켰다. 지난 1분기 말 이중레버리지비율을 보면 124.1%로 한도(130%)치를 하회하고 있다. 출자여력은 약 9543억원 정도로 지난 2017년 말(6789억원) 비하면 크게 늘어났다.

◇ 높아진 자본여력 활용 '관건'…비은행 포트폴리오 우선순위 재배열

이에 따라 자본운용 전략에도 변화가 생겼다. 과거 자본적정성과 자산건전성 지표를 개선하며 자본확충에 주력해왔다면 이제는 자본을 활용해 비은행부문 투자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방침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올해 주요 경영과제로 균형 잡힌 사업포트폴리오 구축과 계열사간 시너지 확대를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하나금융은 자본운용을 보다 적극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올해 초 하나은행 자금시장그룹을 본부로 격하하고 경영기획그룹으로 편입했다. 이러한 조직개편은 높아진 자본여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기존에 분리된 자본운용과 조달라인을 경영기획그룹으로 한데 묶어 '조달-운용-배분' 업무를 일원화했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그룹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볼 때 비은행 계열사 비중이 작은 편이다. 올 1분기 말 기준 그룹의 영업이익(7492억원) 중 은행이 81.7%(6127억원), 비은행은 18.2%(1364억원) 비중을 차지했다. KB금융이나 신한금융의 비은행 비중이 30~4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은행 의존도가 상당한 편이다. 매번 하나금융의 컨퍼런스콜에서 M&A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단골로 등장할 수 밖에 없던 배경이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사실 올해초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우선순위를 재수립하고 있다"며 "다만 특정 비은행만 본다기 보다는 시장 매물이 등장할 때마다 다각적으로 도전해보려는 움직임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나금융투자 추가 증자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하나금투가 초대형투자은행(IB)으로 지정되면 레버리지 규제를 받지 않고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하나금융은 작년과 재작년 두 차례 걸쳐 하나금투에 총 1조원 넘게 증자를 실시했다. 덕분에 올 3월 말 기준 자기자본은 3조2677억원으로 확대됐다. 초대형IB 자격요건(4조원)까지 7400억원 정도 남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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