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를 움직이는 사람들]경영기획실 해체…지원부문·위원회로 전환①계열사 자율경영 체제, '삼성+SK' 조직모델 벤치마크
최은진 기자공개 2019-07-11 08:58:21
[편집자주]
한화그룹은 '위기에 강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승연 회장이 총수에 오른지 40년이 지난 현재 모태인 방산업을 넘어 화학·태양광·금융·호텔 등을 아우르는 재계 7위권 입지를 다지고 있다. 총수 부재의 상황에서도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공시키며 몸집을 키운 결과다. 김승연 회장의 강력한 오너십 하에 움직이던 경영스타일은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 가능한 자율경영 방식으로 서서히 바뀌고 있다. 더벨은 한화그룹을 움직이고 있는 주역들을 조명해 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7월 08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은 과거 '필사즉생(必死則生) 필생즉사(必生則死)'라는 경영철학 하에 김승연 회장의 오너십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조직이었다. 비서실, 경영기획실, 구조조정본부 등 컨트롤 타워 조직이 오너십을 뒷받침 했다.하지만 최근 한화그룹은 컨트롤 타워 조직을 해체하고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그룹을 지원하는 조직으로는 ㈜한화의 지원부문과 그룹 위원회 정도가 있다.
◇실세조직 명맥, 비서실→구조조정본부→경영기획실
1981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창업자이자 부친인 고 김종희 명예회장의 갑작스런 타계로 29세에 회장직을 맡았다. 역대 재벌 회장 가운데 가장 젊은 나이에 승계를 이뤘다. 그런 김 회장에 대해 재계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지만 취임 10년만에 그룹 외형을 두배 이상 늘리며 역량을 입증해 나갔다.
탁월한 성과 뒤에는 그룹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 조직이 있었다. 1990년대에는 비서실과 경영기획실, 2000년대 들어선 구조조정본부라는 이름으로 조직화 된 부서다. 김 회장 취임 초창기에는 스케줄과 신변을 챙기는 비서실과 그룹 재무를 책임지는 경영기획실이 김 회장의 손과 발이 됐다.
IMF 구조조정이 시작된 1998년에는 구조조정본부가 신설되며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대체했다. IMF로 극심한 구조조정을 단행한 데 따라 구조조정본부가 그룹을 움직이는 정식조직으로 위상이 높아졌다. 비서실과 경영기획실이 담당하던 회장과 계열사간 가교역할은 물론 대규모 인수합병(M&A) 등을 맡으면서 실세로 부상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연배 전 한화그룹 부회장이다. 그는 비서실장을 지내다 구조조정본부가 만들어지면서 본부장으로 이동, 그룹의 구조조정은 물론 한화생명(옛 대한생명) 인수 등 사업 포트폴리오의 밑그림을 짜기도 했다.
물론 김 회장의 측근으로 핵심 임원이 된다는 것이 꼭 영광만 따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룹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상당한 고초를 치렀기 때문이다. 1990년대 비자금 사건 때는 경영기획실 임원들이, 불법 대선자금과 대한생명 관련 뇌물공여 사건 때는 김연배 전 부회장이 총대를 맸다.
현재까지도 그룹 컨트롤 타워에서 일했던 인물들은 경영 전면에 있다. 금춘수 ㈜한화 대표이사 부회장,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 최선목 커뮤니케이션위원장 등도 구조조정본부에 몸 담았던 인물이다.
◇컨트롤타워 해체 후 '삼성+SK' 조직모델 벤치마크
IMF 구조조정에서 벗어난 2000년대 중후반 들어서부터 '구조조정본부'에 대한 여론의 시각이 부정적으로 변했다. 분권화가 필요한 기업의 각 기능이 구조조정본부에 쏠리고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게 되면서 총수 개인의 사익편취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기업 비자금 사건의 칼날이 이들 구조조정본부를 겨누면서 해체를 요구하는 여론이 빗발쳤다.
한화그룹은 구조조정본부가 만들어진 지 8년 뒤인 2006년 구조조정본부를 경영기획실로 바꿨다. 경영기획실 아래 그룹의 전략·재무·인사·운영·법무·홍보 등의 부서를 편제했다. 사실상 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를 할 수 있는 부서들을 집중시켜 구조조정본부의 역할을 그대로 이관한 셈이다.
이후 경영기획실은 기존 구조조정본부가 하던 역할에 더해 총수 부재의 비상경영 상황에서 김 회장을 대신하는 역할까지 담당했다. 김 회장의 보복폭행, 비자금 사건 등 총수 부재 상황에서 그를 대신해 그룹을 챙기는 역할을 맡았다. 특히 당시 경영기획실장이던 금춘수 부회장이 김 회장을 수시로 면회하면서 빈자리를 채웠다.
하지만 2017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그룹 컨트롤 타워 조직에 대한 불신이 또 다시 불거졌다. 이를 의식한 한화그룹은 지난해 경영기획실을 없애고 계열사의 독립경영과 이사회를 통한 투명경영을 선포했다. 현재 한화그룹에는 컨트롤 타워라고 볼 수 있는 모든 기능을 집중시켜 놓은 단일 기구가 없다.
일부 그룹 지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은 ㈜한화의 '지원부문'과 '그룹 위원회(커뮤니케이션·컴플라이언스)' 조직 정도다. 지원부문은 공식적으로는 계열사 및 자회사 관리를 담당한다. 여기에 더해 그룹 지배구조와 승계, 그리고 M&A와 같은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까지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위원회는 브랜드 관리와 대언론 소통창구, 그룹 단위 사회공헌활동 그리고 리스크 관리를 맡는다.
지원부문은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에 소속되면서 계열사 및 자회사 관리와 신사업 투자의 명분을 얻었다. 지난해 7월 신설된 지원부문은 금춘수 부회장이 총괄하고 있고 구성인력은 약 30명 정도로 알려졌다. 그 중 절반은 임원이다. 지원부문 하에 소속된 부서는 따로 없다.
지원부문에는 금춘수 부회장 아래 강성수 부사장, 손재일 전무, 그리고 신용인·장창섭 상무, 우영진·채정희·박지철·권내현 상무보가 있다. 각각 한화케미칼, 한화손해보험, 한화테크윈 등 주요 계열사에서 근무하던 인물들이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근무하던 박재현 상무보를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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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위원회는 커뮤니케이션위원회와 컴플라이언스위원회 두개의 조직이 있다. 각각 최선목 위원장(사장)과 이홍훈 위원장이 맡고 있다. 두 위원회에 약 60명 안팎의 인력이 있다.
한화그룹의 컨트롤타워 조직의 역사는 삼성그룹과 맥을 같이 한다는 특징이 있다. 삼성그룹이 비서실→구조조정본부→미래전략실로 조직 명칭을 바꾸며 컨트롤 타워 역할을 부여한 것과 동일한 수순을 밟았다. 최근에는 SK그룹의 수펙스(Supex)위원회와 비슷한 '그룹 위원회'를 통해 그룹 전반적인 이슈를 관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한화그룹에는 김승연 회장의 확고한 리더십을 뒷받침 하는 구조조정본부, 경영기획실과 같은 막강한 컨트롤 타워가 있었다"면서도 "최근에는 이를 해체하면서 자율경영 및 책임경영을 강조하는 철학 하에 지원부문과 위원회 조직을 꾸려 그룹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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