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SCM 점검]현대차, 공급망 다변화 계기 '기아차 인수'1차밴더 확대, '서열 시스템' 고도화…부품수급 '포트폴리오 강화'
고설봉 기자공개 2019-07-12 14:25:36
[편집자주]
우리 경제가 일본의 일부 품목 무역 제한 조치로 갑작스러운 비상 상황에 들어가게 됐다. 정부와 삼성전자는 물론 아직 일본의 수출규제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대기업마저도 파장 확산에 촉각을 세운다. 정치적 갈등이 이유가 됐지만 대외의존형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취약함도 근본 원인으로 거론된다. 수십 년간 누적돼온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더벨이 부품·소재·장비 산업 대외의존도가 높은 업종·기업을 꼽아 공급망관리(SCM) 현황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7월 11일 07시3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메카가 울산에서 아산만으로 이동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1998년 12월1일 기아자동차를 인수한 뒤, 두 회사의 공장과 연구소가 몰려 있는 아산만 일대가 자동차산업의 새로운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자동차업계의 분석이 잇따랐다. 하지만 현대차그룹 측면에서 보면, 기아차 인수는 글로벌시장 공략을 위한 완성차 생산체계와 부품 SCM(공급망관리)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였다.국내 자동차부품사들에게는 새로운 전환기가 도래한 시기다. 울산과 경상권을 기반으로 SCM을 구축했던 현대차와 경기도 서남부와 전라권을 중심으로 SCM을 구축한 기아차의 만남은 1차밴더사들의 지역색을 지우고, 전국 단위의 부품사로 발돋움 하는 계기가 됐다. 1981년 정부의 '자동차 공업 합리화' 조치로 1차밴더사들도 납품처를 다변화하지 못했고, 고착화하면서 1차밴더사들의 성장도 제한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합쳐지면서 자동차부품사들의 흐름도 전반적으로 뒤바뀌었다.
2000년을 전후해 현대차그룹이 출범하고, SCM 측면에서도 전략적으로 부품사 수직계열화에 공을 들였다. 현대차그룹은 1차밴더사 육성을 위해 노력했다. 현대차에만, 기아차에만 부품을 납품하던 1차밴더사들은 현대차에도, 기아차에도 부품을 공급하게 됐다. 이 시기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1차밴더사 300여곳을 중심으로 부품공급 시스템도 한층 더 정교하게 만들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양쪽에 다 부품을 납품하던 1차밴더도 있었지만, 기존 현대차에만 납품하던 1차밴더사들에게는 기아차라는 새로운 납품처가 생겼고, 반대로 기아차에만 납품하던 1차밴더사에게는 현대차가 새로운 거래처로 등장했다"며 "현대차와 기아차가 시너지를 내며 완성차 생산물량이 늘어나면서 그 밑단에 위치한 1차밴더들도 점점더 몸집을 불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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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 현대차그룹이 SCM을 강화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원동력은 현대차그룹의 독특한 '서열(JIS, Just In Sequence)' 물류시스템 덕분이다. 서열은 현대기아차가 부품이 필요할 때마다 하청사로부터 즉시 조달받는 부품공급 시스템이다. 현대·기아차 공장에서 차제조립이 시작되면, 해당 차량의 차종·무게·제동력·사양 등 정보가 부품조달 시스템인 바츠(Vaatz, Value advance automotive trade zone)를 통해 1차 밴더사에 자동 전달된다. 1차 밴더사는 당일치를 포함한 2일분의 생산정보로 구성된 일간계획을 전달받는데, 일간계획에는 약 2시간 단위의 세부 생산계획이 담긴다. 1차 밴더사는 완성차 생산현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조립 순서와 상세 스펙에 맞춰 수시로 부품을 공급한다.
서열 시스템은 재고와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어 효과적이다. 생산 정보를 완성차 라인과 1차밴더사가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생산 공정에 맞게 부품을 공급받기 때문에 별도로 부품을 보관할 필요가 없다. 완성차 공장에 따로 부품 보관을 위한 창고를 건설할 필요가 없어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 재고부담을 덜어내고, 창고 등의 건설비용 등을 아낄 수 있는 만큼 현대·기아차의 재무건전성 강화 측면에서도 효과가 있다.
현대기아차 1차밴더사 관계자는 "쉽게 말하면, 서열은 1차밴더사가 트럭으로 부품을 싣고 가서, 현대차 공장 앞에서 기다리다가 완성차 생산 공정의 각 시간에 맞춰 필요한 부품을 트럭에서 바로 라인에 납품하는 것"이라며 "서열을 통해 '부품 생산 뒤 납품, 인수 뒤 바로 조립'의 과정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면서 각종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 부품이 작은것도 있지만 대부분 크기가 크고 차종별로 부품의 모양이 다양한데, 이런 부품을 창고에 보관하려면 창고 면적이 넓어야 하기 때문에 서열이 없으면 창고를 짓고 운영하는데 많은 돈이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열 시스템의 고도화, 부품 SCM이 완성되면서 현대차그룹의 완성차 생산의 효율성과 안정성은 더 높아졌다. 이를 기반으로 현대차그룹은 글로벌시장 공략을 더 가속화했다. 특히 전세계 생산거점 확보와 효율적인 부품 SCM의 완성은 향후 급속한 판매량 증가에도 현대차그룹이 안정적으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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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국내 자동차산업의 정점에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하는 자동차 10대중 8대는 현대·기아차가 생산했다.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연간 총 727만6000대를 생산했다. 국내공장 생산량은 321만7000대였고, 해외공장에서는 405만9000대를 생산했다. 현대차가 2014년 글로벌 생산량 800만대를 달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탄탄한 SCM이 밑거름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서열' 측면에서 봤을 때 현대차그룹은 글로벌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효율성을 갖췄다"며 "국내에서 완성한 '서열'은 글로벌 각 생산거점에서도 그대로 작동하고 있고, 이를 통해 생산의 효율성이 담보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출범으로 1차밴더사들의 납품처가 다변화된 면도 있지만, 그 이후 차종과 생산량이 늘어난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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