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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과 동행 시작하는 정문국 사장 [신한금융을 움직이는 사람들] ⑤현장 경험 풍부…PMI 과정서 뉴라이프 기치 완성

안경주 기자공개 2019-07-22 10:49:43

[편집자주]

신한금융이 바뀌고 있다. 경영진의 세대 교체를 통해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50대의 젊은 피로 구성된 인재들을 중심으로 '원신한' 목표에 한발더 다가서고 있다. 조용병 회장 체제 이후 리딩금융그룹을 뛰어넘어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일류 금융회사로 도약하려는 신한금융. 그곳을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7월 17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문국 오렌지라이프생명 사장(사진)은 올해 초 신한생명 사장직을 고사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연말 깜짝 발표를 통해 피인수기업 출신이 인수기업의 사장으로 호명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지만 신한생명 노조의 반대에 부딪친 탓이다.

정 사장의 신한생명행은 좌절됐지만 그룹에서 기대하는 역할은 변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 합병작업 과정에서 자신의 강점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새 보험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등 자본규제 강화로 보험사 운용의 묘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에서 보험 전문가로서의 역량이 빛을 볼 것으로 보인다.

◇현장 전문성 주목…보험사 경영능력 검증

[크기변환]정문국_오렌지라이프 사장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지만 보험업계에서 오랜 기간 현장을 경험한 전문가로 보는게 더 타당하다. 한국외국어대 네덜란드어과를 졸업하고 1984년 제일생명에 입사한 후 영어 실력과 성실함을 인정받아 비서실장으로 승진했다.

1998년 외환위기가 온 뒤 제일생명 구조조정팀에 일하던 인연으로 보험사 인수·합병(M&A) 업무에 발을 딛였다. 당시 매각주간사인 JP모건에서 일하던 미국 금융인 프랭크 빔과 손잡고 M&A컨설팅회사 허드슨인터내셔널어드바이저를 세운 뒤 한국법인 대표를 맡았다.

정 사장은 2001년 능력을 인정받아 AIG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뒤 AIG글로벌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를 맡아 아시아 지역의 인수합병 작업을 전담했다. 국내 보험사들의 매각작업을 주로 맡았다. AIG생명 상무로 임명된 뒤 개인연금 분야의 방카슈랑스 영업을 총괄하면서 관련부문의 호실적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는 2004년 제일생명의 후신인 알리안츠생명(현 ABL생명)에 부사장으로 복귀해 법인영업과 방카슈랑스부문을 총괄했다. 정 사장은 당시 마케팅을 적극 펼치면서 알리안츠생명의 방카슈랑스 점유율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다. 이에 힘입어 2007년 1월 알리안츠생명 사장으로 선임됐다.

정 사장에게 '구조조정 전문가'란 꼬리표가 달린 시점이 이 때부터다. 2008년 성과급 도입을 추진하다가 노동조합의 격렬한 반발을 샀고, 그 과정에서 인력 이탈이 발생한 것이다. 이후 실적 정상화를 이끌었던 정 사장은 알리안츠생명 생활을 마치고 2013년 6월 에이스생명(현 처브라이프생명)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 사장은 2014년 1월 에이스생명 사장으로 일하던 도중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 사장에 내정됐다. 당시 ING생명을 인수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정 사장을 영입한 것이다. 정 사장은 취임 100일만에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결정하면서 노사갈등을 빚기도 했다. 정 사장은 ING생명의 실적악화를 감안하면 희망퇴직이 고육지책이라고 주장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줄이는 방식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구조조정 전문가 이미지가 강하지만 속내를 보면 다르다"며 "업무 능력을 중시하는 사모펀드에서 정 사장을 선임하고 신한금융에 매각할 때까지 사장직에 앉혔다는 점에서 그의 능력은 충분히 검증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오렌지라이프의 실적을 보면 보험업에 대한 전문성을 확인할 수 있다. 오렌지라이프의 지난해 말 개별 기준 세전이익은 4129억원으로 전년(4522억원) 대비 6.65% 감소했다. 그러나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전년과 유사한 실적을 기록했다. 오렌지라이프는 지난해 기존 ING생명에서 상호를 변경하며 212억원의 리브랜딩 비용이 발생했으며, 인수합병 관련 특별 보너스(196억원) 등의 비용도 추가로 발생했다.

운용자산이익률은 지난 3년 간 3.6~3.7%대를 유지하며 업계 평균 수준을 유지했다. 또한 오는 2022년 도입이 예정된 IFRS17과 K-ICS에 대비한 지급여력비율(RBC)도 업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정 사장의 대외적 이미지 때문에 차가운 인상이 연상되지만 그를 만나본 대부분의 사람은 소탈한 성격에 놀란다. 관계자는 "조직장악력이 좋고 직원들이 잘 따라 리더십 또한 겸비했다"며 "허름한 골뱅이집이나 감자탕집에서 직원들과 함께 소통하는 자리를 갖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만큼 대인 관계도 능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문국 프로필

◇통합법인 출범 과정서 역할 기대

정 사장이 신한생명으로 자리를 옮기지 못했지만 그룹에서 설정한 그의 역할엔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오렌지라이프의 매각과 상장 과정을 모두 거치며 조직을 이끌오온 정 사장이 오렌지라이프의 장단점을 모두 알고 있는 만큼 PMI(인수 후 통합) 과정에서 조언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신한금융그룹은 '뉴라이프(NewLife)라는 기치 아래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에 뉴라이프추진실을 신설하고 PMI 작업을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 과거 신한금융의 PMI 작업을 돌이켜보면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의 장점을 골고루 활용하는 방식의 PMI를 선보였다. 예컨대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합병시에도 뉴뱅크 기치 아래 서로의 장점을 조합해 새로운 기치를 세웠다.

은행계 보험사인 신한생명과 외국계 보험사인 오렌지라이프는 조직 문화가 많이 다른 데다 사업 주력 분야 또한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신한생명이든 오렌지라이프든 어느 한 쪽에 치우쳐 PMI 작업이 이뤄지면 반대쪽의 반발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서로의 입장을 헤아리고 절충점을 찾아야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그룹 안팎에선 정 사장의 경험이 두 회사의 절충점을 찾는데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향후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의 합병까지 고려하면 양 사의 조직 통합 과정에서 예상되는 진통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오랜 기간 동안 여러 보험사의 CEO를 지낸 정 사장의 경험이 뉴라이프 기치를 세우는데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통합보험사 설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 회장의 보험 책사 역할을 했던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과 경쟁 구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조 회장이 결과적으로 신한생명 수장에 성 사장을 선임했지만 이 과정에서 정 사장 역시 중하게 쓰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며 "조직에 대한 인사이트(insight)와 리더십을 보여주느냐를 두고 경쟁 구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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