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트운용, 엘리엇 도운 '넥서스' 선택…태영건설과 격돌 [스튜어드십코드 발동]머스트운용, 태영건설 지분 15.22% '2대주주'…"법률적 검토 부분 늘어날 것"
허인혜 기자공개 2019-08-07 08:21:48
이 기사는 2019년 08월 05일 08: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머스트자산운용이 법무법인 넥서스와 손을 잡고 태영건설에 대한 경영참여를 본격화했다. 그동안 단순투자 목적의 지분공시에서는 머스트자산운용을 담당자로 적었지만 이달 경영참여자로 입장을 선회하며 담당자에 넥서스의 이름을 올렸다. 머스트자산운용은 공시를 통해 태영건설의 지주사 전환 등 다섯 가지 현안을 주요 변동사항으로 꼽았다. 다섯 가지 현안을 포함해 태영건설의 대주주와 경영진이 주주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한다면 적극적인 입장을 개진한다는 계획이다.◇넥서스, 머스트자산운용-태영건설 지분공시 첫 등장…법률 검토 암시
머스트자산운용은 지난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태영건설의 지분율을 15.22%로 높이면서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가'로 변경한다고 고지했다.
태영건설에 대한 지분공시로는 처음으로 법무법인 넥서스가 담당자로 기재됐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전영준 넥서스 변호사를 업무상 담당자로 지정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법률적으로 검토할 부분이 늘어나리라는 암시"라며 "넥서스는 주주행동주의에 대한 경력이 풍부한 편"이라고 짚었다.
넥서스는 2015년 삼성물산과 미국의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공시의무 위반 혐의' 소송 당시 엘리엇을 대리하며 유명세를 탔다. 한국GM도 넥서스의 손을 거쳤다. 올해 상반기에는 KT AMC-BC카드 컨소시엄이 인수한 을지로 써밋타워 딜을 자문했다. 넥서스는 부동산 전문가인 이준혁 변호사와 리 인터내셔널(Lee International) 출신으로 해외 투자자 자문에 정통한 최영익 변호사의 합작사다.
머스트자산운용과 넥서스의 인연도 처음이 아니다. 머스트자산운용이 화장품 브랜드 '미샤'의 모기업인 에이블씨엔씨에 유상증자 목적을 묻는 공개 질의서를 발송할 때에도 넥서스와 협업한 바 있다.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한 배경이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넥서스는 화장품 시장 위축을 지적하며 유상증자가 상장폐지를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었다.
◇"태영건설, 다섯 가지 변화 가능성…적극적인 비판자 역할 하겠다"
머스트자산운용은 보유목적 전환을 알리며 긴 사유를 덧붙였다. 김두용 머스트자산운용 대표는 "우리의 생각을 공시에 최대한 진중하게 담아서 기술했다.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썼다"며 "현 시점에서 그 글 보다 더 정확한 입장을 내기 어렵다"고 답했다.
머스트자산운용은 공시를 통해 주요주주로서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태영건설의 다섯 가지 변화 가능성을 꼽은 뒤 "정책적 의사결정에 있어 합리적이고 올곧은 판단을 기대한다"며 "당사(머스트자산운용)는 주주와 여러 이해관계자의 가치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협조자가 되겠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적극적인 비판자'의 역할도 공언했다.
다섯 가지 변화 가능성으로 우선 태영건설의 지주회사 전환을 언급했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최상위 모회사인 태영건설의 인적분할 등의 방식을 통한 지주회사·홀딩스 체제로의 전환'이라는 표현을 썼다. 인적분할 등의 방식을 통한 전환은 필요한 선택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는 반응이다. 다만 분할의 대상이나 시점, 진행과정 등 세부적인 선택에 따라 긍정적인 효과의 범위가 크게 차이날 수 있다고 했다.
자회사들의 가치판단, 계열분리 가능성도 다뤘다. 자회사이자 비상장사인 티에스케이코퍼레이션의 기업가치 목표가 3조원으로 태영건설의 시가총액을 초월할 수준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국내 지정폐기물 매립처리량이 2011년 이후 증가추세라는 점과 국내외 환경관련 상장사의 매립단가 추이, 밸류에이션 차이 등을 근거로 삼았다. 티에스케이코퍼레이션은 수처리약품과 폐기물처리, 바이오가스 정제 등을 담당하는 환경 관련 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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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간 계열분리 우려가 있는 블루원(87.73%)과 태영인더스트리(30.38%)는 각각 '미래 성장동력'과 '알짜회사'라고 수식했다. 머스트자산운용 관계자는 "계열사 매각을 반대하거나 찬성한다는 입장이라기 보다 저평가된 상태에서 판매한다면 주시하겠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SBS미디어홀딩스(61.22%)와 관련 계열회사들에 대한 구조 변화에 대해서도 명시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머스트자산운용이 현명한 선택을 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또 다른 금투업계 관계자는 "태영건설의 최대주주인 윤석민 회장의 지분율이 27.1%로 51%에 미달해 언제든 유사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었다"며 "10%를 넘게 보유하면 이사회와 주주총회 소집이 가능한 만큼 머스트자산운용이 언급한 다섯 가지 항목에 대해서는 장애물 넘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봤다. 머스트자산운용의 지분과 국민연금(10.81%), 한국투자신탁운용(6.42%), 개인투자가의 지분이 합쳐지면 1대주주 이상의 효력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태영건설은 머스트자산운용의 결정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여태까지 머스트운용이 단순투자로 지분을 보유했기 때문에 경영참여나 간섭은 없었다"며 "2일 공시를 통해 입장을 확인해 향후 머스트운용이 어떤 식으로 경영에 참여할 지에 대해서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머스트자산운용, 꾸준히 지분 늘렸다 "태영건설, 시가총액 상당한 저평가"
머스트자산운용의 경영참여 선언은 헤지펀드 업계에서 단일행동으로는 최초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치투자에 능했던 머스트자산운용이 운용사 정체성에 걸맞는 결정을 했다는 평이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지난달 말 태영건설에 대한 지분확대와 경영참여를 결정했다. 5영업일 이내로 관련 공시를 게시해야 한다는 법에 따라 8월 초 입장을 내놨다. 머스트자산운용은 2014년 1월부터 태영건설의 지분을 매입해 왔다. 머스트자산운용 관계자는 "15.22%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단순투자 입장을 유지해 왔다"고 전했다. 이후 지분을 천천히 늘려오다 깜짝 경영참여를 공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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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트자산운용이 본격적으로 지분을 늘려온 시기는 2017년부터다. 2017년 4월 406만8904주를 사들이며 5% 이상 변동공시를 했다. 지분율은 5.33%까지 확대됐다. 2017년 10월 6.6%, 그해 말 8.57%로 차근히 높아졌다. 2018년에는 5월 한 차례 더 지분율을 높여 8.92%를 기록했다. 6월 남북경협 호재에 따라 태영건설의 주가가 1만3000원~1만8000원을 호가하자 일부 주를 매각하고 차익을 봤다. 매입 단가는 6000원에서 8000원으로 예상된다. 머스트자산운용은 2018년 10월과 11월 연달아 태영건설을 매수했고 당해 12월 103만6222주를 사며 지분율 10%를 넘겼다.
머스트자산운용은 공시에서 "태영건설의 지분 15.22%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로서 현재 9703억원인 태영건설의 시가총액은 상당한 저평가 상태라고 판단한다"고 부연했다.
태영건설이 저평가 됐다는 분석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태영건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저평가 종목으로 분류됐다. 지난해 하나금융투자는 "올해는 태영건설이 2016년 대거 착공한 주택사업이 완료되고 4곳의 신규 사업장을 분양하는 시기"라며 "올해부터 2020년까지 매년 최대 실적을 다시 쓸 기업"이라고 봤다.
이같은 전망은 올해도 이어져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 중소형사에서 태영건설을 대표주로 추천하며 "2019년 6월~12월에 준공 예정인 창원 유니시티 매출이 한창 확대되는 시기이며 5월에 전주 에코시티 14BL도 성공적인 분양을 마쳤다"고 분석했다. 일반 도급수주와 신규수주 등도 긍정적인 흐름을 보인다고 봤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5월 말 리포트에서 "모든 건설기업 주가가 지금 대체로 싸지만 태영건설은 말도 안될 정도로 싸다"고 직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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