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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SCM 점검]현대엘리베이터, 공급사슬 관리 비결은핵심 부품은 자체 생산, 여타 부품은 국내서 조달

구태우 기자공개 2019-08-13 11: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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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가 일본의 일부 품목 무역 제한 조치로 갑작스러운 비상 상황에 들어가게 됐다. 정부와 삼성전자는 물론 아직 일본의 수출규제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대기업마저도 파장 확산에 촉각을 세운다. 정치적 갈등이 이유가 됐지만 대외의존형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취약함도 근본 원인으로 거론된다. 수십 년간 누적돼온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더벨이 부품·소재·장비 산업 대외의존도가 높은 업종·기업을 꼽아 공급망관리(SCM) 현황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8월 12일 08: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엘리베이터 한대에 들어가는 부품은 약 2만여개에 달한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수와 맞먹는다. 엘리베이터 부품은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된다. 승강기 제조업은 국산화율이 높은 산업 중 하나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승강기 2대 중 1대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제품이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40%가 넘는다. 국내 승강기 시장은 현대엘리베이터와 오티스엘리베이터코리아,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 등 3사의 비중이 70%에 달한다. 승강기 제조업은 원가율이 80% 수준으로 중후장대 업종 중 마진이 비교적 높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7.6%, 원가율은 80.1%를 기록했다.

수익성이 비교적 높은 건 2만여개에 달하는 부품이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핵심 부품을 자체 생산하고, 철강재 등 소재 부품은 공급업체를 통해 구매한다. 전방산업인 건설업 경기는 부진하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내재화율로 인해 외생변수의 영향을 덜 받는다.

현대엘리베이터와 연간 5000만원 이상의 거래 규모를 갖고 있는 공급사는 70여 곳이다. 이들 업체는 승강기 부품에 특화된 곳이다. 엘리베이터용 가이드레일은 대주이엔티가 생산한다. 가이드레일은 승강기의 주요 부품으로 엘리베이터 운행 시 운행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대주이엔티는 엘리베이터 사업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70%에 달한다. 국내 엘리베이터 3사에 모두 가이드레일을 납품하는데, 현대엘리베이터 비중이 50%다.

엘리베이터용 와이어 로프는 고려제강이 납품하고 있다. 이 업체는 특수선재 가공업체로 와이어로프 분야에서 규모가 국내에서 가장 크다. 연간 22만톤의 와이어 로프를 생산하는데, 승강기제조업과 조선업 등 중후장대 기업이 고객사다. 엘리베이터용 베어링은 삼흥메탈이 제조해 납품한다. 베어링은 승강기의 △전동기 △감속기 △도르래 등 주로 회전운동을 하는 부품에 사용된다. 베어링에 결함이 발생하면 진동과 소음이 증가해 승차감이 나빠진다. 10년에 한번씩 교체해야 하는 소모품이다.

승강기 구조물과 내벽 등에 들어가는 철강재는 대한철강이 납품하고 있다. 대한철강은 현대제철의 냉연강판(두께가 고르고 표면이 매끄러운 강판) 판매점이다. 봉강 등은 세한철강이 제조해 납품한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철판 및 형강 구매에 사용하는 원가는 연간 300억원으로 전체 원가의 5% 가량이다. 승강기 구조물은 원재료가 철강재인데, 원가 비중은 높지 않다.

대주이엔티와 고려제강 등이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요 공급업체들이다. 이들 업체는 엘리베이터 작동에 필요한 주요 부품들을 생산한다. 승강기를 제어하는 기계실과 승강로 등 핵심 부품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직접 생산한다.

승강기용 제어반(Control Panel)은 운행에 필요한 모든 활동을 제어하는 부품이다. 핵심 부품들은 제어반에 탑재돼 있다. 승강기의 속도를 제어하는 메인 인버터와 와이어로프를 움직이는 권상기(Traction machine)도 현대엘리베이터가 직접 생산하는 부품이다. 와이어로프를 당기는 도르래와 모터도 현대엘리베이터가 생산한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생산기지는 국내 이천공장과 중국 상해(상해현대전제제조유한공사)에 위치해 있다. 국내는 물론 중국공장까지 현지에서 직접 부품을 조달하고 있다. 내재화율을 높여 공급사슬이 안정돼 있다. 국내 공장과 중국 공장 모두 가동률이 100%를 넘는다. 현대엘리베이터는 1984년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현대그룹의 합작으로 설립됐다. 사업 5년 만에 웨스팅하우스가 사업을 철수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는 독자기술 확보에 매달렸다. 그 과정에서 핵심 부품들은 독자 개발하기 이르렀고, 원천 기술을 담은 부품을 직접 생산했다. 국내 자체 생산시스템을 구축해 부품 조달 시간을 단축한 건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 철학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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